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종일 기생충썰] 곤충 식문화와 구두충 감염
[최보식의언론=채종일 메디피스 이사장(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동네를 지나가는 수레 상인들의 좌판에 메뚜기 구이가 가득 놓여 있는 것을 본 기억이 있고 몇 마리 먹어본 기억도 있다. 고소한 맛이 났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메뚜기를 날로 먹은 일은 없었고 다른 사람이 날로 먹는 것을 본 적도 없었다.
누에 번데기를 튀겨서 먹는 것은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다. 튀겨 먹으면 기생충 감염으로부터 안전하긴 하지만 필자처럼 번데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필자가 캄보디아의 프놈펜을 방문했을 때 소스라치게 놀란 일이 있었는데 거리 상인의 좌판에 기름에 튀긴 바퀴벌레가 가득 담겨 있는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최근 다양한 곤충을 식용으로 하자는 움직임이 있는데 다소 우려되는 점이 있다. 혹시 날로 먹는 일이 생긴다면 구두충 감염자도 나타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구두충을 아는 사람은 지극히 드물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구두충류는 최소한 1,150종이나 된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종이 있음에도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이유는 이 기생충들이 곤충류를 잡아먹는 야생 포유류나 조류, 어류 등에 기생하는 것들이고 사람에게는 거의 오지 않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인체 감염이 거의 없는 이유는 사람이 곤충류를 날로 먹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고대부터 인체 감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고대인(古代人)들에게 많았던 기생충 감염이 현대로 오면서 극히 드문 기생충 감염으로 바뀌었다.
그중 매우 흥미로운 것 중 하나인 구두충류(鉤頭蟲類, acanthocephala 또는 thorny-headed worms)는 선충류와 비슷한 채찍 모양의 기생충으로, 머리에 날카로운 침이 무수히 박혀 있고 소화관은 없고 표피를 통해 영양물을 흡수하는 특이한 종류의 기생충들이다. 암수가 따로 떨어져 있으며 크기가 매우 작은 종류에서부터 길이 65cm에 달하는 큰 종류까지 다양하다.
실제 고고기생충학 연구 결과를 보면 매우 흥미롭다. 북미 및 남미 지역의 고대인들(아메리칸 인디언들로 추정됨)에게 구두충 감염례가 많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습관적으로 곤충류를 날로 먹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금으로부터 10,000년 이전에 살았던 미 대륙 고대인들의 분변에서 구두충의 충란이 자주 발견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남서부 유타주에서 발견된 고대인들의 거주 공간인 덴거동굴과 호겁동굴에서는 10,000-11,500년 전의 것으로 확인된 사람의 분변이 무수히 발굴되었는데 이 분변에서 구두충의 충란이 발견된 것이다.
오레곤주의 한 동굴과 네바다주의 한 동굴에서도 6,300-7,200년 전 고대인의 분변에서 구두충 충란이 검출되었다. 남미 아르헨티나 산타크루즈주의 한 국립공원과 뉴퀜주의 한 동굴에서도 고대인의 분변이 발견되었고 구두충 충란이 검출되었다. 브라질과 페루에서도 3,000-5,000년 전 고대인들의 분변에서 구두충 충란이 다수 검출되었다.
북미와 남미 고대인들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구두충의 종은 다람쥐구두충이었고, 다음이 돼지구두충, 그리고 너구리구두충이었다. 돼지구두충, 너구리구두충과 쥐구두충은 드물지만 현대인에게도 감염을 일으킨다.
현대인 감염의 대부분은 2-3세 이하의 어린이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어린이가 잘못하여 곤충을 먹어 감염된 경우다. 특히, 중국에서 많은 감염례가 보고되었다. 중간숙주가 되는 곤충은 메뚜기, 여치, 풍뎅이, 구더기, 딱정벌레, 바퀴벌레 등이다. 감염되면 복통과 설사, 장 궤양 및 천공(장이 터지는 것) 등이 나타날 수 있다.
2019년 Cardia 등은 브라질 상파울로시의 산타 아나스타시오 지역에서 7,000-8,000만 년 전에 멸종한 악어의 한 종인 악어형류(crocodyliformis)의 분변에서 구두충류 충란을 검출하였다. 이는 구두충의 기원이 매우 오래되었을 것임을 시사해 주는 중요한 발견이었다.
급기야 2025년 Luo 등은 중국 내몽골의 치펭시 인근에서 발견된 바위에서 1억 6,500만 년 전에 형성된 구두충의 화석 하나를 발견하였다. 이 발견은 진화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와 지견을 제공하여 있어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되었다.
지금까지 구두충은 모두가 기생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이 화석의 구두충은 물속에서 자유생활을 했을 것으로 판단되며 턱 으로 생각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턱을 가진 자유생활종으로부터 기생충으로 진화하는 중간단계임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유럽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고고기생충학 조사에서 구두충 감염이 발견된 일이 거의 없다. 이 지역의 고대인들이 곤충을 날로 먹지 않아서였을까? 아니면 아예 이 지역에 구두충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활발한 고고기생충학 연구가 이 의문을 풀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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