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비봉 시절풍자] 조구기는 여러 코스로 순회교육이 잡혀 있다고 한다. 법을 가르치던 훈장질을 해서 죄가 더 무겁단다

헌병대 저승순찰조로 저승 9999계(界)를 지나가다가 군대 동기를 만났다.
“아니, 박 하사? 여기 웬 일이냐?”
“응, 지옥문 위병소에서 쭈욱 근무하다가 최근에 여기로 전출왔어. 유격대 조교 출신이 필요하다 해서.”
이승이나 저승이나 기합주는 방법, 벌서는 방법은 대동소이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엎드려 뻗쳐를 하고 있고. 조금 더 가보니, 웬 노인들이 손들고 무릎 꿇고 앉아 있었다.
“전에 뭐 하셨나요?”
“바티칸에 근무했습니다.”
힘차게 대답하는 모양새가 군기가 바짝 들었다.
“거기서 뭐 했습니까?”
“교황직, 추기경직에 있었습니다.”
“아니 근데 왜 여기서 이런 곤욕을? Domine Eleison!(주여, 자비를)”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이 없다.
그 옆에 피티 체조 8번 ‘누어서 온몸 비틀기’를 하고 있던 무리 중에서 두 사람을 골라 인터뷰를 했다.
“이름이 뭔가요?”
“파스칼입니다.”
“데카르트입니다.”
돌아보니 고대 그리이스의 대철학자부터 저명도 높은 석학들을 모조리 끌어다 놓은 게 아닌가?
“아니, 여기서 왜 이런 개고생을 하고 계십니까? 죄명이 뭡니까?”
“아는 척 한 죄입니다. 거세게 우긴 사람일수록, 기합을 세게 받습니다.”
“어허, 이해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
근데 저 건너편에 편한 자세로 둘러앉아 브라보콘을 먹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일갈하신 데카르트에게 물었다.
“저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저이들은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했던 갈릴레이 갈릴레오, 코페르니쿠스 등입니다. 우리들은 밢고 사는 땅이 네모난지 세모난지도 모르고 아는 척 하고 남을 가르친다고 깝친 죄로 벌을 받는데, 저들은 사형을 당하면서도 옳은 소리를 했기에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들도 대기권 밖에 나와서 보고 다들 깜짝 놀랐어요. 어떻게 그런 데 매달려서 살았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갑니다. 세상에서 진리, 정의, 공식, 이념 이딴 걸 많이 만든 사람들은 일단 여기로 끌려와서 심사분류를 받습니다. 학위 따위를 받아서 그걸로 호강한 사람들은 가중처벌입니다. 아무짝에도 못 쓰는 걸, 애들한테 고생스럽게 외우게 한 죄도 크답니다. 오류가 발견되면 저기 빨간 모자 쓴 조교들로부터 특별교육을 받구요.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아는 체 했던 파스칼(Pascal)도 왜 갈대가 생각을 해야 했는지 여기 와서 반성 많이 하고 있습니다.”
박 하사가 말한다.
요즘 부서가 자꾸 늘어난다고. 최근에는 ‘앵벌이과’가 새로 생겼다고 한다.
내게 지구에 앵벌이가 요즘 유행이냐고 묻는다. 조구기는 여러 코스로 순회교육이 잡혀 있다고 한다. 법을 가르치던 훈장질을 해서 죄가 더 무겁단다. 법의 대가리에 항문을 붙이고, 항문에 대가리를 붙이고 맘대로 한 죄, 이바구를 겁 없이 놀린 죄 등등, 중죄란다.
“안 본다고 농땡이 치나? 전원 헤쳐모여!”
박 하사가 옛날 유격장에서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무리를 자갈밭으로 끌고간다. 아마 선착순 포복을 시키려나보다.
한 차례만 시켜도 팔꿈치 무르팍에서 피가 철철 날 텐데. 남의 근무지라서 뭐라고는 못했지만, 심하다 싶었다. 조교를 화나게 하지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