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지금도 가난해서 지하철 타고 출근합니다

[최보식의언론=김선래 기자]

SBS Biz 뉴스 캡처
SBS Biz 뉴스 캡처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출퇴근 시간에 대중교통 이용이 집중되면 권장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혼잡하다"며 "피크타임 한두 시간만이라도 어르신들의 대중교통 무료 이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연구해보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고현종 노년유니온 위원장이 “노인은 지금도 가난해서 출근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 대통령 발언을 직격했다.

고 위원장은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많은 어르신들에게 지하철은 단순한 무료 교통수단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출근길이고, 누군가에게는 병원 가는 길이며, 누군가에게는 복지관으로 가는 길이고,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버티기 위해 세상으로 나오는 유일한 통로”라고 말했다.

그는 “OECD가 집계한 한국의 실질 은퇴 연령, 즉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퇴장하는 평균 연령은 72.3세”라며 “이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한국의 노인은 늙어서도 쉬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그런 노인들에게 이제 와서 ‘출퇴근 시간에는 지하철을 타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며 “출퇴근 시간 혼잡의 원인은 노인이 아닙니다. 수도권 과밀이 문제이고, 교통 인프라 부족이 문제이고, 서울에 모든 것을 몰아넣은 사회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 위원장은 “한국은 동시에 노인들이 가장 많이 일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65세이상전체고용률은 37.3%”라며 “OECD 평균 13.6%의 세 배이며 활동성이 높은 65~69세는 50%를 훌쩍 넘는다는 연구·보도들이 반복적으로 나온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노인빈곤도 최고 수준이고, 노인노동도 최고 수준”이라며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한국의 노인들에게 노동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라는 것”이라며 “청년이 힘든 것이 노인 때문입니까. 노인이 가난한 것이 청년 때문입니까”라고 직격했다.

이어 “혼잡의 책임을 노인에게 떠넘기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책임 회피”라며 “그리고 그 회피가 만들어내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세대 갈등입니다. ‘노인 때문에 출근길이 힘들다’는 말은 청년과 노인 사이를 갈라 놓는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고현종 위원장이 SNS에 올린 글의 전문이다. 

노인은 지금도 가난해서 출근합니다.”

이 한 문장이 지금 대한민국 노인의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말해줍니다. 많은 어르신들이 오늘도 여전히 지하철을 타고 일터로 갑니다. 일하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건강해서가 아닙니다. 일하지 않으면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약 40%입니다. 노인 10명 중 4명이 가난 속에서 늙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한국은 동시에 노인들이 가장 많이 일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65세이상전체고용률은 37.3%입니다. OECD 평균 13.6%의 세 배입니다.

활동성이 높은 65~69세는 50%를 훌쩍 넘는다는 연구·보도들이 반복적으로 나옵니다.

노인빈곤도 최고 수준이고, 노인노동도 최고 수준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한국의 노인들에게 노동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어르신들에게 지하철은 단순한 무료 교통수단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출근길이고, 누군가에게는 병원 가는 길이며, 누군가에게는 복지관으로 가는 길이고,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버티기 위해 세상으로 나오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OECD가 집계한 한국의 실질 은퇴 연령, 즉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퇴장하는 평균 연령은 72.3세입니다. 이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한국의 노인은 늙어서도 쉬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노인들에게 이제 와서 “출퇴근 시간에는 지하철을 타지 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이 얼마나 잔인한 말인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출퇴근 시간 혼잡의 원인은 노인이 아닙니다. 수도권 과밀이 문제이고, 교통 인프라 부족이 문제이고, 서울에 모든 것을 몰아넣은 사회 구조가 문제입니다.

그런데 왜 늘 가장 힘없는 사람에게 먼저 양보를 요구합니까. 붐비니까 이 시간엔 나오지 말라고, 왜 늘 가장 약한 사람에게 먼저 말합니까.

혼잡의 책임을 노인에게 떠넘기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책임 회피입니다. 그리고 그 회피가 만들어내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세대 갈등입니다. “노인 때문에 출근길이 힘들다”는 말은 청년과 노인 사이를 갈라 놓습니다.

하지만 묻고 싶습니다. 청년이 힘든 것이 노인 때문입니까. 노인이 가난한 것이 청년 때문입니까.

둘 다 아닙니다. 청년도, 노인도 이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피해자입니다. 세대를 싸움 붙이는 것은 진짜 문제를 가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입니다.

이건 문제 해결이 아닙니다. 이건 희생양 찾기입니다. 저는 아침마다 노인 일자리 참여 어르신들을 만납니다. 무릎이 아파도, 허리가 굽어도, 손이 떨려도, 지하철 손잡이를 두 손으로 꼭 쥐고 흔들리는 몸을 버티며 일터로 나옵니다.

왜 나옵니까.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닙니다. 많은 어르신들은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기 위해, 늙어서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마지막까지 자기 힘으로 살고 싶어서 오늘도 집을 나섭니다.

그래서 그 출근길은 단지 생계의 길이 아니라 존엄을 지키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런 어르신들에게 “출퇴근 시간에는 움직이지 말라”는 말은 사실상 이렇게 들립니다.

“당신들은 필요한 시간에 움직일 자격이 없다.”

이 말이 얼마나 모욕적인 말인지 정치는 알아야 합니다. 가난한 노인에게 이동권을 제한하는 것은 단순한 교통정책이 아닙니다. 그것은 생존의 동선을 끊는 일입니다.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는 시혜가 아닙니다. 공짜 혜택이 아닙니다. 그것은 평생 이 사회를 떠받쳐온 세대에게 최소한으로 보장해야 할 이동의 권리이고, 더 본질적으로는 존엄의 권리입니다.

권리는 붐빈다고 제한할 수 없고, 재정이 어렵다고 가장 약한 사람부터 깎아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정말 바꿔야 할 것은 노인의 이동이 아닙니다. 늙어서도 쉬지 못하게 만들고, 늙어서도 출근해야 살 수 있게 만들고, 늙어서도 지하철을 타지 않으면 삶이 막히게 만든 사회를 우리는 먼저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마지막으로 이 말을 꼭 남기고 싶습니다. 노인이 많아져서 문제가 아닙니다. 노인이 늙어서도 가난 때문에 쉬지 못하는 사회가 문제입니다.

그리고 다시 말씀드립니다. 노인에게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을 막는 것은 혼잡을 줄이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존엄을 깎는 일입니다.

노인은 오늘도 지하철을 타고, 가난해서 출근합니다.


 

#노인빈곤 #지하철무료승차 #존엄의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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