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군사 작전 중 상당 부분이 이란 드론 공급망의 파괴에 집중
[최보식의언론=유재일 강호논객]

미국 군사 작전 중 상당 부분이 이란 드론 공급망의 파괴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란의 샤헤드(Shahed) 드론은 설계와 조립 측면에서는 이란이 독자적인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핵심 부품의 상당수는 여전히 해외(특히 서방 국가) 부품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란 국영 기업인 HESA(Iran Aircraft Manufacturing Industrial Company)와 혁명수비대 산하 연구소에서 샤헤드-131, 136 등을 설계하고 생산합니다.
문제는 부품입니다. 엔진은 독일과 영국 일본 등의 오토바이 엔진을 복제해서 그나마 자체 생산을 합니다. 문제는 마이크로프로세서, 반도체, GPS 모듈, 관성 센서 등입니다. 자체 생산이 안 되고 밀수를 합니다.
이 중 용도 품목으로 분류된 민수용 부품을 밀수를 하는 것이지요. 탄소 섬유도 수입에 의존합니다.
이란 드론은 민수용 부품을 밀수해 대당 2~5만 달러 사이의 가격으로 생산합니다. 이란의 혁명수비대가 이뤄낸 혁신의 산물이 이란 드론입니다.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에 원하는 성능을 가진 무기를 만들 수 있는 공급망을 설계한 것이지요.
이번 전쟁 뿐 아니라 주식, 패권, 경제의 핵심 키워드는 공급망입니다.
밀수품이 도착하는 이란의 항구는 반다르 아바스입니다. 화물이 출발하는 곳은 오만의 하사브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남북 최단 코스로 쾌속정이 오고 가는 것이지요.
여기서 잠깐 역사 얘기를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호르무즈해협을 지정학적 장소로 만든 건 포르투갈이었습니다. 1507년 포르투갈은 '바다의 사자'라는 별명을 가진 아폰수 드 알부케르크(Afonso de Albuquerque)를 보내 호르무즈를 점령하고 거대한 요새를 건설했습니다.
호르무즈 성모 마리아 성채는 강화도 포대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대포를 배치해 해협을 통과하는 배들을 통제했습니다. 대포와 요새가 만나 해협을 통제하는 지정학적 대사건이 호르무즈에서 처음 발생한 것입니다.
이렇게 요새를 설치한 포르투갈은 톨게이트비를 받기 시작합니다. 중동-인도-유럽으로 이어지는 해상 교역로를 장악한 포르투갈은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됩니다.
포르투갈은 국내 유통엔 통행세를, 수출입엔 관세를 매기며, 말, 진주, 향신료, 비단등에 세금을 매겼습니다. 당시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의 보석이 모이는 곳이라 불렸습니다. 작은 범선을 무역선으로 쓰던 중동과 인도 국가들은 함포를 장착한 포르투갈에 굴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포르투갈의 호르무즈 패권은 100년을 갑니다. 이 100년의 패권을 끝낸 건 영국입니다. 1622년 영국의 동인도 회사는 이란 사파비 왕조와 협약을 맺습니다. 포르투갈을 털고 이란과 동인도 회사가 이익을 반반 나눠먹기로 한 겁니다. 영국 동인도 회사는 배와 무기를 제공하고 이란은 병력을 제공한 이 연합 군대는 성모 마리아 성채를 함락합니다. 1622년 포르투갈의 패권은 그렇게 끝나고 영국 동인도의 패권 시대가 열립니다.
호르무즈 패권을 장악한 동인도 회사와 이란이 개발한 거점 항구가 지금 밀수품이 도착하는 반다르 아바스입니다.
포르투갈은 호르무즈 남쪽의 무산담 반도에 성모 마리아 성채를 지었었습니다. 이란은 바다 건너 성채를 활용하지 않고 본토의 항구를 개발한 것입니다. 해운이 발달하지 않은 이란 입장에서는 식수와 식량이 자급자족되지 않는 바다 건너 요새를 관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란이 관리를 포기한 무산담 반도는 영국이 관리하다가 1971년 아랍에미리트가 독립할 때 오만의 영토로 독립합니다. 무산담 반도는 오만의 월경지가 된 것이지요.
산악이 험준해 아랍에미리트 내륙과 단절되어 있고 바다로 주요 물자가 오가야 하는 오만의 월경지 무산담 반도가 탄생한 겁니다. 이 무산담 반도와 아람에미리트와의 국경 협정은 2003년에야 확정 됩니다.
오만의 월경지 무산담 반도는 이란으로 향하는 밀수 거래의 거점이 됩니다. 심지어 이곳을 통해 이란으로 코카콜라도 들어갑니다.
무산담 반도의 거점 항구는 하사브 항입니다. 하사브 항에서 반다르 아바스항까지의 60km 수역은 밀수 고속도로가 됩니다.
수많은 소형 쾌속정으로 1시간 이내에 호르무즈 해협의 남북을 주파합니다. 이들은 해상 레이더를 피하기 위해 야간에 AIS 도 끄고 파도에 밀착해서 항해를 합니다. 이란 드론 제조에 쓰이는 부품들이 오가는 핵심 항로는 이렇게 작동해 왔습니다.
오만이 이번 이란과 미국의 핵협상의 중재자로 나섰던 이유도 바로 이 무역로의 한 축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란 사람들이 쓰는 아이폰, 가전제품, 의약품 등은 오만의 하사브 항에서 출발한 밀수품이 대부분입니다. 오만의 하사브 항에는 이란에서 몰래 빼낸 석유 암시장도 존재하고 그 암시장은 이란의 달러 획득의 주요 통로이기도 했습니다. 암시장과 비공식 환전소가 있는 이란과 세계를 연결해주는 곳. 한때 포르투갈의 요새가 있던 무산담 반도는 암시장과 밀교역의 성지가 된 것이지요.
수천 척의 고속정들이 오가는 이 그림자 항로를 차단하는 게 미국의 주요 작전 중의 하나입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의심스러운 활동을 하는 이란 선박 11척 격침시켰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의심스러운 활동이 바로 밀무역이었습니다. 이 밀무역 차단에서도 아라비아만 청소라는 말을 쓰더군요. 원래는 이라크가 폭파시켰던 쿠웨이트 유전 정상화 시킬 때 썼던 표현이 재등장한 겁니다. 현재까지 20척 이상을 격침했습니다. 여기에 이란의 솔레이마니급 초계함을 격침시킨 것도 이 아라비아만 청소의 일환입니다. 미군 잠수함이 순찰을 돌며 이 밀수항로를 억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은 샤헤드 드론의 공급망을 끊기 위해 첫째, 이스파한의 드론 공장을 폭격하고 있습니다. 탄소 섬유 동체 제작용 대형 프레스가 파괴되었는지까지 확인해가며 폭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형 프레스는 현재 상황에선 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핵심 타겟이 되고 있습니다.
둘째, 격납고를 소탕하고 있습니다. 완성된 드론을 쌓아두는 창고 시설들을 폭격하고 있는 것이지요.
셋째, 오토바이 엔진을 복제해 드론용으로 제작하던 엔진 생산 공장도 완파했다고 합니다.
넷째, 밀수 고속도로를 봉쇄해 반도체 및 유도 장치들의 유입을 막고 있습니다.
현재는 소규모 지하 시설만 가동되고 있어 조만간 평소대비 생산량은 1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란이 가성비 높은 드론으로 미국과 비대칭적 전쟁을 펴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미국 또한 그 가성비 높은 드론의 생산 공급망을 철저히 파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포르투갈이 패권세력으로 등장한 시기 세계에서 가장 비싼 교역로였고 석유가 등장한 이후에 20세기 이후로는 가장 사활적인 해협이 된 겁니다.
미국이 해군 공군력으로 공급망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지 전세계가 확인 중이죠. 이란의 드론 공급망을 미국이 끊어내는지 아닌지 지켜볼 일입니다. 핵무기 공급망을 끊기 위해 시작한 전쟁이 드론 공급망을 교란하는 것으로 넘어가고 있고, 이 와중에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이 이란의 식량 공급망이 기근으로 연결될 수 있는 위기에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식량과 물이 위기에 빠진 이란이 드론만 붙들고 있다고 버틸 수 있을까요?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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