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은 중동에서 터지고 있지만, 그 파편은 전 세계 모든 동네의 일상을 파고들고
[최보식의언론=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

뉴욕타임스(NYT)는 12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12척이 공격받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동 전쟁이 세계 경제에 던진 충격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걱정하고 있다.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전쟁의 글로벌 전이 효과
폭탄은 중동에서 터지고 있지만, 그 파편은 전 세계 모든 동네의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한국도 유가, 환율, 주가에서 이미 그 파급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 미국의 캔자스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를 돌파했다. 전쟁 발발(2026.02.28) 직전인 2월 중순경 캔자스의 평균 금리는 약 5.8% 수준이었다. 불과 2주 만에 약 20~30bp(0.2~0.3%p) 가량 급등하며 6%대에 진입한 것이다.
* 베트남 하노이의 주유소에는 "품절" 표지판이 걸렸고, 인도의 가스 화장장은 연료 부족으로 운영을 중단했다.
* 케냐의 홍차 수출길이 막혀 부패 위기에 처했고, 전세계 농부들은 폭등하는 비료 비용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비료 생산 원가의 약 70~80%가 천연가스 비용임을 감안할 때 가스 가격 상승분(70%)에 육박하거나 이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 정부의 경우, 비료 가격 상승으로부터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 보조금 예산을 기존 14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약 43% 증액)로 늘렸다.
2. 호르무즈 해협과 '1970년대의 유령'
전직 에너지부 관리 데이비드 골드윈은 이번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모두가 두려워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한다. 1973년 오일쇼크 당시 가격은 금방 내려가지 않고 10년 가까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번 사태 역시 단기에 끝나더라도 높은 에너지 가격이 지속될 위험이 크다고들 걱정이다.
1970년대의 오일쇼크가 공급자의 정치적 의지(카르텔의 담합)에 의한 것이었다면, 현재의 2026년 위기는 '물리적 파괴와 경로 차단'에 의한 것이라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많은 경제학자가 지금이 1970년대보다 더 위험하다고 경고하는 이유가 몇개 있다.
1973년, 1979년 당시 오일쇼크는 산유국들이 가격을 올리거나 정치적 압박을 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생산량을 줄인 것이었다. 즉, 협상을 통해 '수도꼭지'를 다시 열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다.
2026년 지금은 이란의 주요 정유 시설과 카타르의 LNG 터미널이 미사일과 드론에 의해 물리적으로 파괴되었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은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침몰한 선박과 군사적 교전으로 인해 물리적으로 봉쇄된 상태다. 이미 16척 이상의 유조선이 공격을 받았다. 이는 협상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끝나고 인프라를 복구하기 전까지는 공급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1970년대보다 지금이 더 아픈 이유는 우리가 석유를 쓰는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석유를 전기를 만드는 데(발전용) 많이 썼다. 그래서 유가가 오르면 석탄이나 원자력으로 대체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웠다.
오늘날 석유는 주로 운송(트럭, 선박, 항공)과 석유화학(플라스틱, 비료, 의약품)에 집중되어 있다. 이 분야들은 당장 석유 없이 가동하기가 매우 어렵다. 공급이 조금만 줄어도 가격은 폭등하게 된다. 수요가 가격 변화에 둔감한 '비탄력적' 구조가 되었있다. (가격이 올라도 수요량은 거의 줄지 않아 유가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
과거에는 카르텔의 수장인 사우디아라비아만 설득하면 시장이 안정되었다. 지금은 다르다. 이란은 정규전에서 밀리더라도 저가의 드론을 날려 유조선과 정유 시설을 타격함으로써 세계 경제를 인질로 잡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설령 오늘 휴전이 되더라도, 내일 다시 드론 하나가 날아와 유가를 띄울 수 있다는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시장에 영구적으로 박혀버렸다.
<1970년대 오일쇼크 vs 2026년 에너지 위기 비교>
* 위기 성격/ 카르텔에 의한 공급 통제 vs 전쟁에 의한 인프라 파괴
* 해결 방법/ 외교적 협상 및 증산 합의 vs 군사적 승리 및 물리적 복구|
* 에너지 구성/ 발전용 석유 비중 높음 vs 운송·화학용 석유 비중 높음
* 주요 변수/ OPEC의 단결력 vs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안전
과거의 오일쇼크가 '정치적인 병목'이었다면, 지금은 물리적인 절벽에 가깝다.이러한 물리적 한계는 소프트웨어적 처방(금융 정책 등)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이제 단순한 기름값 문제가 아니라 식량, 의약품, 반도체 등 전 세계 물류 비용과 보험료가 치솟으며 공급망의 취약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3. 지정학적 역설, '강해지는 푸틴'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전쟁은 역설적으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돕는 결과를 낳고 있다.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가했던 석유 수출 규제 일부를 완화했다. 고유가는 러시아의 경제와 전쟁 기계에 막대한 자금을 수혈하고 있으며, 푸틴은 이를 이용해 유럽 리더들을 조롱하고 있다.
4. 중앙은행의 딜레마: 인플레이션 vs 경기 침체
각국 중앙은행은 역사상 가장 어려운 선택지 앞에 서 있다. 고금리 장기화는 기록적인 국가 부채를 안고 있는 국가들의 이자 부담을 키우고 있다. 특히 AI 관련 기술주들은 금리 변화에 매우 민감하여 주식 시장의 급격한 조정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이란 공격은 미국이 여전히 전세계적인 영향력과 이익을 가진 슈퍼파워이며, 이를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의지가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글로벌 경제의 파괴적 영향을 고려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해결할 능력도 없다.
70년대 석유 파동의 악몽이 소환되는 이유이다.
#중동전쟁경제충격 #호르무즈해협위기 #제2오일쇼크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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