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략 없이 끼어 있었던 것이 문제
[최보식의언론=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예비역 육군준장)]

올해는 1636년 일어난 병자호란 발발 390주년이다.
이 전쟁은 단순한 군사적 패배가 아니라, 국제질서 전환기에 잘못된 전략 선택이 어떤 국가적 비극으로 귀결되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역사적 사례다. 명청 교체기라는 격변 속에서 조선은 '중립'이라는 선택을 했고, 그 대가는 혹독했다. 오늘날 미중 전략 경쟁이라는 신(新)질서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이 처한 환경은 당시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4일부터 8일까지 진행되는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은 단순한 외교 일정이 아니다. 이는 트럼프-시진핑 사이에서 한국이 어떤 국가전략적 스탠스를 취할 것인가를 가늠하는 시험대다.
병자호란 390주년을 맞는 올해, 우리는 과거의 실패에서 교훈삼아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임란 때와 달리 국난을 당해 충무공 같은 장수가 없었다는 사실 외에, 임란 때 구국의 의병장들을 역적으로 몰아 병자호란 때는 의병이 없었다는 점에서 치명상을 입었다.
병자호란의 본질은 '친명 vs 친청'의 이분법이 아니었다. 문제는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순간에 조선이 자국의 생존과 번영을 담보할 전략을 갖고 있었는가였다. 광해군의 '실리 외교'는 방향성 자체는 합리적이었으나, 이를 떠받칠 군사력·외교력·국내 정치의 합의가 부재했다. 결국 1623년 인조반정 이후 조선은 명분 외교로 회귀했고, 이는 현실을 외면한 선택이었다.
오늘날 한국이 "균형외교", "전략적 모호성"을 말할 때, 이는 전략이 있을 때만 유효한 개념이다. 전략 없는 모호성은 오판을 부르고, 오판은 외교적 고립으로 이어진다.
병자호란은 "강대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라"는 교훈이 아니라, 줄타기를 가능하게 하는 안전망을 먼저 구축하라는 경고다.
미중 갈등은 일시적 충돌이 아니라 패권 질서의 구조적 경쟁이다. 기술, 공급망, 안보, 가치 체계까지 전면적이다. 이 구도에서 한국은 지리·산업·동맹 구조상 관망자가 될 수 없다.
미국은 한국에 동맹의 실질적 기여를 요구하고, 중국은 정치·경제적 레버리지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 문제는 양측 모두 한국의 명확한 방향성을 원한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취해야 할 스탠스는 분명하다.
안보는 동맹, 경제는 다변화, 외교는 원칙이다. 중국 방문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는 동맹의 대체가 아니라 관리의 차원이어야 한다.
미국과의 전략적 신뢰를 흔들면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것은, 병자호란 직전 조선이 명분과 현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때와 다르지 않다. 선택을 미루는 순간, 선택은 타인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에서 취해야 할 태도는 저자세도, 대결도 아닌 주도적 실용주의다. 이는 세 가지 원칙으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레드라인의 명확화다. 안보·주권·동맹의 영역에서는 타협 불가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것이 없으면 어떤 경제 협력도 지속될 수 없다.
둘째, 상호의존의 재설계다. 중국과의 경제 관계는 끊을 수 없지만, 특정 분야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국가안보 리스크다. 협력은 하되 대체 가능성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셋째, 미국과의 전략적 소통 강화다. 중국 방문의 목적과 한계를 사전에, 그리고 사후에 명확히 공유해야 한다. 동맹은 설명되지 않는 행동을 불신한다.
병자호란의 비극은 "강대국 사이에 끼었다"는 데 있지 않다. 자기 전략 없이 끼어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오늘의 한국은 다르다. 군사력, 산업력, 외교적 자산을 갖춘 중견국이다. 필요한 것은 결단력 있는 국가전략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와 시진핑 사이에서 취해야 할 길은 '중간'이 아니라 '중심'이다. 병자호란 390주년의 역사적 경고는 분명하다. 중립을 말하기 전에, 살아 남을 전략부터 세워야 한다.
많은 분들이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체포 압송을 두고 한마디씩 내뱉는 발언은 다음 차례는 누구인가를 예측하고 사람들의 성정이 많이 날카로워져 있으며 뉴스를 안 본 지 오래 되었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다.
rokpanzer@gmail.com
#병자호란390주년 #미중전략경쟁 #대한민국외교 #한중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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