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業)의 개념이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업의 본질에 관한 질문으로 삼성의 CEO나 고위간부들을 늘 고민하게 만들었다
최영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박광기 전 삼성 부사장

이건희는 선대를 뛰어넘은 극히 드문 2세다. '은둔형 천재'의 리더십은 삼성전자를 글로벌 1등으로 만든 견인차였다. 10년 만에 1등이 됐고, 그 1등을 30년 유지하게 만든 수훈갑이었다.
그러나 부자가 3대를 못 가는 법이다. 이재용에 이르러, 삼성은 중차대한 위기다.
5년 전 삼성전자와 애플을 비교하면 애플은 다른 회사다. 아이폰 매출은 66%에서 49%로 줄었고, 앱스토어 등 서비스 쪽이 2배 이상 늘었다. 수익은 서비스 쪽이 기기판매보다 2배나 높다. 반면 삼성전자는 그대로 머물렀다. 그러니 매출은 5년 전, 수익률은 더 한심하다.
이재용은 아버지 이건희에게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 같다. 창업자 이병철에게서 이건희는 제대로 배웠다. ‘업(業)의 개념이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업의 본질에 관한 질문으로 삼성의 CEO나 고위간부들을 늘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는 가전은 조립 양산업, 반도체는 양심 산업이자 시간 산업, 카드업은 부실 채권 관리가 각 사업의 ‘업의 본질’이라고 정의했다. 업의 본질에 충실했던 삼성 관계사들은 상당수 1등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오늘날 대부분 정체(停滯) 내지는 경쟁력을 잃고 있다.
왜 그럴까? 이건희 회장이 설파한 업의 개념은 사실상 팽창기에 있는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KSF(Key Success Factor, 핵심성과지표), 곧 어디에 집중해 혁신해야 매출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느냐다.
사업이 생애주기 변곡점에 도달하면 이 회장의 매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는 가전업을 조립 양산업이라고 규명한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조립 양산에만 집중했다면 지금쯤 삼성 가전은 명품은커녕 대만 폭스콘과 같은 제조 하청업체로 전락했을 것이다. 제품은 수단이고 제품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가 진정한 ‘업의 본질’이다.
기업은 업의 본질을 찾아 한 단계 더 진화하면서 3류에서 2류로 일류로 발전한다. 선진국이 제조산업으로 성장한 후 예외없이 제조업의 본질인 서비스 경제로 옮겨가는 배경이다. 업의 변곡점을 간파해야 한다. 촉을 세워야 그것을 볼 수 있다.
삼성의 2인자 정현호가 구설에 시달린다. 이학수 최지성 장충기를 합친 것보다 더 파워풀, 힘이 더 세단다. 그러나 창의와 자율이 강물처럼 흐르게 하긴커녕 마른 수건을 짠다. 참으로 구태의연하게 20세기 형의 조직 관리에만 급급하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