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시작된 환율 폭동… 남의 일이 아닌 이유
[최보식의언론=김진안 전 삼성전자 중동구 지역장 전무, 김선래 기자]

이란 전역에서 '환율 폭등'으로 인한 폭동이 일어나고 정권이 흔들린다. 이란 화폐 리알(IRR)은 서방의 경제 제재와 경제 정책 실패로 인해 계속적으로 가치가 떨어져 왔는데, 최근 들어 매일 폭락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환율이야 10% 내에서 움직여도 그 폭이 심하면 난리가 나는데 1년에 환율이 2배 이상 폭락하면 인플레이션이 폭등하여 기업도 큰 문제지만 누구보다 국민들이 견디지 못한다. 인플레이션이 폭등하여 내 예금이 반토막 났다고 생각해 보라. 이만큼 환율 문제는 심각한 것이다.
리알의 달러당 공식 환율은 4만2,000리알이지만 암시장에서는 145만 리알이다. 공식환율과 시세 차이가 무려 30배다. 10년 전의 44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자산 가치가 44분의 1로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월급을 받아봐야 빵, 우유 몇 개 사면 다 사라지니 휴지 조각과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이면 가난한 서민 외에는 국민 누구도 리알을 현금으로 보유하지 않으려 하고 달러나 유로로 바꿔 보유한다. 상점에서 모든 제품의 가격은 달러로 표시되고 옆에 매일 환율 시세에 따라 리알로 동시에 표기된다.
2025년 12월 기준, 이란 식료품 가격은 24년 대비 72%, 의료품 가격은 50%가 인상되었다. 이란 기준금리는 2016년부터 18%, 2023년부터 현재까지 23%를 유지하고 있는데 정부에서 이자율을 통제하다 보니 지난 수년간 물가상승률이 30~50%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은행에 예금해 봐야 매일 가치가 떨어지고 이자율로 보전하지 못하니 국민 누구도 예금할 이유가 없어졌다.
이란 리알 중 가치가 최고 높은 화폐는 '10만 리알'짜리인데 달러로 '10센트'도 안 된다. 그러니 슈퍼에서 우유나 빵이라도 사려면 리알을 포대로 담아가야 한다. 고객이 가져오는 화폐가 너무 많아 셀 수가 없으니 무게로 달아 가치를 판단한다.
필자가 평생 주로 후진국 위주로 영업을 해오다 보니 환율에 관련한 애환이 아주 많다. 1988년인가 대리 때 처음으로 당시 유고슬라비아에 출장을 갔다. 지금의 슬로베니아 지역에 고레녜(Gorenje)라는 가전업체가 있어 VTR SKD 협의를 위해 출장을 갔다. 당시에는 인터넷도 없고 유고슬라비아는 여전히 공산 국가여서 유고슬라비아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이 입국했다.
1주일간 출장으로 들어갔는데 신용카드가 안 된다 하여 호텔비 등을 감안하여 입국 공항에서 1,000불을 당시 유고 화폐인 리라로 환전했다. 고액 화폐로만 환전했어도 양이 엄청났다.
막상 입국해 보니 신용카드가 가능했고 바쁘다 보니 리라를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출국할 때 공항에서 다시 달러로 환전을 하는데 500불도 한참 안 되는 금액이었다. 놀라 항의했더니 1주일 사이에 리라 환율이 폭락했다고 했다. 실제로 시내에서 사람들이 이상한 포대를 하나씩 들고 다녔는데 슈퍼를 가기 위해 포대에 돈을 담아 가는 것이었다.
1990년 초반에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고 모든 국가들이 극심한 경제 혼란이 왔고 러시아 역시 비슷한 상황이 되었다. 루블의 공식환율은 달러와 1:1이었다. 우리 같은 여행자는 달러당 5루블에 환전해 줬지만 실제 시장 환율은 10루블이었다. 그런 루블이 1992년 말에는 달러당 415루블, 1994년에는 달러당 1,000루블... 1997년경에는 5,000루블까지 폭락했다.
이 혼란한 시기에 환차를 이용하여 떼돈을 버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이 시기에 현재의 러시아 재벌인 "올리가르히"가 형성되었다. 러시아가 개방되면서 국영기업을 매각했고 비행기 트럭 등 군장비도 무차별적으로 판매했다. 당시 공산권 특권층들은 이런 국영회사들을 루블로 인수했다. 아주 헐값으로 인수한 것이다. 일부는 무기 등 군장비를 루블로 구매해 달러로 해외에 판매했다.
필자의 거래선 중 한 명도 이런 군수품 장사를 해서 큰돈을 벌었다. 필자 보고 군용수송기 한 대와 군용트럭들을 한국에서 팔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필자가 한국에 그런 인맥도 없고 당시에 러시아제 무기를 수입할 수도 없으니 아예 알아보지도 않았다. 현재 올리가르히는 국영기업을 인수하여 재벌이 된 것이고 나머지는 군용 무기들을 수출하여 부자가 되었다.
그리고 아프리카에 출장 다니며 비슷한 경험을 많이 했다. 아프리카 거래선은 현지화폐를 돈 취급하지 않았다. 가나인가를 출장 갔는데 거래선이 인도인이었는데 거래선 상점을 시장조사 차 들렀다. 마침 경찰서 서장이 상점을 들렸는데 필자가 보는 앞에서 돈통을 열더니 경찰서장에게 원하는 만큼 집어 가라고 했다. 그는 비닐 봉지 가득하게 돈을 채워 가지고 나갔다. 필자 보고도 필요하면 가져가라 해서 웃고 말았다.
뉴스에 이란에서 사람들이 슈퍼에서 물건을 사려고 돈 포대를 계산대에서 올려 놓고 캐시어는 짐을 다는 계량기로 푸대째 올려 놓고 무게로 계산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기막혀 보이는 사진이지만 현지에서는 경제 상황이 거의 막바지까지 몰려 있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아마도 부유층은 모든 현금은 진작에 달러로 다 바꿔 놨을 것이다. 결국 죽어나는 것은 서민들이다. 이란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아니란 내부 폭동으로 정권이 무너질 것이다.
물론 위 사례들은 경제붕괴 직전의 극단적 경우지만 우리나라도 앞으로의 외환 전망이 너무 좋지 않다. 언급한 국가들은 모두 경제 제재 등으로 수출이 거의 없는 경우지만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자동차로 수출은 여전히 잘되고 있다는 상황이 더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무역 수지가 좋고 수출은 잘되는데 원화 가치는 내려가니 일반적 경제 상식에 어긋난다. 바꿔 말하면 현재는 괜찮지만 대미 협상의 결과로 올해부터 달러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견되니 원화 전망을 어둡게 보는 것이다.
작년 말에 국민연금을 동원하여 급한 불은 껐지만 연초부터 환율 동향이 심상치 않다. 다시 1445원을 넘어 서고 있다. 한 번은 몰라도 언제까지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을 동원할 수는 없다.
올해 1/4분기 내에 1500원을 넘어 설 것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우리 일반인이 환율 예측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환전소에서 환전상이 달러 기준 환율보다 높게 쳐주면 원화 전망이 나쁜 것이고 기준 환율보다 아래로 환전해주면 원화가 안정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환전상은 철저히 그날 그날의 달러 수급에 따라 움직인다.
외환시장에도 주식시장처럼 투기 심리가 강해 한 번 수급이 무너지면 원화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진다. 그 순간이 국제환 투기세력이 노리는 순간이다. 국제환 투기세력이 떼로 몰려들면 아무리 외환보유고가 많아도 방어하기 힘들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다시 올지도 모른다.
jinannkim@gmail.com
#환율붕괴 #인플레이션공포 #제2의외환위기 #미친환율
관련기사
- 불길한 '블랙스완'의 해, 2026 ... 英FT 세계 전망
- 대통령실이 자랑한 트럼프 답례 선물... '5개뿐 백악관 황금 열쇠', 알고 보니?
- 정부 개입 외환시장에서 향후 벌어질 전쟁?
- 李대통령 왜 환율 폭등에 침묵할까?...40년 경제지 기자의 직격
- '유튜버'와 싸우는 이창용 한은 총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 환율이 무슨 '19금 야동'인가… 왜 MBC는 숫자를 감췄을까?
- 국민연금이 이미 날린 '기회손실'...뒷감당 누가 어떻게?
- 정부의 극약처방으로 떨어뜨린 환율...보름도 안돼 1474원 ↑
-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이상하다!...前 삼성전자 임원의 시선
- 원화만 지금 '휴지'가 되고 있나?... 고환율의 비밀을 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