전술적 충격과 전략적 승패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최보식의언론=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예비역 육군중령)]

Alon Mizrahi 유튜브 캡처
Alon Mizrahi 유튜브 캡처

이스라엘 언론인 알론 미즈라히(Alon Mizrahi)가 블로그에 올린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미 이 전쟁에서 패배했다”는 내용의 글이 국내에 많이 확산되고 있다. 그가 이스라엘 언론인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는 이란이 중동 전역의 미군 기지를 조직적으로 타격하고 있으며, 미국의 군사적 우세는 허구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과거 걸프전 당시처럼 공습 장면이나 항공우세를 보여주는 영상이 거의 공개되지 않는 점을 근거로 미국의 실제 전황이 불리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군사적 사실 일부를 과장된 결론으로 연결한 측면이 강하다. 전쟁의 실제 구조는 “이미 패배했다”는 단정적 결론보다 훨씬 복합적이며, 지금의 전황은 오히려 장기적 소모전 구조로 진입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전략적 분석이 아니라 언론인의 관점에서 성급한 결론을 주장하고 선동하고 있다고 본다.

우선 미즈라히의 주장 가운데 이란이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지적은 일정 부분 타당하다. 이란은 수십 년 동안 비대칭 복합전 구조를 구축해 왔다. 장거리 미사일, 드론, 해협 봉쇄 능력, 대리세력 네트워크, 그리고 분산된 지하시설을 결합한 전쟁 방식이다.

실제로 최근 전황을 보면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사우디 등 미군 자산이 존재하는 지역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걸프 지역의 긴장을 크게 높이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수송망이 충격을 받으며 일부 산유국이 생산을 조정하거나 불가항력(적) 상황을 검토하는 등 경제적 파급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이란이 단순히 “맞고 버티는 국가”가 아니라 전쟁의 비용을 지역 전체로 확산시키는 전략적 능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능력은 미국이 단기간에 전쟁을 종결시키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 제기는 일정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영상이 없으니 미국이 열세”라는 미즈라히의 주장에는 중요한 오류가 있다. 현대전에서 공개 영상의 감소는 패배의 징후가 아니라 작전 방식의 변화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과거 걸프전과 달리 오늘날의 전쟁은 ISR(정보·감시·정찰), 장거리 정밀타격, 전자전, 스텔스 플랫폼 운용, 네트워크 기반 지휘통제가 중심이 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작전보안과 전자전 상황 때문에 실제 작전 영상이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미국 역시 과거처럼 “카메라가 따라 붙는 항공우세 시연전”을 벌이기보다는 탐지·추적·타격을 결합한 네트워크전 형태로 전쟁을 수행하는 경향이 강하다.

걸프 지역에서 미국과 동맹국이 통합 방공 협조체계를 가동하고 있는 사실만 보더라도, 현재 전쟁의 핵심은 영상으로 드러나는 공습 장면이 아니라 탐지·요격·지휘통제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전장에 있다. 따라서 영상의 부재를 전황의 증거로 해석하는 것은 현대전의 본질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미즈라히의 글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전술적 충격과 전략적 패배를 동일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쟁의 전략적 승패는 일반적으로 세 가지 기준으로 판단된다.

첫째, 누가 전쟁 목적을 달성했는가.

둘째, 누가 전쟁 지속 능력을 유지하는가.

셋째, 누가 확전 비용을 더 오래 감당할 수 있는가.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이란이 미국을 중동에서 축출할 정도의 전략적 승리를 거두었다고 보기 어렵다. 동시에 미국과 이스라엘 역시 단기간에 이란의 군사 능력과 체제 기반을 완전히 무력화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다시 말해 지금의 전쟁은 “누가 이미 이겼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더 불리한 장기 소모전에 끌려들어가고 있는가를 판단해야 할 단계에 있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요소가 미국의 전략적 복원력(resilience)이다. 미국의 전력 투사 구조는 특정 기지 하나에 의존하는 체계가 아니다. 항모전단, 장거리 항공전력, 해외 기지 네트워크, 동맹국 기반시설, 정보자산이 다층적으로 연결된 구조다. 항모전단의 위치에 따라 전쟁에 임하는 스탠스가 다르다.

따라서 일부 기지가 타격을 받았다고 해서 미국의 지역 전략이 붕괴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분산·재배치·연동을 통해 전쟁을 지속하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적 복원력이 바로 미국 군사력의 핵심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미즈라히의 글은 이란의 저항력과 미국의 취약성을 일정 부분 정확하게 지적했지만, 그 결론은 지나치게 앞서 나갔다. 전쟁은 전술적 충격이나 단기적 사건으로 결론이 나는 것이 아니다. 전쟁의 결과는 결국 국가가 보유한 전략적 자원, 지휘 능력, 동맹 구조, 전쟁 지속 능력의 총합에 의해 결정된다.

현재 전황의 본질은 “미국이 이미 패배했다”는 단순한 결론이 아니라, 양측 모두 상대를 단기간에 굴복시키기 어려운 고비용 소모전 구조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있다.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오늘날 세계에서 국가 차원의 전쟁지도 능력, 전략적 지휘통제, 동맹 네트워크, 전력 투사 능력을 종합적으로 갖춘 국가는 많지 않다. 이러한 조건을 가장 완성도 있게 갖춘 국가는 여전히 미국이며, 이스라엘 역시 지역 전쟁 수행 능력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국가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전략적 관점에서 볼 때 지금의 전쟁을 “미국의 패배”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한 판단이다. 오히려 전쟁의 흐름은 시간이 갈수록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국가 역량을 갖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

전쟁은 단기적 충격이 아니라 국가 역량의 총합이 경쟁하는 장기적 시험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전쟁의 최종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전략적 구조를 냉정하게 본다면, 전쟁의 승패는 결국 전쟁을 지도할 수 있는 국가 능력의 차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고 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전쟁지도 및 작전지휘의 역량문제이고 북한 김정은도 이러한 미국의 국가적 역량을 가볍게 볼 경우 큰 코를 다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의 타격으로 테헤란 석유 저장소가 불타고 있다. BBC 화면 캡처
이스라엘 방위군(IDF)의 타격으로 테헤란 석유 저장소가 불타고 있다. BBC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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