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제 쪼개진 얼음판 위에 서서, 자기만을 환호하는 개들의 고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영화 '춘향뎐'  한 장면
영화 '춘향뎐' 한 장면

남녀가 서로 너무 좋아하다 보면, 몇 날이고 붙어있고 싶고, 입술마저 본드로 붙여 놓은 것처럼 영원히 붙어있기를 갈망한다.

그러나 일단 정이 떨어지고 멀어지기 시작하면, 빙하가 쩍쩍 소리내며 갈라지듯이, 마치 그러기로 약속이 되어있던 것처럼 멀어져 간다.

한번 멀어지기 시작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업고 놀던춘향이도 무겁기만 하고, 마주 보는 눈빛이 무엇을 말하든지 다 귀찮다. 상대방의 발자국 소리도 듣기 싫어지고, 마침내 상대방의 그림자마저 혐오스러워지면 종점에 도달한 거다. 그동안 주고받던 모든 밀어(密語)들이 낯 뜨거울 정도로 저주의 언어를 선사하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갈라서면서 막을 내리는 것이다.

남녀간은 가슴이 찢어지든 미어지든 이렇게 해버리고 말면 되는데, 정치판 출연자들은 처치 곤란하다. 내 목덜미 위에 올라타고 앉아 숨통을 조이는 저들은 떼어내기도 힘든 숙명적 진상들이다. 모든 성현들은 남을 미워하면 못 쓴다고 이구동성이지만, 날로 미워지니 큰일이다.

처음에는 저이가 왜 저러지? 그동안 덮어 놓았던 장막을 젖혀보니 놀랍게도 몽땅 전대협이요, OO고교 출신이고, 주사파쟁이들이다.

이제는 TV 화면에 그 얼굴들이 나오면 전두엽, 좌우뇌 모두가 강하게 거부반응을 보인다. “가만 있어봐, 뭐라고 하나 들어 보게...” 하던 것이, 이제는 잠시 쳐다볼 인내심마저 잃었다.

영화제목 그넘 목소리처럼 목소리들마저 소름 돋는다. 그림자만 어른거려도 넌더리가 난다는 말이 실감난다.

어느 민족이든 다 계파가 있고 충돌도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 쪼개지면 그 땅에 사는 국민과 국체(國體)가 모두 위험하다. 모름지기 앞으로의 지도자, 그리고 역사에 길이 남을 영웅은 국민들 마음에 소름과 넌더리가 안 나게 해야 한다. 이걸 하지 못하면 만사가 끝이요(萬事休矣), 남는 게 없을 것이며, 일신에도 화()가 덮칠 가능성이 높다.

원하지 않는 일이지만, 한 인간을 짚고 넘어간다. 국회의사당 로비에 여자 대통령을 발가벗긴 그림으로 전시해놓고 히히덕거리던 자도 세금을 파먹은 바 있다. 나중에 마누라까지 후위공략 패러디로 얼굴이 알려지게 되었으니, 애들 볼까 무섭다.

이 자는 처음 매스컴에 등장할 때, 영국 유학까지 한 수사학 전문가(표창원)로서 경찰에도 인재가 있구나하는 신선감을 주었으나, 알고보니 포졸깜도 안된다. 젠틀맨의 나라 영국까지 가서 돈 들이고 배운 자가 한국에 돈 벌러온 막노동자보다 매너가 없다. 영국에서 영국 여왕에게 그 짓을 했다면 벌써 불귀의 객이 되었을 것이다.

국가지도자가 저런 짓들을 보면서도 방관할 적에, 얼음판은 또 한 번 요란하게 쪼개지고 만다.

요즘 또 하나 별종의 인간을 본다. 선생님이 공부를 가르치는데, 밑을 내려다보면서 딸딸이(찰찰이의 방언)를 하다니, 이 인간의 서글픈 가난뱅이 코스프레는 많은 청년들에게 서글픈 멍자국을 남겼으며, 그에게 내가 낸 세금 10원도 아깝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그는 이제 쪼개진 얼음판 위에 서서, 자기만을 환호하는 개들의 고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얼음판 위에 그 무거운 엽전들을 한가득 올려놓았으니, 물에 가라앉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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