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인사를 보면 뚜렷이 나타난다

강호논객 한정석

삼성은 인재 육성을 중요시한다고 한다. 그래서 인사가 능력 중심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건 솔직히 삼성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삼성은 이미 거대한 관료주의에 갇혀있다. 조직이 죽은 것이다.

삼성전자의 인사를 보면 뚜렷이 나타난다. 삼성전자의 인사는 개별 사업장 단위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전사적 차원에서 책임 인사가 이뤄진다. 가령 가전 부분에서 에어컨이 부진하다고 하자. 그 이유가 기술 개발의 부진일 수도 있고 마케팅 부분의 역량 부족이나 미스일 수도 있다. 또는 경쟁사의 비교우위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사업 단위에서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하지만, 삼성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유 불문, 그룹 차원의 성과주의 인사가 적용된다.

냉장고와 에어컨을 함께 책임지는 상위 임원이 작살나면 그 아래 부장들, 과장들이 마치 군대에서 '줄빳다 인사' 나듯이 날라간다는 것이다. 개인적 차원의 능력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책임의 영역을 공유한다면 모두 문책 대상이 된다.

삼성은 가전에서 완성품이 아니라 글로벌 부품 공급 사업으로 전환했어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일본 소니 짝 난다'라는 올드 마인드를 가진 임원들의 브랜드주의 함정에 갇혀 있었다. 관료주의가 삼성 내부에 깊숙히 자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저작권자 © 최보식의언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