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법규상 국회의원 한 명당 9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는데

[최보식의언론=곽대중 개혁신당 대표실 팀장]

MB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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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국회의원실에는 '갑질'과 관련한 이슈가 많느냐?"는 질문을 듣곤 한다. 

의원실 갑질 풍토가 우리 사회의 다른 부분, 그러니까 기업이나 단체, 언론, 학계, 문화, 스포츠계 등에 비해 평균적으로 높은 수준인지는 쉽게 가늠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언젠가 중견기업에서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후배랑 이야기를 하다가 그 후배가 "기업 현장에서 갑질이 훨씬 가혹한데 정치권은 좀 유난스럽다"며, '별것 아닌 일로 시끄럽다', '정치권에서 일하는 보좌진은 좀 유약한 것 같다'는 식으로 이야길 하길래 크게 화를 냈던 적이 있다.

어쨌든 정치권이 한 번씩 떠들썩해서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갑질 풍토가 많이 사라지고 있고, 그렇게 진보하는 양태가 중요한 것이지, "그까짓 일로 시끄럽다"는 식의 견해로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들어보니 그 후배가 직장에서 하급자들에게 그러는 것 같은데, 정치권에 있었으면 진작 퇴출당했다. 필자는 세상은 그렇게 나아지는 것이라 믿는다. 

여하튼 의원실의 갑질이 유난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왜 그러는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인데, 의원실 보좌관은 잠시 공무원 신분을 갖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정규직'이 아니다. 언제 잘려 나갈지 모르는 파리 같은 목숨들이다. 

"당신 채용!"이란 의원의 한마디로 일반인이라도 즉시 국회의원 보좌관이 되어 공무원 신분을 가질 수 있지만, 의원이 "당장 짐 싸!"라고 하면 또 즉시 일반인 신분으로 돌아간다. 인사권이 완벽하게 의원의 손아귀에 있다.  

둘째, 이 바닥이 좁다. 국회의원 300명에 보좌진이 각 10명쯤 되니 3천 명 정도 직업군이 형성되어 있는데, 그중에서 의원 개인 인맥을 통해 들어온 '어쩌다 보좌진'이 아니라 '언제나 보좌진'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1,000~2,000명 규모다. 아파트 단지 하나 정도 작은 규모. 그러니 소문이 굉장히 빠르고, 평판이 중요하다. 

셋째, 의원실을 장돌뱅이처럼 도는 경우가 많다. 국회의원 임기가 4년이라 4년 내내 보좌진이 특정한 의원과 함께하는 줄 아는데, 그런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의원이 속한 상임위가 바뀌면 전문 영역이 달라지니 보좌진까지 바꾸는 경우가 많고, 의원이 "요샌 쇼츠가 대세니까 영상 전문가를 더 들여야겠다" 마음먹으면 기존 비서관 몇 명이 잘려 나가고 그 자리를 PD 출신이나 영상편집 전공자가 채우는 식이 된다. 잘린 사람은 자신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또 다른 의원실을 찾는다. 

넷째, 장돌뱅이의 영역이 정당을 뛰어넘기도 한다. 민주당 보좌진은 민주당 소속 의원만 모시고, 국힘 보좌진은 국힘 의원만 모시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필자가 21대 국회 때 민주당 중진 의원실에서 눈여겨봤던 '능력자' 비서관이 한 명 있는데 얼마 전 국회에서 우연히 만났더니 국힘 중진 의원과 일하고 있어 좀 놀란 적이 있다. 그렇게 정당마저 넘나들며 일하다 보니 역시 이 바닥에서는 평판이 중요하다. 

그런데 '평판'이라는 것이 물론 능력에 대한 평판을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 의원들은 '묵묵히 일하는 태도'를 제일로 친다. 

또 '입 무거운' 보좌진을 우대한다. 따라서 억울해도 참고, 그릇된 것을 보아도 못 본 척 해야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침묵의 카르텔이 여의도 바닥에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게 대놓고 떠들 수 없으니 술자리에 끼리끼리 모여 앉아 조용히 씹으면서 소문은 무성해지고, 일단 한 번 싸워야겠다 맘먹으면 "그래, 끝장을 보자" 하고 이판사판이 되는 경향이 있는가 보다. 

다섯째, 육십 넘어서도 보좌진을 하는 특별한 케이스가 있기도 하지만, 의원 보좌진 세계의 정년은 대체로 40대 중후반이다. 그 나이를 넘기면 기업 대관으로 가거나(물론 40대 이전에도 대관으로 많이 간다), 무슨 기관에 감사 자리 하나라도 찾아가거나, 컨설팅 업체 같은 데 가거나, 그동안의 경험이나 연줄을 바탕으로 당선 가능한 기초의원 자리라도 하나 꿰어 차거나, 어쨌든 살 날이 40년은 더 남아 창창하기만 한데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 보좌진 세계의 비애다. 

그 '노후 준비'가 대부분 기존 의원실 경력과 연결되어 있으니, 역시 "조신하게 의원님들 잘 모셨다"는 평판이 중요하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녀석"이란 평가는 노후 설계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원실 보좌진을 국회의원이 아무나 무작위로 채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회 사무처 산하에 일종의 '인재풀'을 구축해 놓고 그중에서만 선발할 수 있도록 하자느니, 채용과 해임 절차에 엄격한 제한을 두자느니 하는 여러 가지 대안이 나오고 있지만, 과연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의원님들의 기득권이 걸린 문제인데, 자기 규제를 스스로 할 수 있을까?

화제를 좀 돌려보자면, 현행 법규상 국회의원 한 명당 9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는데, 국회의원에게 과연 이렇게 많은 보좌진이 필요한가 하는 의문을 늘 갖는다.  

5선 경력의 김종인 위원장은 "제대로 일할 줄 아는 의원이라면 보좌진은 4명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씀하시곤 한다. 

사무실에서 전화 받을 사람 1명, 돌아다닐 일이 많으니 운전할 사람 1명, 자료 수집하거나 정리할 사람 1~2명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1980년대까지 국회의원 1인당 보좌진 숫자는 4명이었고, 민주화가 되면서 6명, 2010년경부터 7명, 19대 국회에 9명 체제가 되면서 갈수록 늘어났던 것인데, 의회의 권위가 올라가고 사회가 전문화되면서 보좌진 숫자도 늘었다지만, 보좌진의 숫자가 늘었다고 의회의 권위가 높아진다거나 국회의 전문성이 높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요는, 의원이 전문적이면 굳이 그렇게 많은 보좌진이 필요 없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이준석 의원의 경우 9명의 보좌진을 풀로 채우고 있기는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자면 보좌진은 두세 명이면 충분하다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이준석 의원실 보좌진은 '의원에게 다 만들어 떠먹여주는' 역할이 아니라 그야말로 '의원의 빈틈을 보좌해 주는' 역할에 집중돼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고(물론 그 방 보좌진의 능력은 출중하고 아주 열심히 일한다), 최근에는 프로그래머를 보좌진으로 채용해 "이곳이 의원실인가?" 할 정도로 의원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치 시스템을 자동화하고 업그레이드 하는 방향에 인력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  

차제에 말하자면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준석 의원이 당대표로 있는 개혁신당의 당대표실 업무를 맡고 있는 중인데, 당대표에 따라 업무 범위와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하면서 새삼 놀라고 배운다. 

전임 당대표의 경우는 비서실장, 정무실장, 행정팀장, 보좌역, 수행 기사까지, 작은 당에 뭘 그리 주렁주렁 갖다 붙이지 못해 바빴는데, 지금은 비서실에 나 혼자뿐이다. 혼자로도 충분하다. 

역할도 업무적 소모품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정무적으로 '보좌'하는 역할에 집중되어 있어서, 이제야 제대로 "정치적 동지로서 대우받는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결국엔 보좌진이 문제가 아니라 의원의 전문성이 문제다. 특정 분야에 식견이 높고, 정치적 경험을 충분히 쌓아온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 

전문성도 없지, 정무 감각도 없지, 그렇다고 인성이 좋은 것도 아니지, 그런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국회의원이 되니 '빈 머리'를 채우려고 소리나 바락바락 질러대고, 글줄 깨나 쓰고 홍보 좀 하는 사람들 긁어모아 이미지를 포장하면서 'SNS 정치'나 하려고 하고, 특정 진영과 팬덤 지지층에 기대서 재선, 3선 누리며 '고인 물'이 되어 썩은 정치가 면면히 이어 오는 중이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전문적 능력을 갖춘 사람들의 국회 입성이 늘어나고, 의회민주주의의 기반이 튼튼해지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짧게 말하자면 단기적으로는 진영 논리에 기반한 양당 정치의 기둥이 무너져 제3정당의 경쟁 체제가 만들어져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소선거구제에 기반한 승자독식의 정치 시스템이 종식되어야 한다. 갑질러나 선동가, 이미지 포장꾼이 아니라 '실력파 능력주의자'들이 국회에 들어올 수 있도록 시스템 자체를 뜯어 고쳐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양당의 기득권은 문제의 근본을 절대로 고치지 않을 것이고, 작년에도, 올해에도, 내년에도, 우리는 개혁의 꿈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2026년 새해 벽두에 언제나처럼, "정치교체, 시대교체, 세대교체"의 희망을 다시 한 번 읊조려 본다. 안 되더라도 부딪히고 부딪히고 또 부딪히고, 싸우고 싸우고 또 싸워서라도 반드시 언젠가는 고쳐 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새해를 시작한다. 묵묵히, 산 하나를 옮기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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