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비봉 시절풍자] 도둑질이라는 게, 처음에는 일단 가슴이 콩당콩당 뛰면서, 호흡과 맥박수가 빨라지고

해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도둑질이라는 게, 처음에는 일단 가슴이 콩당콩당 뛰면서, 호흡과 맥박수가 빨라지고, 손끝이 떨리고, 전신의 모세혈관까지 총긴장하여, 진땀이 흐르는 게 일반적인 소견(所見)이다.
첫 번째 해먹을 때의 추억은 다양하다. 여기서는 해먹음은 밥을 해먹거나 하는 게 아니고 도둑질을 의미한다. 부엌의 깨진 놋쇠그릇 하나 몰래 들고나가서 엿을 바꾸어 먹을 때부터 도둑 근성은 성장하기 시작한다. 동무의 과자를 하나 훔쳐먹을 때까지는, 교회 선생님이 말하는 "지옥에 간다" 까지는 염려하지 않는다.
청렴 맹세를 한 공무원이 첫 번째 뇌물을 먹을 때(숙련된 고수가 공무원에게 뇌물을 먹일 때는 ‘접대술’이라는 양심 마취의 과정을 시술한다), 신문기자가 첫 번째 촌지를 받아 주머니에 넣을 때, 새내기 여선생님이 촌지 처음 받고 죄지은 것처럼 총총걸음으로 화장실로 달려갈 때 등등도 다 여기에 해당된다.
정신적 수술을 겪고 나면, 두번째, 세번째, 횟수를 거듭할수록 위 증상은 경감되어 간다. 횟수가 거듭되면서 나중에는 거의 모든 신체 신호에서 정상 소견(正常所見)을 회복하게 된다.
그러나 이 짓이 생활화가 되면, 중독성(addiction-risk)이 발생하는데, 해먹을 것을 보고도 못 해 먹으면, 오히려 ‘이상소견’이 나타나고, 때가 되어서도 거르게 되면, 심한 히스테리 증상에 시달리게 된다.
이런 ‘도둑질 갈급증’이 일어날 때, 절에 올라가 삼천배(三千拜)를 하거나, 성당에 가서 고해성사를 하거나 해서 해소하는 도둑남녀는 1000명에 하나도 없기 때문에, 도둑질은 그 어떤 종말에 이를 때까지 멈추어지지 않는 것이다.
어떤 의혹을 받고있는 한 가련한 여인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진땀에, 비지땀에, 식은땀에, 평생 방사(房事)를 하면서도 못 흘려 본 양(量)의 땀을 흘리면서 서 있는 것을 목격하고 놀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맨 처음에 도둑질을 할 때, 등골에 식은 땀이 흐른다고 하지 않았던가. 횟수를 거듭하면서 발한(發汗), 부정맥(不整脈),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완화된다고도 했다. .
그런데 그 완화되었던 것이, 어떤 중간 돌출 단계에 도달하여, 자기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의 입으로 되짚어야 하는 순간, 한꺼번에 기억과 증상이 소환되는 현상이 발생하였기에, 단시간에 많은 땀을 흘리게 되는 것이다. 옷 안으로는 더 많은 양의 땀이 흘렀을 것이다. 어떤 작자는 그 여인의 멘탈이 대단하다고 했는데, 이는 무덤덤하게 생긴 인상 때문에 일견 착시(錯視)에 의한 것이다. 그녀의 표정이 닭 잡는 여인처럼 태연하여도, 지독한 고문을 견디어 내는 특수훈련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번에 진땀을 뺏으니, 이제 고비를 넘겼다고 오판하기 쉽다, 마(魔)의 진짜 고비, 큰 쓰나미는 첫번째 파고(波高)를 잘 넘겼구나 하고 한숨 돌릴 적에 돌연 산더미처럼 덮쳐온다.
어느 신(神)에게 빌어도 별 소용이 없을 것이며, 자신의 결단만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간이다. 외출 시에는 절대로 혼자 다녀서는 안된다. 나 외에는 모두가 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권하건대, “내려놓고, 내려오너라.” 이것이 죽지 않고 사는 길이다. 무력한 할머니들의 돈을 알궈먹고, 혼자서 호사를 다 누린 죄는 저승의 심사과에서 이미 낱낱이 전산에 올려놨다는 소식이다.
보는 자들은 재판이 늦어진다고 툴툴댈 필요가 없다. 사인교 안에 앉아서 가는 그의 모습이 호사스러워 보이지만, 실상 그의 내심은 유타사막의 소금밭처럼 하얗게 타들어가고 있기에, 이미 행형(行刑) 중이나 마찬가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