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논객 한정석

노화기에 세상이 재미없어지는 이유는 경험이 축적되어 새로운 것이 없어서가 아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자신의 역사와 과거를 부정해야 하는 것이 고통스럽고 힘들기 때문이다. 그것이 '늙었다'는 의미다.

지나온 삶에 대한 인정 욕구때문에 노화기에는 자기 생각과 다른 이들의 성공에 질투심을 넘어 증오를 억제하기 힘든 경우들이 자주 발생한다. 그것이 '괴퍅하다'는 의미다.

노화기를 넘어 노년에 이르면 무엇인가를 남기고 싶어한다. 그러려면 먼저 자신의 과거와 화해해야 한다. 성공적인 화해가 이뤄지는 노년과 그렇지 않은 노년이 있을 뿐이다.

권세와 명예, 부를 얻은 노년일수록 자신의 과거와 화해는 더 고통스럽고 어렵다. 육체는 스러져가도 정신은 더욱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정치 세력과 국가에도 해당한다.

한국의 보수는 개인이나 이념이나 노화를 넘어 말년기 상태에 있다. 새로운 꽃잎들과 열매를 위해 재생과 부활의 통과의례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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