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지역은 참게나 동남참게가 많이 나며 게장이 유명

[최보식의언론=채종일 메디피스 이사장(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코코보라 유튜브 캡처
코코보라 유튜브 캡처

게장은 한국인이 매우 즐기는 음식의 하나로 게장을 담근 지 2~3일에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담근 지 일주일 이후부터는 짜고 게살이 물러져서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요즈음 대부분의 게장은 꽃게(바닷게)로 담고 있어 폐흡충 감염의 위험은 전혀 없으며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그러나 참게나 동남참게로 담근 민물 게장은 지금도 폐흡충의 주요 감염원 역할을 하고 있다. 

중앙대 의대 연구팀(홍성종 명예교수 등, 2017년)은 동남참게로 담근 게장에서 염분이 5-8% 들어있는 경우 32일 후까지도 폐흡충 피낭유충이 33-50% 살아 있음을 보고하였다. 그리고 염분이 10%나 들어있는 매우 짜게 담근 게장의 경우에도 32일 후 피낭유충 생존율이 31%에 달했다고 하였다. 

참게를 영하 20도로 얼게 했을 경우에는 48시간에, 영하 40도로 얼렸을 경우에는 12시간에 피낭유충이 모두 죽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하 20-40도로 참게를 48시간 동안 얼린 후에 게장을 담근다면 폐흡충 감염으로부터는 안전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담근 게장이 맛을 제대로 낼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지난 2007년 조선시대 미라(400년 전, 하동)의 질병 유무에 대해 검사하던 서울대 의대(신동훈 교수)-단국대 의대(서민 교수) 고고기생충학(考古寄生蟲學) 연구팀은 깜짝 놀랐다. 미라의 간, 폐, 장 조직과 분변에서 폐흡충(肺吸蟲, Paragonimus westermani) 충란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미라에서 폐흡충 충란 발견 자체만으로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문 일인데 더구나 간과 장을 침범한 이소폐흡충증(ectopic paragonimiasis; 폐 이외의 장소를 침범한 경우)은 세계 최초의 발견이었다. 이 논문은 세계적인 고고학 저널 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에 게재되었다(2012년).

미라는 20~30대 정도의 여성이었는데 이렇게 젊은 여성이 왜 사망했는지 궁금하지만 특별히 다른 질환이나 몸의 변화는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간, 폐, 장의 심한 폐흡충 감염에 의한 주요 장기 기능 마비가 사망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여성은 하동 지역에 살면서 중간숙주인 민물 게나 민물 가재를 즐겨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동 지역은 참게나 동남참게가 많이 나며 게장이 유명하기도 하다. 게장을 자주 먹었거나 덜 익힌 가재(특히, 가재즙)를 먹었을 가능성도 있다. 

만일 이 여성에게 어린 자녀가 있었다면 홍역 예방 및 치료를 위한 당시의 민간요법으로 가재즙을 만들어 자주 먹였을 가능성이 있고 자기 자신도 가재즙을 함께 먹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이소폐흡충증은 5년 후 또 다른 미라에서도 발견되었다. 같은 연구팀은 경북 청도에서 발굴된 남자 미라(63세)에 대해 CT 사진을 찍은 결과 간에 작은 덩어리 하나가 관찰되었다. 개복 후 이 덩어리를 현미경으로 검사한 결과 무수히 많은 폐흡충 충란이 들어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 미라 증례는 고고기생충학 역사상 이소폐흡충증의 세계 두 번째 발견으로 기록되었다. 이 미라의 주인공도 민물 게나 민물 가재를 즐겨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도 지역에는 동남참게가 많이 나며 민물 가재도 풍부하다. 

이소페흡충증 미라 2구뿐만 아니라 폐만을 침범한 폐의 폐흡충증도 조선시대 미라 8구에서 더 발견되었다. 미라뿐 아니고 15세기 서울(한양)의 유적 토양에서도 페흡충란이 발견된 일이 있었다. 전 세계 고고학적 표본에서 폐흡충류의 충란이 발견된 것은 모두 14건인데 3건(아르헨티나, 칠레, 일본 각 1건씩)를 제외하고 11건(미라 10건, 토양 1건)이 모두 한국에서 발견된 것이다. 한국이 폐흡충의 종주국처럼 된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또는 그 전부터 폐흡충이 만연하는 나라였던 것이다. 

최근까지 조선시대 미라 총 30구에 대한 고고기생충학적 검사 결과가 보고되었는데 그중 10구에서 폐흡충 알이 발견되었으므로 대략 조선시대 주민 중 33%에서 폐흡충 감염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는 대단히 높은 감염률이며, 주민 3명 중 1명 이상이 민물 게장이나 덜 익힌 가재를 자주 먹었을 거라는 가설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노인들이 노년에 기침, 해소, 천식 등으로 고생하는 일이 많았고 기침하면서 피를 토하는 일도 많았는데 이는 상당 부분이 폐흡충증과 결핵, 그리고 간혹은 폐암에 의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전남의 해남, 강진, 장흥의 마을 장터는 기침 소리로 시작하여 기침 소리로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폐흡충 환자가 많았고, 장터 바닥에는 피 섞인 가래가 여기저기 뱉어져 있는 광경이 비일비재했다는 이야기를 다시 한번 상기해 본다. 

한동안 폐흡충증의 임상증례 보고가 뜸해 우리나라에 폐흡충증 환자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었나 보다. 

최근 11년간(2011-2021년) 전북대학교병원에서 진단한 폐흡충증 환자 179명을 분석한 논문이 2023년에 발표되었고,, 게장을 먹은 후 폐에 고름이 가득 찬 14세 여아가 폐흡충증으로 진단되는 등(2025), 국내에 꾸준히 환자가 발견,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2025년에는 캄보디아에 4년 동안 살다가 귀국한 12세 남자 어린이가 폐흡층증으로 진단되는 일도 있었다. 

폐흡충의 자연계 종숙주는 호랑이, 표범, 여우, 늑대, 멧돼지, 개, 고양이로부터 너구리, 쥐, 수달 등 작은 포유동물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일본에서는 멧돼지 고기를 덜 익혀 먹어 폐흡충에 감염된 경우가 자주 보고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고 있는데 멧돼지 고기를 먹을 경우 반드시 잘 익혀 먹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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