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 정보시대의 도래...연봉이 기업가치 좌우할까

[최보식의언론=윤정구 이화여대 경영대학 명예교수(인사조직 전략)]

jtbc 캡처
jtbc 캡처

 서울대는 13일 홍범준 좋은책신사고 대표로부터 '발칙한 자연과학적 상상과 수리 논증을 위한 무주·쎈 연구기금' 1천억원을 기부받았다고 밝혔다.

기금은 향후 10년간 매년 100억원씩 연구비를 지원하고 연구 공간을 구축하는 데 활용된다. 물리학·화학·생리의학 등 자연과학 분야 노벨상과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를 향후 10년 이내에 배출하는 것이 목표다.

홍범준 대표는 서울대 수학과 83학번이다.  좋은책신사고는 학습참고서, 아동 단행본, 인쇄 및 물류 사업 사업까지 진출하며 교육출판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청소년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습 교재 '쎈'(SSEN)과 '우공비' 브랜드로 유명하다. 지난해에는 '2025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 중고등교재 부문' 1위에 선정됐다. (편집자)

중고등학교 교재를 출판하는 유명출판사 '좋은책신사고' 사장이 서울대에 1000억을 기부하겠다는 뉴스가 나오자마자, 직원들에게 갑질하는 녹취가 터졌다.

철학과 문화가 없는 기업이 어려움에 처하면 '우로보러스' 현상이 발생한다. 우로보러스는 뱀이 배가 고프면 자신의 꼬리를 먹어가며 죽음을 재촉하는 현상이다.

요즈음 출판시장이 어려워지니 배고품을 견디지 못한 유명출판사들이 우로보러스가 되어 종업원을 먹어치우다 발각되어 문제를 일으키는 현상이 심심치 않게 뉴스에 등장한다.

이번 사장 갑질 사건으로 '좋은책신사고'의 홍범준 사장은 얼마 전 서울대 1000억을 기부한 걸로 매스컴에 소개됐다. 하지만 그러자 그와 관련된 '갑질' 녹취가 곧바로 터져 나왔다. 

초연결시대에는 아무리 가짜 뉴스가 판쳐도 존재하는 모든 장소와 사람 사물에 CCTV가 장착되고 주변의 모든 활동들이 녹취가 되고 필요한 경우 녹취가 수시로 공개되어 시시비비가 가려지는 시대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경영진이 내외부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회사에 장막을 쳐놓고 전횡을 저지르는 것이 더는 가능하지 않은 시대다. 기업 내부사정과 외부에 알려진 정보 사이에 비대칭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기업의 평판을 결정하던 비싼 연예인을 등장시키는 포장 광고의 역할도 이런 광고를 받아 해주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레거시 방송사의 영향력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대신 기업이 실제로 내부 구성원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결정하는 투명한 거버넌스와 진정성 있는 기업 문화가 기업의 몸값을 결정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실제 요즈음은 내부 구성원을 어떻게 취급하는지를 알기 위해 굳이 블라인드에까지 갈 필요가 없을 정도로 기업은 '알몸'이 되고 있다.

초연결 사회가 심화되어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지고 포장이 벗겨지기 시작하자 내부 구성원을 주인으로 대우하는 민주적 거버넌스와 진정성 있는 문화에 대한 정보가 과거 어느 때보다 기업가치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연구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최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에이전시 버슨(Burson)이 발표한 '글로벌 평판 경제: 새로운 시대를 위한 새로운 자산군」' 보고서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져 기업의 알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거버넌스와 일터 문화가 실제 기업가치를 얼마나 결정하는 지를 보여주는 자료다.

보고서는 기업의 내부 거버넌스와 일터의 문화에 대한 평판이 단순히 광고로 세탁한 ‘착한 기업’ 이미지를 초토화 시키고 실제 전 세계적으로 7조 달러(약 9,500조 원) 규모의 재무적 자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지적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인공지능(AI)이 가져온 기술 효율성이라는 상수를 ‘일터(Workplace)’ 관리에 어떻게 반영하는지를 결정하는 경영자들의 철학과 거버넌스가 기업 브랜드 평가에 반영되어 실제 기업가치를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진성기업(Authentic Company)으로서의 평판을 유지하는 기업은 연간 최대 4.78%의 추가 주주수익률, 즉 ‘평판 배당금(Reputation Dividend)’을 받는다. 반면 평판 관리에 실패한 기업은 실질적인 재무적 손실인 엄청난 ‘평판 세금(Reputation Tax)’을 치러야 했다.

밖으로 공개되는 제품의 질이나 혁신성이 평판을 주도하는 과거 기업 브랜드 가치 평가 경향과는 다른 현상이다. 정보 비대칭이 사라져 기업도 알몸을 보여주어야 하는 초연결 AI 시대의 평판은 기업이 이 강력한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내부 구성원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변화에 적응시키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AI를 단순히 인건비 절감을 위한 ‘해고의 도구’로 활용하는 기업은 효율성을 얻는 대신, 시장과 인재로부터 외면받는 막대한 평판 세금을 내게 된다. 나빠진 평판이 얻는 효익을 상쇄하고 남을 정도고 이것은 매년의 평가에 반영되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버슨의 분석 결과, ‘일터’ 항목은 평판 구성 요소 중 중요도 인식(11%)은 좀 낮았으나, 상위 기업과 하위 기업 간의 성과 격차(11.8%)에서는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이는 많은 기업이 내부 구성원을 다루는 민주적 거버넌스와 철학이 있는 일터 문화를 가볍게 여기지만, 실제로는 이 요소들이 기업의 실력과 주가로 반영되는 기업가치를 극명하게 갈라 놓는 지점임을 시사한다.

효율성을 위해 AI 도입은 불가피한 일이다. 기업가치 평가에서 진정한 승자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AI 인재철학(AI People Strategy)’을 가진 기업이었다. 직원을 단순히 대체할 대상이 아닌, AI와 협업하여 가치를 창출할 파트너로 인식하고 이들의 재교육(Reskilling)과 AI에 올라 탈 수 있도록 업스킬링에 투자하는 기업만이 기업가치를 구축할 수 있었다. 또한 이러한 AI 인재철학과 인재전략이 위기 상황에서 기업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회복탄력성이 되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무너지고 기업의 알몸인 일터의 문화와 인재를 관리하는 철학이 고스란히 기업가치에 반영되는 현상은 실패의 비용이 큰 항공우주나 에너지 산업에서 더 심각했다.

이런 회사 중 여전히 예전의 화려한 외부 홍보에 승부수를 거는 회사와 거버넌스와 일터의 투명성 제고에 투자한 회사의 격차는 특히 컸다. 결국 AI 시대의 리더십은 기술적 해박함을 넘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업의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구성원과 얼마나 공동으로 설계하고 관리하는지 문제인 거버넌스의 민주화가 결정한다.

평판과 기업가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장보의 비대칭성이 급격히 사라지고 AI 효율성이 요동치는 지금과 같은 초뷰카 시대를 항해하는 지금, 기업이 직원을 바라보는 관점과 철학은 실시간으로 데이터화되어 시장의 평가로 직결된다.

우리 회사는 지금 평판 배당금을 쌓고 있는 회사인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세금을 체납하고 있는 회사인가?

지금은 쿠팡과 좋은책신사고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보이지 않던 ‘일터’와 종업원에 대한 철학이 회사의 기치로 직접 반영되는 시대다. 누구든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알몸이 된 자신을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없다면 생존하기가 점점 힘들 것이다. 기업뿐 아니라 개인도 마찬가지다.

초연결 디지털 시대는 언제든지 요청하면 알몸(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용기가 가장 큰 자산이다.

 

 윤정구 이화여대 명예교수 jkyoon@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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