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4차원적'이고 엉뚱한 이정현 위원장이어서 할 수 있는 결단
[최보식의언론=최보식 편집인]

완패가 예정된 지방선거에서 아무도 관심없던 국힘의 공천 작업이 뉴스가 된다는 게 '뉴스'다.
보름 전쯤 '야상'을 입고 등장한 이정현 공관위원장이 사퇴 소동을 벌이고 현역단체장을 컷오프 하면서 만들어낸 '흥행'이다. 여기에 후보 공천 신청을 거부하며 줄다리기를 하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조연' 역할을 했다.
장동혁 지도부의 설득으로 사퇴 이틀만에 되돌아온 이정현 공관위원장은 일성으로 "자신이 공천 전권(全權)을 부여받았다"는 걸 내세웠다.
그러면서 '혁신 공천'을 내세워 김영환 충북지사를 컷오프 하고, 박형준 부산시장의 컷오프를 시사한 발언으로 난리가 났고, 대구시장에 출마한 주호영 국회부의장, 추경호 전 원내대표 등에 대해서도 컷오프 소문이 떠도는 중이다.
당연히 정치판에 오래 있었던 '컷오프' 당사자들은 "망나니 칼춤" "밀실공천" 이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이들의 지지자들도 함께 들고일어나는 중이다.
하지만 나는 컷오프에 관한 한 이정현의 '혁신 공천'에 점수를 주고 싶다. 이들은 현역이기에 나름대로 세력이 있고 당내 경선을 하면 상대적으로 유리하지만 본선에서는 어차피 승산이 없다. 그렇다면 이런 기회에 물갈이를 해버리는 것도 나쁜 선택이 아니다.
또 이들이 컷오프(예정)의 도마에 오른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가령 김영환 충북지사는 그 지역에서 수해가 났을 때의 처신이나 사실여부를 떠나 금품 수수 의혹 등으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던 인물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발탁된 뒤 이제 71세 나이로 보나 충분히 정치를 한 셈이다. 지금 평판으로는 본선에 나서봐야 당선 확률이 높지 않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3년 전 처참한 성적의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무능함'의 낙인이 찍혔다. 심지어 그는 통일교 뇌물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결격사유가 있는 민주당 후보(전재수)에게조차 여론조사에서 계속 밀리고 있다. 국힘이 그런 그를 내세워 부산시장 자리를 지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구시장에 출마한 주호영 의원은 사람은 좋지만 국회의원 6선을 할 때까지 중앙무대에서 그 선수(選數)에 맞는 정치적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그렇다고 TK의 맹주도 되지 못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밤에 애매모호한 행적을 보여준 추경호 전 원내대표 등 다른 출마자들도 마찬가지다.
본인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이들의 대구시장 출마는 만만한 안방에서 정치 인생의 화양연화를 한번 더 늘리겠다는 것밖에 없다. 대구 출신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경기지사에 도전하는데, 왜 국힘당 TK 의원들은 왜 안방으로만 돌아올까.
심한 표현을 쓰면 이런 이들이 소위 '정치 기득권 세력'이다. 이들은 컷오프 당하지 않더라도 정치를 그만둬야 할 때가 됐다. 하지만 이들은 결코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고 후배들을 위해 길을 열어주지 않으려는 이들을 치겠다는 것은 '좀 4차원적'이고 엉뚱한 이정현 위원장이어서 할 수 있는 결단이다. 여기까지는 응원한다.
정작 문제는 이정현 위원장이 이들을 처낼 결심을 하면서 '대안 카드'를 마련해놓았느냐는 것이다.
김영환 충북지사를 컷오프하니 남은 후보는 '윤석열 변호인' 윤갑근 전 고검장, 윤석열 정권 시절 경찰청장 윤희근, 조길형 전 충주시장 등이 남았다.
박형준 부산시장을 컷오프 하면 검사출신 초선 주진우 의원뿐이다.
주호영· 추경호 의원을 탈락시키면 '박근혜 분신' 유영하 의원, '윤석열 정권의 상징'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 등이 남는다. '컷오프' 대상의 현역들이나 남은 후보들이나 무슨 차이가 있나 싶다. 이들이 '혁신 공천'의 혁신 후보들일까.
장동혁 지도부와 갈등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끝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으면, 윤희숙 전 의원, 이상규 서울 성북을 원외당협위원장, 이승현 인팩코리아 회장만 남는다. 윤희숙 전 의원은 그렇다치고 나머지 둘은 거의 대중 인지도가 없다. 이들 셋만으로 경선해 서울시장 후보를 뽑는 게 무슨 의미가 있고 과연 선거 흥행이 가능할까(두번째 연장해준 공천 신청 마감일17일 오후에 오세훈 시장은 후보 등록함).
국힘의 완패가 예상된 지방선거이지만, 어쨌든 당은 선거에서 한번 해보겠다는 작정으로 가장 경쟁력있는 후보를 만들어내야 한다. 기존의 현역을 쳐내는 것만이 목포가 아니고, 이들을 대신할 훨씬 상품성 있는 인물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현역을 경선에 끌여들어 불쏘시개로 삼든 신인을 발굴해 스타로 탄생시키든 극적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어야 이정현 위원장이 '망나니 칼춤' 소리를 듣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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