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법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물러설 때 물러설 줄 아는 것도 정무 감각의 주요한 요체
[최보식의언론=곽대중 개혁신당 대표실 팀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30일 ‘당원 게시판’ 사건과 관련해 “제 가족들이 익명이 보장된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인 사설과 칼럼 등을 올린 적이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며 “이것이 비난받을 일이라면 제가 정치인이라 일어난 일이다. 저를 비난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당원 게시판 사건은 작년 7~11월 국민의힘 온라인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과 이름이 같은 당원들이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친윤계 의원들을 비판하는 글과 언론 기사 등 1000여 건 올렸다는 의혹이다. 작년 11월 이 의혹이 제기된 이후 한 전 대표가 자신의 가족이 해당 게시물을 올렸다고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편집자)
한동훈 가족의 당원 게시판 사건에 대해 어떤 이들은 “익명이 보장되는 게시판을 까발리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비판한다.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말이다.
이 사건은 사실 작은 해프닝에서 시작했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은 원래 ‘한**’이라는 식으로 성만 공개되고 이름은 가려지는 방식을 취한다. 예전부터 그랬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름으로 검색하면 그 사람의 게시물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오류(?)가 발생했다. 그러니까, 곽대중으로 검색하면 비록 곽**이지만 곽대중 씨가 쓴 글이 다 드러났던 것이다.
사람들이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겠는가. 당연히 한동훈 당시 당대표 및 가족들의 이름으로 게시판을 검색해보았다. 그랬더니 신세계(!)가 열렸다. 한동훈 및 일가족 이름으로 된 게시물에서 뚜렷한 공통점이 발견된 것이다. 이걸 두고 ‘우연’이라 우길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합리적 의심이다.
해법은 간단했다. 한동훈 씨가 즉각 사과하면 되는 일이었다.
“우리 가족이 의욕이 과분해 그랬다, 모든 것이 내 불찰이다”는 식으로 끊고 넘어가면 되는 일이었다.
물론 그렇더라도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있겠지만, 당사자가 이미 사과한 사건에 대해 기어이 파헤치라는 정치적 요구는 오히려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한동훈이 사과했는데도 이번 당무감사 같은 일이 있었더라면 동정 여론이 분연히 생겨났을 것이다. 그러나 한동훈 씨는 타이밍을 놓쳤다.
사과에도 타이밍이 있는데 그걸 놓치고, 오히려 적반하장 식으로 대든 것이다.
정치권의 이른바 “정무 감각”이라는 것에 대해 우습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정치의 모든 것이 사실 정무 감각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무 감각이 뭐냐고 묻는다면 여러 갈래로 답할 수 있지만, “지금 이 시점에 해야 할 조치를 분명히 알고 있는 감각”이라고 말할 수 있을 테다. 그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감각이 아니고, 천성적으로 타고나는 것도 아니며, 오랜 경험과 훈련을 통해 길러진다.
정치 초보들의 실수는 이 정무 감각을 무시하고, 스스로 정치 천재라고 착각하는 것에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그랬다.
과거 윤석열의 발언 가운데 내가 가장 위험하게 생각했던 사례가 이재명을 두고 “같잖아서”라고 표현했던 일인데, 아무리 정적이라지만 정치인을 “같잖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그의 위험성을 엿볼 수 있었다. 정치인이 아니라 그 어떤 직업이라 할지라도, 상대방을 얕보고 깔보는 태도를 지닌 사람이 성공하는 꼴을 본 적이 없다.
특수통 검사로서 맨날 정치인을 심문하고 잡아 가두는 일에만 능숙했던 직업적 습관 때문인지, 윤석열이나 한동훈이나, 정치인을 “같잖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태도 때문에 정치적 판단을 종종 그르친다. “더 지저분한 놈들의 구린 뒷이야기를 내가 다 알고 있는데, 내가 왜 그들에게 사과해야 돼?”라고 가벼이 생각하는 것이다. 윤석열은 그러다 계엄을 일으켰다.
한동훈 씨가 정무 감각이 부족하다는 것은 그동안 여러 방면에서 드러났는데, 가장 최근의 것으로는 론스타 소송에서 이기자 하루에 17번이나 페이스북 게시물을 작성했던 일이다. 마치 “나 잘했지?”, “나 잘났지?”, “거봐, 내 말이 맞지?” 하면서 계속 으스댔던 셈인데, 잘한 일도 한두 번 자랑해야 멋져 보이지 자꾸 재잘거리면 ‘좀스러워’ 보이는 법이다.
“제가 크게 한 일은 없지만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조그만 디딤돌 하나 놓았다고 생각한다”는 식으로 겸손하게 말했다면 더욱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한동훈은 지금 그런 걸 판단한 능력조차 없는 사람이 되었다.
가족 게시판 사건에 대해 이른바 친한동훈 계열 정치인들은 여전히 “익명 게시판” 운운하겠지만, 그것이 그들의 '법비(法匪)적 사고'의 일천함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정치는 법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물러설 때 물러설 줄 아는 것도 정무 감각의 주요한 요체다.
#당게사건, #한동훈정무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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