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날은 11월 19일로 있긴 하지만 공식 기념일이 아니다
[최보식의언론=박정원 객원논설위원(더시그넘하우스 연구소장)]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유엔이 인정한 공식 기념일이다. 그런데 남성의 날은 11월 19일로 있긴 하지만 공식 기념일이 아니다. 왜 여성은 공식 기념일로 인정받고 남성은 그렇지 못할까.
여성의날을 맞아 세상은 여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히려 지금은 남성 역차별이 만연한 세상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남성만 군 복무 의무,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의 여성 취업 쿼터제, 공공장소 여성 전용 공간 등으로 특히 2030 남성들은 불만이 많다.
더욱이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 산다는 생각에까지 미치자, 세상은 정말 여성 편인 게 확실한 것 같다. 여성이 장수하는 건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다.
그 정확한 원인은 생물학적‧유전적 요인과 사회‧행동적 요인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생물학적‧유전적 요인은 자연 선택과 도태에 의한 진화의 결과로 해석한다. 아직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그 정확한 원인을 명확히 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아이러니한 사실을 발견했다. ‘여성은 남성보다 더 오래 살지만 더 오래 앓는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여성이 장수하지만 남성보다 더 골골거리며 노후를 보내는 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이른바 ‘여성 장수 역설(Female morbidity paradox)’ 현상이다. 유사한 개념으로 ‘장수 사망 역설(Morbidity mortality paradox)’도 있다.
발표된 통계 중에 가장 최신 수치인 2024년 기준, 기대수명은 여성 86.6세, 남성은 80.8세로 여성이 5.8년 더 길다. 건강수명도 가장 최신 통계치가 2021년이다. 남성이 70.7세, 여성이 74.1세로 3.4년 차이 난다. 기대수명에서 건강수명을 빼면, 여성은 12.5년, 남성은 10.1년 더 산다.
건강수명이나 기대수명 모두 여성이 더 길지만 기대수명만큼 건강수명이 길지 않다. 따라서 마지막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골골거리며 보내는 시간이 남성이 10.1년, 여성이 12.5년으로 남성보다 2.4년 더 길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OECD 비교에서도 같은 패턴을 보인다. OECD 통계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살지만 60세 이후 활동 제한을 동반한 기간이 여성 6.3년, 남성 5.0년으로 여성이 더 길고, 좋은 건강 상태로 보내는 생애 비중도 여성이 더 낮다고 보고되고 있다.
건강수명에서 차이가 나는 통계가 있다. 이는 국민건강영양조사 등에서 사용하는 질병 없는 기간 중심의 건강수명과 통계청의 생명표 방식의 완전 건강한 건강수명의 차이다. 질병 없는 건강수명은 흔히 사용하는 남성 70세 전후이고, 여성이 74세 전후로 발표한다. 반면 완전 건강 기준의 건강수명은 남성 65.1세, 여성 66.6세로 질병 없는 건강수명보다 조금 더 짧게 나온다.
이를 자동차에 비유해서 설명하자면, 기대수명은 차가 폐차될 때까지 사용하는 기간이고, (넓은 기준의) 건강수명은 수리 없이 운행 가능한 시간을 말하고, 완전건강수명은 신차처럼 문제없는 기간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을 풀어서 설명하면, 남성은 70세부터 질병을 앓기 시작해 10년 남짓 골골거리다 사망하고, 여성은 74세부터 12년 이상을 불편한 생활을 하다가 87세가 다 돼서야 사망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시사점은 왜 10년 이상을 골골거리며 보내야 하는가이다. 이와 관련 노인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대수명의 연장이 아니라 불건강 기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여성이 오래 살면서 더 긴 시간 앓는, 즉 ‘여성 장수 역설’ 현상이 생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몇 가지 요소를 묶어서 한마디로 요약하면, 남성은 치명적인 질환과 손상으로 더 일찍 사망하는 경우가 많고, 여성은 당장은 목숨을 빼앗기지는 않지만 오랜 기간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만성질환을 더 많이 겪는 경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몇 가지 원인은 아래와 같이 나눠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남녀 질병의 종류가 다르다. 국제질병부담(GDB) 분석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결과는, 여성의 대표 질환은 요통, 우울장애, 두통, 불안장애, 기타 근골격계 질환, 치매 등으로 제시된다. 반대로 남성은 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 교통손상, 바이러스와 같은 치명적 원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쉽게 설명하면, 남성은 빨리 목숨을 위협하는 질환이고, 여성은 오래 움직이면서 삶의 질을 깎아 먹는 질환인 셈이다.
둘째, 생물학적 요인도 지적된다. 여성은 전 생애적으로 낮은 조기 사망 위험을 보인다. 폐경 이후에는 골밀도 감소, 근육량 감소, 관절‧골절 위험 증가가 커진다. 여성은 실제로 남성보다 골관절염과 골다공증 부담이 훨씬 크다. 65세 이상 골관절염 진단 경험률은 여성이 43.5%이었으나 남성은 13%뿐이었다. 50세 이상 골다공증 유병률은 여성 37.3%, 남성 7.5%로 확실히 차이가 난다. 이런 류의 질환은 사망보다 통증, 이동성 저하, 낙상, 돌봄 의존으로 이어져 건강수명을 깎아 먹는다.
셋째, 정신건강과 돌봄 부담이 남성보다 크다. 질병관리청 여성 건강 통계는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살지만 주관적 건강 수준은 더 낮고 질병 부담이 높으며, 정신건강 수준과 신체활동 실천율이 남성보다 낮다고 지적한다. 여성은 임신‧출산뿐 아니라 자녀‧부모‧배우자 돌봄의 부담을 더 많이 지는 경우가 많고, 이 누적 부담은 우울‧불안‧수면 문제‧만성통증과 연결되기 쉽다.
넷째, 사회‧행동적 요인이다. 2024년 한국 지표에서 신체활동 실천율은 남성 50.7% vs 여성 46%, 유산소 신체활동 실천율은 남성 50.6% vs 여성 44.5%로 여성이 낮다. 근육‧균형‧골밀도를 지키는 활동이 부족하면 노년기 기능 저하가 더 빨리 온다. 반대로 남성은 흡연, 음주, 손상, 자살, 심혈관 위험 쪽이 더 커서 빨리 사망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손상으로 인한 사망은 2023년 기준, 남성이 여성의 두 배 이상이었다.
노인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기대수명의 확대가 아니라 건강수명의 연장과 불건강 기간의 최소화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히 여성에게는 근육 유지, 낙상 예방, 골다공증 관리, 만성통증 관리, 우울‧고립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여성은 건강수명 감소의 출발 시기가 되는 폐경 이후 10~15년쯤 65세 전후에 근골격계 질환이 가장 크게 발병한다. 무릎 관절염은 걷기 감소→근육 감소→낙상 위험 증가로 기능 저하가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죽지는 않고 오랜 기간 아픈 상태로 지낼 수밖에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노인의학에서는 ‘기능적 도미노(functional cascade)’라고 부른다. 여성은 운동이 부족하면 65세부터 기능적 도미노가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노인의학에서 ‘근육은 장수보다 건강수명을 결정한다’고 설명한다. 건강수명을 늘리는 가장 강력한 요소가 근력 운동, 낙상 예방, 사회적 활동, 단백질 섭취, 우울 예방 등이다. 여성의 긴 유병 기간은 오래 사는 것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강력한 시사점을 준다.
당신은 오래 살고 싶은가, 아니면 건강하게 살고 싶은가?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운동을 하라. 근육을 키워라. 오늘부터 당장 실천해도 전혀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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