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약세의 뉴노멀

[최보식의언론=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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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온갖 대책에도 불구하고 원화 약세 현상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환율 불안은 경제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는 원화 불안의 원인과 그것이 시사하는 경제의 근본적 변화는 무엇이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1. 원화 약세의 뉴노멀

과거 한국 원화의 환율은 달러 인덱스(DXY)와 밀접하게 연동(Coupling)되었으나, 최근에는 명확한 탈동조화(Decoupl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과거 달러가 강세로 가면 원화는 약세로 갔다.

미국 달러가 주요 교역 대상국들 화폐에 비해 얼마나 강한지를 나타내는 지수가 '달러 인덱스(DXY)'다. 이게 100이 넘으면 달러가 강세이고 100 이하이면 달러가 약세라고 해석된다.

과거 원.달러 환율을 이 지수와 정(正)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즉, 달러가 세지면(DXY 상승) 원화는 약해져서 환율이 오르는 구조였다.

과거 통계는 대략 다음과 같다.

DXY 90~95:  환율 1,100원 ~ 1,150원 (안정기)

DXY 100 내외: 환율 1,200원 ~ 1,250원 (경계감)

DXY 110 이상: 환율 1,350원 ~ 1,400원 (위기/킹달러)

글로벌 경제의 '카나리아'가 한국이었다. 워낙 수출 의존도가 높고, 한국 원화는 개방도가 높은 통화로, 글로벌 경기가 불안하거나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DXY 상승), 가장 먼저 반응하여 가치가 떨어지는(환율 상승) 경향이 있었다. 이 시기에는 환율 상승의 원인을 "미국 달러가 강하기 때문(대외 요인)"으로 설명하는 것이 타당했다.

하지만 2026년 1월 시점의 데이터를 대입하면, 과거의 공식이 완전히 무너졌음을 알 수 있다.

달러 인덱스가 106(2024년 고점)에서 98로 하락했다. 최근에 98-99 사이를 횡보한다. 과거의 패턴대로라면 원·달러 환율도 응당 1,400원에서 1,200원대로 떨어져야 정상이다. 환율이 1,500원 가까이까지 치솟으면서 원화와 달러의 연결 고리가 확실하게 끊어졌다는 디커플링(Decoupling)을 보이고 있다.

2. 아시아 화폐의 동반 하락

원화가 달러지수와 디커플링이 되는 것은 우리 경제와 아시아 경제의 근본적 변화를 시사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사실은 이게 원화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경제권의 거의 모든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아시아 디스카운트 현상'이라는 점이다.

3. DXY의 함정 (유로화 착시)

달러 인덱스(DXY)는 미국 달러의 가치를 세계 주요 6개국 통화와 비교하여 지수화한 지표다. 중요한 점은 이 6개 통화의 비중이 균등하지 않다는 것이다. 6개국 통화와 그 비중은 아래와 같다.

유로 (EUR): 57.6% (압도적 비중)

엔 (JPY): 13.6%

파운드 (GBP): 11.9%

캐나다 달러 (CAD): 9.1%

스웨덴 크로나 (SEK): 4.2%

스위스 프랑 (CHF): 3.6%

엔화를 제외하고는 아시아 화폐들은 포함되어 있지 않고 유럽 화폐가 86.4%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달러 지수의 약세는 유럽 화폐(특히 유로)에 대한 평가이지 아시아 지역 화폐에 대한 가치 변화는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 원화는 유로화보다 중국 위안화(CNY)와 더 밀접하게 움직인다. 위완화와의 공조율(상관관계)이 80-90%다. 한국 경제의 중국 동조화로 인해 달러 약세(DXY 하락)가 나타나더라도, 중국 경제가 나빠서 위안화가 약세라면 원화는 달러가 아닌 위안화를 따라가며 약세를 보인다. 그만큼 한국 경제가 중국 경제 영향권 아래 있다는 것도 시사한다.

한국이 가장 하락의 폭이 크지만 아시아 화폐들이 모두 하락하고 있다.

통화 (국가), 절하율 (가치 하락), 비고

*한국 원화 (KRW), -8.7%, 가장 큰 낙폭

*일본 엔화 (JPY), -7.5%, 금리 인상 지연으로 약세 지속

*태국 바트 (THB), -6.2%, 관광 회복 지연 및 중국 의존도

*말레이 링깃 (MYR), -5.5%, 원자재 가격 변동 영향

*중국 위안 (CNY), -4.8%, 정부의 환율 방어

*대만 달러 (TWD), -4.1%, 반도체 경기로 선방

* (참고) 유로화 (EUR), -1.5% 상대적으로

원화는 왜 여타 아시아 화폐에 비해 원화의 절하 폭이 클까? 엔화는 기축 화폐에 속하고 반면에 중국 위완화의 환율은 여전히 정부가 조작하는 환율이라서 개방 폭이 큰 원화의 변동성이 이들 화폐보다 크다. 또한 무역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다. 그만큼 내수 부진 등 한국의 고유한 요인들도 영향을 주고 있다.

4. 아시아 통화 동반 약세의 원인들

- '차이나 리스크'의 전염 (The China Drag)

아시아 경제는 중국을 중심으로 공급망이 촘촘하게 엮여 있다. 우리 제조업은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도 차이나 리스크가 한국 경제에 전염되는 이유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자본 통제가 있는 중국 위안화 대신, 거래가 자유로운 한국 원화나 호주 달러 등을 팔아 중국 리스크를 헤지(Hedge) 한다. 위안화의 프록시 화폐(Proxy, 달러 등 기축통화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화폐)가 된 것이다.

- 금리 정책의 탈동조화 (Monetary Policy Divergence)

2025년, 서구권 (미국·유럽)과 아시아의 금리 정책은 정반대로 갔다. 미국(High)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금리를 유지한 반면, 아시아는 반대로 저금리 정책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렸고, 일본은 올리긴 했으나 아주 미미했고 한국 역시 가계부채 문제로 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자율이 낮은 아시아에서 돈을 빼서 이자율이 높은 미국으로 옮기는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었다. '서학 개미'는 이런 현상이다.

일본에서도 한국의 '서학개미' 열풍과 매우 유사한, 아니 자금 규모 면에서는 훨씬 더 거대한 미국 주식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2024년 1월, 일본 정부가 '저축에서 투자로'를 외치며 비과세 투자 제도인 '신 NISA(소액투자 비과세제도)'를 대폭 확대 시행한 것이 기폭제가 되었다. 일본 개인 투자자들이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서 미국 주식 상품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일본이나 한국 정부 모두 주식 부양으로 정권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증시 포퓰리즘이 시행되고 있다.

- '트럼프 2.0' 무역 전쟁 공포

2025년 내내 시장을 지배한 것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타깃은 주로 대미 무역 흑자가 큰 중국, 한국, 베트남, 일본이다. 관세가 부과되면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선반영된 것이 아시아 화폐의 약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

5. 자본의 순유출 시대의 도래

한국과 일본은 무역수지, 경상수지의 큰 흑자에도 불구하고 원화와 엔화의 약세가 지속되는 이유는 달러가 들어오는 것보다 해외로 나가는 수요가 더 커졌다는 근본적인 변화 때문이다.

과거에는 "경상수지 흑자 = 달러 유입 = 원화 강세(환율 하락)"이 공식이었다. 하지만 2024~2025년에는 역대급 흑자를 내고도 환율이 1,400원대로 치솟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최근 경상수지 흑자의 상당 부분은 수출판 돈(상품수지)이 아니라,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기업이 해외 자회사에서 받은 배당금(본원소득수지)다. 문제는 기업들이 이 달러를 한국으로 가져와서 원화로 바꾸지 않고, 그냥 해외에 달러 상태로 두거나 해외 재투자에 쓴다.

결과적으로 장부상으로는 '흑자'지만, 외환시장에는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오지 않아 환율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없다.

또 경상수지로 힘들게 벌어들인 달러보다, 한국 개인 투자자(서학개미)들이 미국 주식(테슬라, 엔비디아 등)을 사느라 해외로 내보내는 달러가 더 많거나 비슷하다.

2023년 금융계정 순자산은 +564억달러다. 이 수치가 플러스(+)라는 것은,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한 돈보다 우리가 해외에 투자한 돈(달러 유출)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해외에서 벌어 들인 경상수지는 +354.9억 달러다. 벌어들인 달러보다 해외에 투자한 돈이 훨씬 큰 것이다. 약 약 78조원에 해당하는 달러가 순유출했다.

2024년 금융계정 순자산은 이전보다 +750억 달러로 경상수지 +700억 달러를 역시 추월했고 외환시장 수급에서 -209.1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달러 순유출 규모가 약 105조원이다.

2025년 해외자산은 +700억 달러로,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한 것보다 우리가 해외에 천문학적 금액을 더 투자하고 있다. 경상수지 +600억 달러 흑자에도 불구하고 약 100조원에 해당하는 달러가 순 유출했다.

수출해서 번 돈(경상수지)보다 개인의 주식 투자와 기업의 해외투자로 하러 돈(금융계정)이 더 많거나 비슷해진 것이 2024~2025년 한국 자본수지의 핵심 통계다.

수출로 번 돈이 금융 및 해외 투자를 통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구조가 고착화되었다.

6. 나쁜 환율 상승의 시대

과거에는 "환율 상승(원화 약세) = 수출 가격 경쟁력 상승 = 수출 증가 = 경상수지 개선"이라는 공식이 성립했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J-커브 효과(J-Curve Effect)'라고 한다.

하지만 2020년대 중반(2025~2026년)에 들어서면서 이 공식은 완전히 깨졌다. 환율이 올라도 수출 물량은 늘지 않고, 오히려 수입 물가만 올려 기업 채산성을 갉아먹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 구조적인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1) 수출 구조의 변화: "완제품이 아니라 부품을 판다" (GVC의 확산)

과거 한국은 TV, 의류, 신발 등 최종 소비재를 주로 수출했다. 소비재는 가격이 싸지면 소비자가 더 많이 사기 때문에 환율 효과가 즉각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한국 수출의 주력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철강 등 '중간재(Intermediate Goods)'다.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 때 삼성 메모리 반도체를 쓴다. 원화가 싸졌다고 해서 애플이 반도체를 더 많이 사지 않는다. 애플은 아이폰이 팔리는 만큼만 반도체를 산다. 즉, 중간재 수요는 '글로벌 경기'와 '전방 산업의 수요'에 달려 있지, 부품의 가격(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2) 해외 생산 비중 확대 (Offshoring)

삼성전자,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해외(미국, 베트남, 인도 등)로 대거 옮겼다.

과거에 기업들은 한국에서 만들어(원화 비용), 해외로 팔았다(달러 수익) 환율 효과 클 수 밖에 없다. 현재는 해외 (베트남 공장)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판다. 이 과정에서 원화 환율이 기업의 가격 경쟁력에 개입할 여지가 축소되거나 사라졌다. 현대차가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차를 만들어 팔면, 그 매출은 달러로 잡힌다. 원화가 약세라고 해서 앨라배마산 쏘나타 가격을 깎아주지 않는다. 단지 나중에 달러 수익을 본사로 송금할 때 장부상 이익(환산 이익)이 늘어날 뿐, 실제 수출 물량(Volume)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3) '수출 경합국'의 동반 약세

한국 혼자 환율이 오르면(가격이 싸지면) 유리하겠지만, 경쟁자인 일본과 중국도 같이 통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중국과 경쟁하는 상품이 많아질수록 환율의 수출 부양효과는 점점 더 없어진다.

자동차/조선/철강 등에서 일본 엔화가 역대급 약세(슈퍼 엔저)를 보이면서, 일본 제품의 달러 표시 가격이 한국보다 더 싸거나 비슷해졌다.

(4) 비가격 경쟁력의 중요성 증대 (High-End Market)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이 '고부가가치 기술 제품'으로 바뀐 것도 환율 효과가 적어진 이유다. 반도체(HBM), AI 칩, 바이오 의약품과 같은 제품을 사는 바이어는 가격 보다 성능, 수율, 품질이 더 중요하다.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사는 이유는 원화가 싸서가 아니라 기술력이 좋아서다. 즉, 환율이 수출을 결정하는 변수가 아니라 기술 격차(초격차)가 변수가 된 선진 경제로 우리가 진입한 것도 한 원인이다.

(5) 무역 장벽과 보호무역주의 (Trump & IRA)

가격이 아무리 싸져도, 상대국이 관세를 때리면 소용이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 관세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같은 비관세 장벽은 환율 효과를 무력화시킨다. 원화 약세로 한국산 철강 가격을 10% 낮출 수 있어도, 미국이 관세를 20% 부과하면 가격 경쟁력은 사라진다. 이제 수출은 환율보다는 '현지 생산 여부'나 정부의 외교적 협상에 의해 결정된다.

결론은 "나쁜 환율 상승" (Bad Depreciation)의 시대다.

결국 지금의 원화 약세는 수출을 늘려주는 '보너스'는 주지 않으면서, 수입 물가(원유, 원자재)만 높여 기업의 제조 원가를 상승시키는 '비용(Cost)'으로만 작용하고 결국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된다.

이것 "환율의 자동 안정화 기능이 고장 났다"우려하는 이유이며, 원화 하락이 경상수지 흑자를 보장하지 못하는 구조적 원인이다.

7. 환율이 어떻게 경제를 망치는가?

경제와 환율을 관계를 설명할 때 경제 불안이나 침체가 원화 약세를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지금 논의는 (정부 조작이 아닌) 원화의 약세가 경제에 악 영향을 걱정하고 있다.

경제와 환율은 '닭과 달걀'처럼 서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양방향(Bi-directional) 관계로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다.

우리가 익숙한 일반적인 인과관계는 "경제가 환율을 결정한다" 것이 정석이다. 여기서 환율은 '경제의 체온계' 역할을 한다.

경제 호황/안정: 외국인 투자 유입 → 원화 수요 증가 → 원화 강세 (환율 하락)

경제 불황/불안: 외국인 자금 이탈 → 원화 매도 증가 → 원화 약세 (환율 상승)

즉, 지금 환율이 1,400원인 것은 "한국 경제가 좋지 않다(원인)는 성적표(결과)"라는 식의 이해다.

역방향 인과관계는 "환율이 경제를 결정한다"고 본다.

지금 기사나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환율은 단순한 결과값이 아니라, 경제 주체들의 행동을 바꾸는 '가격 변수(Price Variable)'로서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원화가 약세가 되는 것의 영향은 '좋은 약세'와 '나쁜 약세' 두 가지 측면이 존재한다.

과거의 공식의 공식은 "환율 상승은 경제에 좋다 (Self-Correcting)"였다.

과거(1990~2010년대 초)에는 환율 상승이 경제를 살리는 '자동 조절 기능'으로 작동했다.

경제 침체 → 환율 상승(원화 약세) → 수출품/서비스 가격 경쟁력 확보 (현대차, 삼성전자가 싸게 팔 수 있고 해외 관광객이 늘어남)→ 수출 증가와 경상수지 (내수) 회복 → 경제 회복

그래서 과거 수출주도 시절의 정부는 은근히 고환율을 용인하거나 유도하기도 했다.

현재의 공식은 "환율 상승이 경제를 망친다 (Vicious Cycle)"이다.

지금 논의가 이쪽으로 쏠린 이유는,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과거의 '수출 증대 효과'는 사라지고 '부작용'만 커졌기 때문이다. 이를 '나쁜 환율 상승(Bad Depreciation)'이라고 한다.

경로 1 (수입 물가 폭등): 환율 1,400원 → 원유, 원자재, 수입 식품 가격 급등 → 국내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 소비 위축 → 경기 침체 가속

경로 2 (자본 유출): 환율이 계속 오를 것 같음 →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팔고 떠나고 서학개미는 달러 자산에 투자 가속 (환차손 우려) → 주가 폭락 & 금리 상승 → 기업/가계 부채 위기

일반적으로는 [경제 악화 → 환율 상승]이 1차적인 원인과 결과가 맞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이 결과(환율 상승)가 다시 원인이 되어 [환율 상승 → 경제 더 악화]라는 악순환(Vicious Cycle)의 고리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잘 돼서 경제가 살아나겠지"라는 자정 작용이 고장 났음을 의미다.

8. 독일 경제와 유럽의 통화 안정

독일은 한국, 일본과 마찬가지로 제조업 기반 수출 주도국'이며, 인구 고령화와 에너지 수입 의존도라는 공통의 숙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환율 시장에서 겪는 상황은 한국(원화), 일본(엔화)과는 완전히 다르다.

결론부터 말하면, 독일이 겪어야 할 '환율 변동성(약세 충격)'을 거대한 '유로(Euro) 시스템'이 희석해주고 있는 것이 맞다. 이를 '최적 통화 지역(Optimum Currency Area)'의 역설과 기축통화 효과'라고 한다.

독일은 "너무 싼 통화"를 쓰는 특권적 혜택 (Implicit Subsidy)을 누리고 있다. 만약 독일이 유로화가 아니라 옛날의 '마르크화(Deutsche Mark)'를 계속 쓰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독일 경제의 강력한 제조업 경쟁력과 경상수지 흑자를 반영하여 마르크화 가치는 지금 유로화보다 훨씬 높았을(초강세) 것이다. 이는 독일 수출품 가격을 비싸게 만들어 수출 경쟁력을 갉아먹었을 것이다. 현실의 유로화: 유로화는 '독일'만 반영하는 게 아니라, 경제가 약한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을 모두 섞어서 평균을 낸 통화다.

결과: 독일 경제의 체력에 비해 유로화 가치는 구조적으로 저평가(Undervalued)**되어 있다. 독일 기업(벤츠, BMW 등)은 자기 실력보다 싼 환율'이라는 날개를 달고 전 세계에 물건을 팔 수 있다. 즉, 독일은 "경제력이 약한 남유럽 국가들이 통화 가치를 발목 잡아주는 덕분에" 수출에서 환율 이득을 보고 있으며, 동시에 통화 급락 위기에서는 이들과 묶여 있어 거대한 배(유로존)'로서 파도를 견디는 혜택을 누린다.

9. 왜 유럽(유로)은 저성장에도 달러와 대등한가?

유럽 경제가 침체기(저성장)임에도 불구하고 유로화가 엔화나 원화처럼 폭락하지 않고 '1유로 = 1.05~1.10달러' 선을 유지하는(달러와 대등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 제2의 기축통화 (Reserve Currency)

유로화는 달러 다음가는 전 세계 외환보유고 2위 통화다. 전 세계 중앙은행과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위해 "달러가 싫으면 대안은 유로밖에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 원화는 불안하면 팔아치우는 대상이지만, 유로화는 위기 시에도 일정 수준의 보유 수요(Buy)가 유지되는 안전 자산의 성격을 가진다.

* 경상수지 흑자 블록 (Fundamental)

독일 경제가 힘들다고는 하지만, 유로존 전체로 보면 여전히 거대한 경상수지 흑자 지역이다.

유럽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유로화로 바꾸려는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통화 가치가 바닥 없이 추락하는 것을 막아준다. 반면 미국은 만성 적자국이다.

* ECB(유럽중앙은행)의 금리 정책

이 부분이 2024~2025년의 운명을 갈랐다.

일본(BOJ): 금리를 거의 안 올렸다. (미국과 금리 차이 극대화 → 엔화 폭락)

한국(BOK): 가계부채 때문에 미국을 따라가다 멈췄다. (금리 차이 확대 → 원화 약세)

유럽(ECB):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독일의 입김이 강해,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 연준(Fed)을 따라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했다.

이로 인해 미국과의 금리 격차(Spread)가 벌어지지 않았고, 자본 유출을 막아내며 유로화 가치를 방어했다. 아래 유럽, 일본, 한국과 미국의 기준 금리 차이를 보면 왜 일본과 한국 통화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는지 알 수 있다.

국가 ,기준금리 (추산), 미국과의 격차 (Spread),상

미국 (Fed) 약 4.75%,-,

유로존 (ECB) 약 3.75%, 약 1.00%p

한국 (BOK), 2.50%, 약 2.25%p 큰 금리 격차

일본 (BOJ), 0.75%, 약 4.00%p 슈퍼 엔저의 주범

10. 무엇을 해야 하나?

이제 무역수지나 경상수지를 갖고 환율의 안정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다. 정부가 달러의 수급 조절을 위해 쓰는 정책들의 한계가 잘 드러나고 있다.

자본수지를 바꾸는 일도 여의치 않다. 최근 국내 주식 투자에 대한 세금 감면이나 기업의 해외 보유 달러를 본국으로 송환 하는 것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은 필요한 조치이지만 그 효과는 매우 적을 것이다.

한국이 생산 거점으로는 이미 너무 비싼 나라가 되었고, 글로벌 무역 질서의 변화가 기업의 해외 투자를 늘릴 수 밖에 없는 현실과 개인들이 수익성이 높은 금융 자산을 찾아 움직이는 것은 국내에서 경제적 기회가 줄어들고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드는 상황에서는 피할 수 없고 사실 권장해야 하는 일이다.

(1) 하나는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한다. 그것은 통화 정책이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현 수준에서 그대로 놓고는 지금의 자본수지 적자를 피할 수 없다. 통화량 남발을 억제하고 금리 격차를 좁혀야 한다. 이는 가계의 이자 부담과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경제는 선택의 문제이지 대가 없는 선택은 없다.

(2) 성장 잠재력을 높여야 한다. 그것은 규제 개혁이 외는 다른 대안이 없다. 특히 제조업 공동화는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제조업이 차지하는 고용비중이나 경제 비중은 매일 낮아지고 있다. 경제활동 인구 70% 이상이 일하고 있는 서비스 산업의 고도화와 규제 개혁을 통한 산업화 (기업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주택 부동산, 건설 등의 규제 개혁만 해도 내수를 크게 살릴 수 있다. 이는 특단의 정치적 리더십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3) 유로존과 같은 기축 통화화를 시도해야 한다.

일본과 중국, 한국이 연대해서 다른 아시안 국가들과 사실상 경제 공동체와 통화 공동체를 형성하면 유로존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CPTPP가 되든 한일 또는 한중일이 먼저 시도하든 거대 기축 통화국 미국, EU에 대항해서 자유수출과 기축통화화를 시도하여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담대한 구상 없이는 이제 환율의 불안으로부터 경제가 영향을 받는 나쁜 환율의 족쇄에서 벗어날 수 없다.

 

btlee@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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