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으로 치매(알츠하이머병)가 일어나게 되어 있는 쥐에 톡소포자충을 감염시키면 치매 발병이 오히려 줄어들거나 예방
[최보식의언론=채종일 메디피스 이사장(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유럽 여행을 할 때 피가 아직 고여 있는 설익힌 돼지고기를 먹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기 구울 때 '미디엄(medium)'이라 하면 거의 날 것을 내오는 경우가 많다. '웰던(Well-done)'이라 했는데도 피가 남아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유럽 사람들은 설 익힌 돼지고기 요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이것이 톡소포자충 감염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돼지고기로 만든 소시지도 감염원이 될 수 있다. 산모가 감염되었을 경우에는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파되기도 하고, 수혈을 통해 또는 실험실에서 실수로 주사바늘에 찔려 감염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가장 보편적인 감염경로는 역시 돼지고기를 통한 감염이다.
톡소포자충은 뇌를 침범하는 기생충 가운데 세계 인구 중 감염율이 가장 높다. 뇌를 침범하는 기생충에는 톡소포자충 외에도 이질아메바, 가시아메바, 폐흡충, 스파르가눔, 일본주혈흡충, 광동주혈선충, 말라리아, 파동편모충 등이 있다.
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i)은 단세포로 구성된 원충(原蟲)의 하나로 고양이를 종숙주로 하며, 생쥐, 쥐, 돼지, 닭 등을 중간숙주로 한다. 그런데 사람도 고양이 분변에 섞여 나온 난포낭(oocyst)을 섭취하거나 덜 익힌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먹으면 감염이 일어날 수 있으며 중간숙주 역할을 한다.
2019년 Molan 등의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평균 26%가 톡소포자충에 감염되어 있다. 혈청 내 항체 양성률, 즉 감염률이 아프리카는 61%로 가장 높고, 유럽, 호주, 남미가 30%-39%, 미국, 캐나다가 18%, 아시아가 16%로 가장 낮은 항체 양성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요리의 천국이라는 프랑스에서는 양성률이 50%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약 5%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양성률이 낮은 편이다.
이러한 국가별 양성률의 차이는 육류, 특히, 돼지고기를 얼마나 많이 먹는지 또 얼마나 덜 익혀 먹는지 하는 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은 돼지고기만은 바싹 잘 익혀서 먹어야 한다는 오랜 통념이 있어서 그런지 감염률이 낮다.
톡소포자충에 감염되면 림프선이 붓고 열이 나는 등 몸살기가 나타나며, 만성으로 경과하면 망막염으로 진행되어 눈이 침침하고 잘 안 보이게 되는 점이 가장 흔하고 특징적인 증상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뇌를 침범한다는 점이 커다란 문제다. 뇌염, 뇌막염 등 뇌의 염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에이즈 환자나 암 환자처럼 면역기능이 저하되었거나, 또는 면역기능이 미처 발달하지 않은 신생아의 경우에는 뇌염이나 뇌막염으로 사망할 위험성이 대단히 높다.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쥐가 톡소포자충에 감염되면 뇌를 침범한 영향으로 뇌 기능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이를테면 쥐가 '정신이상'이 되는 것인데 천적인 고양이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게 되고 오히려 고양이 냄새를 좋아하게 되며 고양이 가까이에 가려고 하는 이상징후가 나타나게 된다. 이는 자연계 현상의 하나로 볼 수 있는데, 감염된 쥐를 고양이가 쉽게 먹게 하여 생활사가 잘 이어지도록 하려는 조물주의 조화인 것 같다. 톡소포자충이 쥐의 뇌 기능을 조절하여 자신의 종족보존을 하려는 기생충의 교묘한 전략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람도 톡소포자충에 감염되면 여러 가지 정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최근 자주 발표되고 있다. 스페인의 Pino 박사 팀은 2024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성인의 톡소포자충 감염 시 조현병(정신분열병), 조울증, 우울증, 강박신경증 등이 초래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다만, 소아 연령층과 청년기에는 이런 위험이 다소 낮다고 하였다.
그런데 실험적으로 얻은 결과를 보면 톡소포자충은 동전의 양면처럼 좋은 면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서울의대 신은희 교수와 한국건강관리협회 정봉광 박사 연구팀에 의하면 선천적으로 치매(알츠하이머병)가 일어나도록 유전자 조작이 되어있는 쥐에 톡소포자충을 감염시키면 치매 발병이 오히려 줄어들거나 예방되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다고 하였다.

만일, 톡소포자충을 죽인 후 분해된 물질을 치매 유전자를 가진 쥐에 주사할 경우에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궁금하며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나아가, 암 조직을 가진 쥐에 톡소포자충을 감염시키면 암의 크기가 줄어든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전혀 상반되는 결과를 제시한 논문들도 있어 좋은 면과 나쁜 면이 모두 다 있는 것 같다. 더욱 풍부한 연구 결과가 도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요즈음 고양이를 기르는 가정이 늘어났고, 길고양이 개체수도 무척 늘어나 톡소포자충 감염원으로서 고양이의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다. 예스-노로 쉽게 답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국내 길고양이 중에 톡소포자충 감염이 발견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에서만 키우는 애완용 고양이라면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본다. 쥐를 먹은 일이 전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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