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직접 나서서 환율 방어에 개입했으니 미국 재무국으로부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최보식의언론=김진안 전 삼성전자 중동구 지역장 전무]

환율이 1485원을 넘어서자 정부가 극단적 대응에 나섰다.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을 넘어서 행동으로 보인 것이다. 외환시장 개장 직후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담당국장들이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 하지 않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인 정책실행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다"라고 발언했고, 심지어 대통령실의 정책실장까지 나서서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응할 것이다"라고 밝혔었다.
얼마 전에 기획재정부 차관이 주요 대기업 대표들을 불러 대기업이 보유한 달러를 풀라고 압박을 가했다. 내년부터 미국 공장 설립 등으로 달러 수요가 급증하는데 당장 달러를 팔라고 협박(?)했다.
지금 보유한 달러를 싼값에 팔고 나중에 비싼 가격으로 달러를 사라고 하는 것과 같으니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는 황당한 일일 것이다. 정부를 위해 기업이 희생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있는 달러로도 투자 규모에 모자라 더 사 모아야 하는 판국인데 정부의 이런 무리한 요구가 대기업들에게 먹힐 리 없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발맞춰 며칠 전부터 국민연금이 대규모 환헤지에 나서는 모양이다.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까지 환율방어에 동원되었다. 국민연금이 한국은행과 외환스와프를 통해 조달한 달러를 가지고 대규모 환헤지에 나서면 원화약세를 억제해 준다.
그런데 환율이 계속 오르면 국민연금은 헷지 금액 만큼 손실을 봐야 하는 구조다.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환율이 오른 만큼 이익을 본다.
24일에는 5000만 원 한도 내에서 서학개미들이 국내장으로 갈아타면 양도세를 면제해준다는 조치도 내렸다. 미국주식 투자하여 이익을 보고 국내로 들여올 때 22%의 양도소득세를 무는데 국내주식으로 갈아타고 1년간 보유하면 양도세를 면제해준다는 것이다.
서학개미 양도소득세 면제 조치가 효과가 있을지는 솔직히 회의적이다. 양도세 감면으로 얻는 이익보다 미국시장의 전망이 더 좋다면 국내증시로 바꿔 탈 이유가 없다. 게다가 1년이나 자금이 묶여 있는 조건이니...
게다가 기업들의 해외 자회사 배당유입에 대해 95% 비과세를 적용해 왔는데 내년부터 100%로 상향조정한다. 그동안 해외 자회사의 배당금을 국내로 들여올 때 세금을 부과해 온 것인데 이중과세라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배당금이란 현지에서 이미 세금을 낸 이익금인데 국내로 들여온다고 해서 또 세금을 부과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기업들이 해외 자회사의 이익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해외에 보관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것을 이번에 해소해주겠다는 것인데 한시적인 조치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원화 환율의 전망이 아주 어두워 앞으로 원화가 10% 이상 더 절하될 것으로 보이는데 5% 감면받겠다고 원화로 환전할 멍청한 기업이 있을까?
어쨌건 이런 조치들 영향으로 곧 1500원으로 치솟던 환율이 급락하여 1448원까지 내려앉았다. 아이러니하게도 환율 급등을 막으려는 이 조치들이 오히려 환율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
24일 조치로 인해 시중에 100불짜리 달러 지폐가 시중에 동이 났다. 환율이 하룻사이에 40원이나 급락하자 너도나도 이 기회에 달러를 확보하자고 '달러 사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강남의 모은행에서 오늘 100불짜리 달러가 다 소진되었다는 공지문을 올리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환율변동에 투기심리가 작동한다.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도 환율이 급등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이런 사재기 소동이 벌어진다.
정부의 급박한 심정은 이해 가지만 이런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조치들로 상승세를 탄 원화 환율이 잡힐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환율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국가의 펀더멘탈한 경제구조에 의해 영향받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환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기본적 요인들은 다음과 같다.
1. 미국, 한국 양국 간의 기준금리 차이. 한국의 기준금리는 2.5%, 미국은 4.25% 로 1.75%의 차이가 있다. 당연히 금리가 높은 미국으로 자금 이동이 이루어진다.
2. 경제여건 및 거시경제지표: 경제성장율, 경상수지(무역수지), 물가상승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경제성장율은 정체고 수출도 반도체를 제외하면 역성장이다.
인플레이션은 국내에 민생지원금으로 돈이 많이 풀려 한국은행의 목표치인 2%를 넘어선 2.4%다. 앞으로 환율 영향으로 인플레이션이 더 오를 전망이다.
3. 국내정치및 심리적 요인: 국내정치는 불안하고 한미관세협상으로 총 3500억 불, 매년 200억 불의 대미투자를 해야한다. 게다가 대기업들의 미국 공장 설립으로 향후 막대한 달러 수요가 예상된다.
4. 외국기업 투자의 감소...: 한국의 외국인 투자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널리 소문이 나있다. 세계 최강의 노조에 노란봉투법, 상법개정안 등 이미 진출한 외국기업들도 더 이상 기업경영이 어렵다고 나가는 판국에 신규로 들어올 이유가 없다. 외국인들의 추가 투자가 없으니 원화에 대한 수요가 대폭 줄었다.
건건이 높은 달러 수요만 예측된다. 달러와 원화 수요공급의 균형이 무너진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제 펀더멘탈이 불안하니 원화보유를 기피하고 달러를 선호한다.
위에서 언급한 요인들은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개선하고 대처해야 할 과제들이지 양도세 면제나 국민연금 환헤지같은 단기적이고 피상적인 조치들로 해결될 사안들이 아니다.
당장 발등의 불을 끄려는 무리하고 임시적인 조치는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더욱 조장하고 미래의 환율 상승에 확신을 갖게하는 등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특히 국민연금이 환방어 도구로 사용된다는 것은 극히 위험한 일이다. 필자가 지식이 짧아서인지는 모르지만 선진국 어느나라도 정부의 요구에 의해 국민연금이 환 방어에 나섰다는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환율이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혼자의 힘으로 환율방어가 가능하지도 않지만 환율이 지속적으로 오르면 국민연금은 손해볼 것이 너무 뻔한데 그 손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필자는 우리나라의 언론과 야당이 이해가 안 간다. 국민연금이 환율 방어에 나서는 것은 아주 위험하고 국민 이익에 직결되는 일인데 의외로 언론과 야당은 조용하다.
여야가 나서서 특검, 특검 하는데 서로의 정치적 이익에만 특검을 이용하지 말고 국민연금까지 동원할 정도로 환율이 이렇게 되도록 방치했던 정부 관련부처에 대한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
윤석열, 김건희, 통일교 특검이 현재 뭐 그리 중요한가? 솔직히 윤석열 관련 뉴스는 이제 질려서 듣기도 보기도 싫다. 그런 특검은 정치인들이나 특정 정치집단은 몰라도 국민들에 실생활에 별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환율은 다르다.. 우리의 월급 봉투가 매일 쑥쑥 줄어드는 것이 보인다..물가가 오르고 수입은 줄어드니 그만큼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졌다.
환율이 이렇게까지 오게된 과정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누구의 책임인지 당장 명백히 가리고 처벌해야 한다.
그리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새사람들로 새판을 짜야 한다.현 금융당국자들은 경제정책에서 이미 실패했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 기업에서도 경영에 실패한 경영자나 사업부장은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 그래야 새로운 사람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환율 방어에 개입했으니 미국 재무국으로부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일만 남았다. 지난 10월 한미 재무당국이 "부당한 경쟁우위를 목적으로 한 환율조작을 금지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했는데 불과 석 달 만에 정부가 작접적 환율개입에 나섰으니 정부가 이 문제는 어떻게 대응할는지 모르겠다.
알다시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불이익이 아주 크다. 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우리나라 경제가 악순환에 접어든 것 같다. 대한민국 경제의 앞날이 캄캄해 예측이 어렵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며 전(前)정권 숙청과 대거 민생자금을 푼 것이 잘못된 첫 단추였다. 처음부터 잘못된 정책을 펼치니 일이 꼬여 계속 악수만 둔다.
#원화신뢰위기 #국민연금동원 #환율방어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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