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2년 공동으로 ‘자치의과대학(自治醫科大學)’ 설립 계획을 수립하면서 지속적인 무의촌 해소 방안을 치밀하게 마련

[최보식의언론= 박영재 서강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행활' 한 장면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행활' 한 장면

필자는 물리학자지만, 또한 일제강점기 시절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로서 첫발을 내디딜 때 ‘히포크라테스 서약’을 온몸으로 새기며 환자들을 돌보셨던 아버님의 인생 여정을 지켜보면서 두루 목격하며 살아왔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와 의사공동체 모두 머리를 맞대고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하고 생명은 뒷전인 채 '강 대 강'으로 치닫고 있는 안타까운 이번 의료사태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우선 필자의 전공과 관련하여 우리는 자연현상을 접하다 보면 자연으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곤 하는데, 그 가운데 복잡계 분야에 속하는 ‘동기화(synchronization)’와 관련된 흥미로운 자연현상을 보기로 들겠다. 

한 과학자가 남부 아시아의 청정 지역에서 반딧불이(Pteroptyx malaccae)에 대해 관찰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날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면서 반딧불이들이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제멋대로 깜빡거리다가 한밤중이 되면서 집단 전체가 자연스럽게 동시에 같은 진동수로 깜빡거리며 깜깜한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는 동기화 현상을 목격하였다.

또한 그는 매우 밝은 조명등을 이용해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동기화된 진동주기 Tn으로 조명등을 깜빡거리다가 인위적으로 서서히 진동주기를 Td로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다 보면 ±15%까지는 모든 반딧불이들이 바뀐 Td에 맞추어 깜빡거렸지만 이 오차한계를 초과하는 Td에 이르자 조명등의 진동주기에 맞추던 것을 포기하고 무질서하게 깜빡거리며 동기화가 깨지고 만다는 실험 결과를 얻었다.”

이런 복잡계 현상은 비단 뇌파나 심장박동과 같은 생체신호 등을 포함한 자연과학 분야뿐만 아니라, 미국의 나스닥과 한국의 코스닥이 동기화가 일어났다느니 깨졌다느니 하며 투자자들을 울리고 웃게 하는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관찰된다. 이렇듯 오늘날 복잡계 현상은 자연과학의 경계를 넘어 모든 영역에서 목격되며 새로운 흐름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의료분쟁 분야도 결코 예외일 수 없기에 비록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기는 하지만, '동기화 현상'을 참고하여 다수가 호응하며 동참할 수 있는 의대 정원의 적절한 확대 등을 포함한 개혁 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고 본다.

먼저 의사 양성 방안과 관련해 아버지의 인생 여정을 지속적으로 지켜보며 목격한 관련 내용도 살피고자 한다.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0년 무렵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외화 획득의 방안으로 국가 차원에서 서독에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했다. 

이 무렵 비공식적으로 민간 차원에서는 일본 면허가 있는 연세가 50~60대인 한국인 의사들을 일본 무의촌진료소로 파견하여 역시 적지 않은 외화 획득에 기여하는 정책을 폈다. 당시 계약조건은 한국에서의 의사 평균 연봉보다 3-4배 높았다. 또 일본 무의촌진료소 의사로 10년을 근무한 다음에는 자유로이 일본 어디에서든 의사직을 수행할 수 있다고 들었다. 그 사례로 아버지의 경우 1975년부터 나라현 진료소에서 10년 근무한 다음, 자유 선택에 따라 오사카 지역 진료소에서 8년 근무하다가 귀국하여 여생을 편히 지냈다.

필자는 방학 때마다 일본의 친가를 방문했었는데 그때마다 일본의 진료소 사무직 책임자와 촌장을 포함한 지역 주민들이 자신들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의사 분들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생생하게 접하곤 했다.

당시 일본은 비록 한국인 의사들에 의해 일시적으로 무의촌 문제를 해소했다. 하지만 항구적인 해결책이 아니었기에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2년 공동으로 ‘자치의과대학(自治醫科大學)’ 설립 계획을 수립하면서 지속적인 무의촌 해소 방안을 치밀하게 마련하였다. 

이 무렵 필자가 들은 바로는 지방자치단체가 후원한 자치의대생들은 입학 후 전원 기숙사 입소, 전원 장학금, 의사면허 취득 후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하는 무의촌진료소에서 5년간 의무 근무가 핵심이었다.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한국과 모든 면에서 두루 비슷하면서도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이후 서양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앞서간 일본이 그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의사 양성 방안과 지역 기피 및 전공 기피 분야 문제 등을 포함해 지역의료계의 제반 문제들을 무난히 해결해 왔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이를 잘 참고하면 대한민국은 심각한 시행착오 없이도 효율적으로 다수가 바라는 의료 개혁을 무난히 성취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먼저 우리 모두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에 중독된 상태에서 자녀들의 적성은 외면한 채 맹목적인 의대 선호 성향에 기인한 상위권 자연계열 고등학생들의 심각한 의대 진학 쏠림 현상을 부추기는 학부모와, 그동안 의사 양성을 포함한 여러 문제에 대해 무책임하게 손놓고 있던 의학계 지도그룹 및 해당 정부 부처 관계자들 간의 이해 충돌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현실을 직시하며 냉정하게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 반딧불이의 '동기화' 유지를 위한 한계 조건의 교훈을 새기며, 시급한 의료 환경 개선과 지속적으로 우수인재를 육성하며 세계적으로 첨단과학기술 분야를 선도해야 할 이공계가 처한 절박한 상황 속에서 책임 있는 관련 당사자들이 중지를 모아 대한민국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기 위한 총체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도출하기를 간절히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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