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 통일부 외교부 보고를 보면 "저거 하려고 TV생중계 하자고했구나"라고 무릎을 쳤다

[최보식의언론=김세형 언론인]

춘천MBC 화면 캡처
춘천MBC 화면 캡처

과연 넷플릭스보다 재밌는 장면이 국정 업무보고 파이널을 장식했다.

대통령에 대한 국정업무보고에서 사상 처음 시도된 TV생중계는 환단고기나, 인천공항 이학재 사장 쫑크 주기로 시끌시끌했던 것도 사실이다. 약간의 잡음이 일자 이재명 대통령은 "요새 넷플릭스보다 재밌다더라"며 끝까지 생중계를 강행군으로 밀고 갔다.

도중에 보면 "탈모가 요즘 생존에 관한 문제라던데 의료보험혜택을 주면 안되냐? " "생리대 값이 비싸다더라" 등등 재미난 구석이 있었다.

이학재 인천공항사장이 달러밀반출 책임은 세관소관이라고 페이스북으로 이 대통령에 반격하자, 공직자들의 무책임한 태도를 "천하의 도둑놈 심보"라고 일갈한 것도 블랙코미디였다.

업무보고 마지막 날 통일부 외교부 보고를 보면 "저거 하려고 TV생중계 하자고 했구나"라고 무릎을 친 사람도 있었을 것 같다.

미국 언론은 "이재명 정권은 성향이 친북 친중"이라는 표현을 줄기차게 했다. 그 때문에 대통령 당선 축하 전화도 늦고 트럼프와 정상회담이나 관세협상에서 애를 먹인 티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미국이 이 정부의 친북 친중을 약점 삼아 골탕먹이고 관세협상 3,500억 달러에서 바가지를 썼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피스Peace maker, 나는 Pace maker"란 표현을 듣고 미국 측은 속으로 "상당한 아부야"라며 그때부터 한수 접어준 것 같기도 하다.

통일부 신년 업무보고에서 '친북'이 아니라 '감동할 감북(感北)'정책으로 노골적으로 나가는 모양이다.

그동안 여러가지 밑자락을 깔았다. DMZ 대북확성기 방송을 끄고, 위헌판결이 났던 전단살포를 재차 금지하고, 더 나아가 전단 살포를 경찰이 단속할 경찰법개정안을 필리버스터를 뚫고 통과 시켜줬다.

김정은이 유심히 지켜봤을 것이다. 보안법폐지법안이 올라와 있는데 엊그제 갤럽여론조사에서 폐지반대 55%, 찬성 21%에 그쳤다.

이재명 정부 이후 북의 김정은에 대한 가장 큰 선물은 국정원의 대북방송 중단일 것이다.

역사상 김대중 문재인 정권에서도 한 번도 중단이 없었고, 탈북자들에게 "왜 탈북하게 됐느냐?"로 물으면 국정원 대북방송을 듣고 남한 생활을 동경하게 돼 결심했다는 답변이 가장 많다고 한다. 이 정부는 그것을 해결했으니 북은 감동했을 것이다.

통일부 업무보고 관련 기사에서 신문들은 "북한은 남쪽이 북침할까봐 걱정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제목으로 뽑았다. 넷플릭스를 넘어 코미디 뺨치는 재밌는 말이다. 

남쪽이 북한을 쳐들어간다고? 누가 뭘 얻으려고?

400년전 청나라 병자호란이후 효종이 잠시 '북벌론'을 띄운 이후 대한민국에서 북의 6.25 남침으로 작살이 나고서도 그 이후로도 박정희조차 북침을 시도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왜 지금 핵을 가진 북한에 탱크를 몰고 들어가 뭘 얻는단 말인가?

이 대통령의 워딩은 "북한은 혹시 남쪽이 북침할까봐 삼중철책 치고 탱크라도 넘어올까봐 방벽을 쌓고 있다"는 거였다. 강대 강으로 나가다 보니 정말로 증오하게 된 것 같다고도 했다. 윤석열의 한밤중 평양 상공 드론 띄우기를 겨냥한 발언 같다.

필자는 북한이 왜 철책을 치고 방벽을 쌓는지에 대해 북한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답이 왔다.

"DMZ에만 치는 게 아니다. 북한 신의주 일대 압록강 쪽에도 똑같이 국경봉쇄 철책을 치고 있는 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김정은은 핵개발 성공후 독자생존에 자신이 붙어 "남북은 더 이상 동족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국가 관계"라고 2023년 12월 노동당 중앙위전원회의에서 선언했다.

그래서 북한주민 국경 탈출을 막으려고 압록강변과 남한쪽 DMZ에도 철책. 방벽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것을 '북침'으로 포장하는 것은 넷플릭스보다 재밌단 말은 맞다.

이 대통령은 이어 "북한노동신문을 왜 (남한 주민이) 못 보게 하느냐? 우리 국민 의식 수준을 낮춰 보는 것 아니냐?"고 했다. 북한신문을 공개하라는 거다.

나는 이 지시에 대찬성이다. 진짜 김정은 일당이 뭣들 하는지 샅샅이 보고 싶다. 그 대신 이재명 정부도 해줘야 할 게 있다.

독일 통일과정에서 보면 답이 잘 나와 있다. 빌리 브란트 총리는 통일플랜을 짜서 동독에 돈을 지원해주는 대가로 이산가족 상호방문, 서독 TV시청 허용, 주민간 편지소통 등을 보장받았다. 동독 주민을 장벽에 가두지 말고 자유세계가 어떻게 흐르고 문명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알도록 하라는 거였다. 그래야 독재가 견제된다. 실제 그렇게 했다.

북한 주민은 김정은 왕가의 독재통치 놀음으로 인권과 자유를 박탈 당하고 생활 수준이 말이 아니다. 그것을 구제해주는 것이 같은 한민족으로서 통일의 이유이고 통일부는 그런 작업을 하라고 만든 부서이다.

이 정부들어 전단살포금지, 방송금지 등은 모두 거꾸로 간 것이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평화보따리를 준비해서 풀겠다고 업무보고 했다.

원산갈마지구에 남한 이산가족들을 관광 보내고 중국 관관객들을 원산해변 휴향지에 유치하고 그들을 북한을 경유하여 남쪽 방문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UN제재가 안 풀려 어쩌고 저쩌고 주류 신문들이 비판하지만 그런 날아 왔으면 좋겠고 필자는 금강산 관광해본 적이 있는데 원산 관광도 가보고 싶다. 비장기 전향수를 북에 돌려보낸다는 것도 인도주의 차원에서 좋다. 해보라.

정동영은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도 포부를 밝혔는데 이런 대목에서 통일부 구상이 현실성이 없는 '뻥쟁이'란 생각을 들게 만든다. 우선 되는 것부터나 해보시라.

김정은은 남북은 적대적 두 나라라고 문을 닫아 걸었는데, 통일부 신년업무보고는 북한 쪽에 바늘구멍이라도 뚫어야한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바늘구멍'이란 말은 이 대통령과 정동영 둘 다 말했다.

그런데 북측은 접촉 자체를 거부하고 일언반구 말이 없다. 내년 4월 트럼프의 베이징 방문길에 김정은이 베이징에 와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우리 측은 그때 이재명 대통령을 합석시켜 주길 앙청할 것 같기도 하다.

북한 김정은 감동 작전이 넷플릭스 스토리보다 더 재밌게 하늘의 구멍을 뚫는지 한번 지켜보자.

이재명 정부는 '내란몰이'가 끝나면 지지율이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을 남북대화 재개, 극적인 남북정상회담같은 이벤트로 만회하여 내년 6월 지자체선거에서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을 꿈꾸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현 정부가 깜빡해선 안 될 금도는 분명히 있다.

북측은 현대 한국사에서 6.25전쟁. 청와대습격, 아웅산테러, KAL기 폭파,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국민납치 등을 그치지 않고 저질러온 무도한 불량정권이자 가해자였다. 아직도 매월 10여 건 DMZ를 침범하는 현행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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