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중동전쟁이 러t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뒤흔들까

[최보식의언론=김진안 전 삼성전자 중동구 지역장 전무]

15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 장면(위), 미국의 러시아 석유 제재 기습 완화(YTN 화면 캡처)
15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 장면(위), 미국의 러시아 석유 제재 기습 완화(YTN 화면 캡처)

지난 2월 말 개시된 미국·이스라엘 연합군의 이란 타격은 중동을 넘어 전 세계 경제와 안보 지형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최근 가장 큰 변화는 그간 신냉전의 대척점에 서 있던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을 향해 외교적 러브콜 혹은 절박한 협조 요청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재무부는 국제원유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자 유럽 국가들과 사전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수출 통제 일시 해제(4월 11일까지 한시적 적용)를 발표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유가 폭등($100 돌파)을 막기 위한 한시적 조치"임을 강조하고 있다. 해상에 묶인 러시아산 원유 약 1억 배럴을 시장에 풀어 푹등한 국제 원유가격을 잡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또한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가장 큰 수혜를 받고있는 중국, 일본 ,한국, 영국,프랑스 등 5개국에 각기 자국의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을 호위할 군함을 파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오래 전부터 이란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를 유지해왔고 서방과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등진 상태다. 러시아는 현재 비밀리에 이란에 드론 전술과 정보(Intelligence)를 제공하며 미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동 내 미군거점들에 대한 좌표를 제공하고있다는 의심도 받고있다.

미국으로서는 러시아가 이란에 첨단 무기나 전략적 지원을 확대할 경우, 중동 전쟁이 제2의 베트남전이나 아프가니스탄전 같은 ‘무덤’이 될 것임을 잘 알고 있어 우크라이나에 이어 이란전쟁까지 러시아를 마냥 적으로 놔둘 수 없는 상황이 왔다.

중국은 이란 석유의 최대 수입국이자, 지난 2023년 사우디와 이란의 수교를 이끌어낸 국가다. 이란은 어차피 이란산 원유의 최대수입국인 중국의 유조선에 대해서는 호르무즈해협 통과를 허용하고 있다.

중국이 유조선을 호위할 군함을 보낼 필요가 없는데도 군함 파견 요구를 한 것은 중국을 중동전쟁의 방관자가 아닌 당사자로 끌여들여 중국이 가진 대(對)이란 영향력을 동원해 이란의 무모한 보복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막아주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자존심을 굽히고 중국과 러시아에 손을 내미는 이유는 명확하다. 무엇보다 2026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게 고유가 상황은 치명적이라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중간선거 전에 전쟁을 끝내 중동을 안정화시키고 국제유가를 낮춰야 한다. 그래서 러시아와 중국을 이용해서라도 중동전쟁의 조기 종식을 이끌어 내고 전쟁이 끝난 후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얻어 중동지역의 안정된 관리를 하는 것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손잡기는 결코 아름다운 화해는 아니며 이해당사자들의 계산기는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우선 미국은 중동에 발이 묶이지 않고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실현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적의 힘을 빌리는 전략적 협력이며 동시에 굴욕을 감내해야 하는 인내의 과정이다.

중국은 미국이 중동에서 힘을 소진하는 사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 한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에 관세 인하나 기술 제재 완화를 협상 카드로 제시할 것은 너무나 뻔하다.

러시아의 경우 중동의 혼란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관심을 분산시키는 최적의 기회라고 판단할 것이다. 미국의 협조 요청을 지렛대 삼아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심산이 분명히 있다. 이 기회에 미국에게 빚을 지우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구상은 서방 동맹 전선에 심각한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원유 수출 통제 일시 해제가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다시 열어준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독일 메르츠 총리는 이를 "우크라이나의 등에 칼을 꽂는 행위"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유럽 연합(EU)은 러시아 선박 600여 척을 제재 리스트에 올리며 압박을 강화하던 중이었으나, 미국의 단독 행동으로 인해 대러 제재 전선의 동력이 상실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이번 한 달간 완화조치로 러시아가 최대 100억 달러(약 13조 원)의 전쟁 자금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피를 담보로 국제원유가격을 잡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유가 상승과 제재 완화가 맞물리며 러시아는 하루 최대 약 2,400억 원의 추가 세수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제재 해제가 미국이 말한 대로 한달 후에 끝나리라는 보장이 없다.

향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은 '에너지 가격'과 '서방의 지원 의지'라는 두 축에 의해 결정된다. 미국의 제재 완화가 장기화되고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간다면, 러시아는 확보된 자금으로 2027년 이후까지 전쟁을 끌고 갈 장기 소모전에 돌입할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엉뚱하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불똥이 튀어 미국-유럽 안보동맹을 흔들고 우크라이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만약 유가가 안정되지 않아 미국이 러시아 원유에 대한 제재 해제를 연장한다면, 유럽 국가들은 유럽의 안보를 위해 미국과 결별하고 독자적인 제재 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할 것이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가장 바라는 서방의 분열을 현실화하는 시나리오다. 우크라이나가 전선에서 아무리 영토를 수복하더라도, 국제 사회의 경제적 지원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 공조가 무너진다면 2026년 하반기는 우크라이나에 매우 가혹한 시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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