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날아온 경제안보 청구서
[최보식의언론=장성민 국힘 안산시갑당협위원장]

한밤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경제안보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한국, 일본, 프랑스, 영국 등 우방국들에게 호르무즈 해협의 위협이 (당신들의) 국가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국가의 위협’이 되지 않도록 호르무즈로 군함을 보내라는 청구서다.
이는 곧 호르무즈 해협의 위협을 조기에 정리하지 못해 해협의 위협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 일본, 프랑스, 영국 등은 국가가 통째로 마비될 수 있다는 엄청난 경고장이다.
'호르무즈 위협'은 곧 당신들의 국가를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 있는 ‘국가의 위협’이라는 직설이다. 당신들의 국가의 위협을 미국이 혼자 지킬 수 없으니 같이 지키자는 요구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위협을 조기에 정리해 당신들의 국가 위협도 조기에 끝내고 싶다면 위협 제거에 대한 노력, 희생, 비용을 공동 부담하자는 요구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군함을 파견하라는 요구는 단순한 군사적 경고 발언이 아니다. 이는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의 위협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 일본, 프랑스, 영국 등은 경제안보가 마비되는 참담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냉혹한 경고다.
그 이유는 바로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요충성과 이를 통해 우리 경제안보와 세계 경제에 미치는 그 파급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곧 세계 에너지·해상 통제권과 관련된 지정학적 메시지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의 ‘목줄’이자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 chokepoint 중의 한 곳이다. 전 세계 해상 석유 수송의 약 20~2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하루에 이 해협을 통과해 전 세계로 이동하는 원유량은 약 2,000만 배럴 이상이다. 한국, 중국, 일본, 인도, 유럽, 아프리카 할 것 없이 전 세계로 유통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지난해 1분기 자료를 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유통되는 원유 물동량은 중국(37.7%), 인도(14.7%), 한국(12%), 일본(10.9%) 순이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원유의 3분의 2 이상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
그래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이는 곧 세계 경제가 즉각 충격을 받게 된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의 폭은 가장 좁은 지점이 39km밖에 안 되고, 그마저 바다의 수심이 얕고 수면 하에 암벽이 많으며 대형 유조선이 항로로 이용할 수 있는 바닷길은 양쪽이 각각 3km로 합쳐 6km밖에 안 된다. 이곳도 북쪽으로는 이란, 남쪽으로는 오만과 접해 있어 이 지역에 대한 통제권의 상당 부분은 이란에 있다.
이란이 군사적으로 미국보다 약한 나라지만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강력한 통제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지리적으로 유리한 이 지점을 지금 대미 전략의 강력한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은 호르무즈 해협에 해상 기뢰를 설치하고 고속 공격정(스웜 전술)을 출몰시키고 드론을 띄우고 해안 미사일을 발사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여 이 해협을 통과해 전 세계로 이동하는 에너지 수송을 차단하겠다는 것이 이란의 대미 전략이다.
이란은 얼마든지 이런 작은 무기만으로도 해상 교통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고, 만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장기화시킨다면 이로 인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여파는 치명적이다.
유가는 폭등하고 세계 금융시장은 충격에 빠지며 공급망 위기가 동시에 발생한다. 한국, 일본과 같은 에너지 빈국은 환율 폭등으로 고유가, 고물가에 경제 혼란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이란은 해협의 장기전으로 이런 경제 교란이 발생하면 그에 따른 부정적 여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칠 것이며 이는 곧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정적 패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략적 계산을 하고 있다.
이란에게 호르무즈는 “약자의 전략 무기”라고 불린다. 이란은 어떻게 해서든 미국과의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려는 전략전술을 전개 중인 반면 미국은 조기에 끝내겠다는 전략적 목표를 갖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은 이란의 ‘장기전과 확전’이냐 아니면 미국의 ‘단기전과 종전’이냐의 게임으로 돌입 중이다. 이 전쟁의 분수령이 바로 호르무즈 해협에 달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어떤 방법이든 간에 우리는 곧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며 자유로운 상태로 만들 것이다”라는 핵심 메시지에 미국의 이런 전략적 목표는 잘 반영되어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항행의 자유’를 유지시켜 세계 경제를 안전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며 자유롭게 만들기 위해 세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첫째, 이 해협에 대한 해상 통제권 유지이다. 미국 해군 5함대는 이미 페르시아만을 통제하고 있는 상태이다.
둘째, 이 지역에 ‘항행의 자유’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국적 연합 해군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한국, 일본, 영국, 프랑스를 통해 구축할 생각이니 군함을 파견해 달라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에 위협을 가하는 이란의 장기전 교란술을 에너지 수입국인 우방국들과 연합 해군 전략으로 조기에 마무리 짓겠다는 전략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이번 호르무즈 해협전을 계기로 앞으로 이에 준하는 세계 해상 초크포인트 지역의 분쟁을 해결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셋째, 앞으로 미국은 유럽에서는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해군력을 강화시켜 대중·대러 해상 봉쇄 전략을 전개해 나갈 구상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한반도에 배치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뿐만 아니라 한미동맹군과 미일동맹군의 전략적 확장성도 동시에 구상하고 있다. 미국은 이런 장기적 구상을 이번 호르무즈 해협전이라는 실전을 통해 시험 가동해 보고 싶어 한다.
넷째, 미국은 이란이 교란전, 게릴라전이 아닌 정면전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려 할 경우에는 즉각적인 공습으로 대응해 파편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이란의 해안 미사일 기지나 해군 기지가 발견되는 즉시 모두 타격해 잿더미로 만들 것이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이 지역의 해상 통제권을 갖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미국은 이번 기회를 통해 이란의 군사 인프라를 철저히 파괴할 것이다.
끝으로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서 한국이 영국, 일본, 프랑스와 함께 '대등한' 강대국으로 선택된 것은 두 가지 차원이다.
하나는 이미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세계 5~6위의 군사 강대국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에너지 빈국으로서 에너지를 해상 통로를 통해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라는 점이다. 이는 일본, 영국, 프랑스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 국가가 모두 해군력이 강하며 군사적으로 중국, 러시아와는 확실한 거리를 두고 있는 미국의 동맹국들이라는 점도 작용한다.
한국의 에너지 구조는 원유 수입의 70% 이상이 중동으로부터 들어온다. 그리고 중동으로부터 들어오는 에너지의 95%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어떤 측면에서 한국과 일본은 세계에서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단기적인 입장에서 해석한다면 간단하다. 한국과 일본에게 호르무즈 해협의 위협에 공동으로 맞서자는 요구다.
동맹국은 공동의 목표, 공동의 가치,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함께하는 동고동락의 국가라는 것이다. 동맹국들을 위한 미국만의 일방적인 희생은 이제 더 이상 없다는 메시지다.
동맹국들이 여전히 미국의 일방적 희생에 의존해 성장하려는 밴드왜거닝(bandwagoning, 무임승차) 전략을 취하려 한다면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는 경고다. 그럴 경우라면 당신들의 배는 당신들이 지키라는 것이다. 그럴 경우 훨씬 더 많은 비용과 희생을 겪을 것이라는 메시지다.
함께 노력해서 함께 지키고 함께 잘 살 것이냐, 아니면 일방적인 우리(미국)의 희생 위에 당신들(동맹국)만 잘 살 것이냐 중에서 이제 후자의 시대, 후자의 선택은 없다는 것이 트럼프가 한국, 일본, 프랑스, 영국에 보낸 핵심 메시지다.
이 메시지를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의 장기적 차원에서 해석한다면 여전히 “세계 해상 질서는 미국이 유지할 테니 당신들도 동맹국으로서 같이 분담하자”는 미국의 해양 패권 선언이나 다름없다.
호르무즈 해협은 좁은 해협이지만 국제 해상로이기 때문에 이란이 이를 장기간 완전히 봉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란은 기뢰, 드론, 고속정 등을 이용한 부분 교란 전술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 일본, 프랑스, 영국이 연합 작전을 기민하게 전개해 나간다면 이란의 교란 전술도 차단해 세계 경제 안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이미 주한미군이 보유한 패트리엇 미사일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 포대의 중동 배치를 인정했다. 일본 역시 이미 미 중부사령부가 대(對)이란 군사작전의 전략적 선택지를 넓히는 차원에서 증파를 요청해 일본에 배치해 두었던 강습상륙함과 소속 해병 원정 부대를 중동 지역으로 파견한 것을 인정한 상태다.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한 미 제31해병원정대 일부도 파견 대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은 전함을 파견하겠다고 발언한 상태이고 프랑스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은 에너지 빈국이다. 그리고 미국의 동맹국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한국 경제의 생존은 추락한다. 경제안보는 매우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된다. 고물가, 고유가, 고환율의 쓰나미가 몰아칠 것이다.
‘항행의 자유’라는 공공재를 지키기 위한 일정한 전략적 역할을 통해 경제안보를 지킬 수 있는 비상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국가 미래 전략 차원에서 이러한 비상 탈출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P.S.
지금 대한민국 총리와 비서실장이 백악관에 사진 찍으러 다닐 때가 아니다. 사진 한 장의 청구서가 대한민국의 국가 운명을 이렇게까지 흔들어 댈 만큼 높은 비용으로 되돌아올 것을 알았다면, 백악관을 그렇게 함부로 들어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미 수차례 강조했듯이 이재명 정권의 치명적인 약점은 대미 외교의 실패에 있다. 미국을 모른다는 점이고, 트럼프에 대한 연구가 없다는 점이다.
이재명 정권의 최대 아킬레스건이자 정권의 리스크가 지금 대한민국의 리스크로 작용하는 순간이다.
외교는 외유가 아니다. 외교는 국익을 위한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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