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명을 짓느라고 한참 공모를 하느니 어쩌느니 소란을 떨 것이 분명한데, 과민할 필요 없다

어려운 시절을 힘겹게 살아내던 변두리 죽마고우들이 논쟁이 한참이다.
“ 너는 어느 당으로 갈 거야? 이왕이면 같이 가자.”
“ 나는 신화당으로 갈 거야, 거기가 제일 잘 나가.”
“ 나는 청량당으로 갈 거야, 새로 생겼는데 잘해준데.”
여름 방학은 어느 해나 거의 예외없이, 장마가 끝나고 땡볕 더위가 시작하는 7월25일 경에 시작한다.
골목길에서 숨박꼭질, 자치기, 말치기, 서로치기...살을 비비며 뛰놀던 찐동무들이 당을 달리 하면서, 한동안은 경쟁관계가 되어야 한다.
동무들은 신작로에서 골목에서 마주치지만, 자기와 친한 동무의 목소리가 들린다 싶으면, 일부러 피해주기도 하고, 때로는 반가운 마음에 마주앉아 다리를 쉬곤 했다.
“ 아이스케키, 달고 시원한 청량당 아이스케키! ”
“ 한국에서 제일 달고 맛있는 맛나당 아이스케키 왔어요, 아이스케키~~~ ”
“ 형배야, 우리 서로 하나씩 바꾸어 먹어볼래?”
그 옛날 아이스케키집이나, 동네 제과점들은 일본식을 따라, 상호의 끝에 당(堂)자를 붙이는 상호를 많이 사용했다. 그 많은 당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유명했던 고려당, 태극당은 아직 남아있는가.
대한민국 정치사에 수많은 정당들의 당명이 지어지고, 활동하고, 다투다가, 사라져갔다. 모대학 동양철학과에서 작명(作名)을 강의하던 교수가 말한다.
“ 이제까지의 당명 중에서 제일 잘 지어진 당명으로 <자유당> 과 <민주당>을 꼽는다. 건국 초기에 처음 출범했던 그 두 당의 당명이, 명리학(命理學)상으로, 그리고 정치이념상으로도 가장 준수하다.
그러나 자유당(自由黨)이 왜 망했는지 아는가? 자유(自由)라는 글자는 참 아름다운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여기에 당(黨)자가 붙으면서, 뜻이 해괴해진다. 자(自)는, 스스로, 저절로 自 이고, 유(由)는 따르다, 본으로 하다, 말미암다 由 이다. 당(黨) 자는, 원래 도둑 무리를 뜻하는 글자가 黨이다. 즉, 자기 스스로 도둑의 본을 받는 무리들이니 망하지 않고 배기겠는가. 정당들이 반은 政을, 반은 黨을 하니,, 이는 반쯤은 正한 자들이 모여들었다가, 나중에는 모두 도략(盜掠)에 능한 도둑무리 黨이 되고 마는 것이다."
오늘에 와서 적반하장, 염치상실의 풍조가 팽창하더니, 도둑의 혐의를 받고있는 자들이 서로 나서서 창당을 한다고 한다. 과연 어떤 자들이 그들 앞에 모일런지, 그리고 구군읍면동(區郡邑面洞)의 작은 도둑들이 기세도명(欺世盜名)에 열심인 허깨비들과의 작당(作黨)이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지 자못 궁금하다. 당명을 짓느라고 한참 공모를 하느니 어쩌느니 소란을 떨 것이 분명한데, 과민할 필요 없다. 옛날의 아이스케키집 이름 중에서 골라도 좋은 이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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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제가 민주당(民主黨) 당명을 풀어보았는데요.
민(民),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자들이
주(主), 주도권을 잡고 나서
당(黨), 모두가 도둑무리가 되어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