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를 소속 의원들이 대우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최보식의언론=박선영 전 진실화해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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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장동혁 대표와 친분이 없다.

잘 모르니 호불호도 없다.

그러나 제1야당 대표가 헌정 사상 최초로 직접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서서 국내 최장 기록을 갱신해가며 24시간 '비상계엄 특별 재판부 설치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한 사실에 나는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러나 실망스러운 건 야당 의원들이다.

장 대표가 토론을 시작하자, 여당 의원들은 단체로 의석을 떠나면서 한때 범여권에선 단 2명만 자리를 지켰다는 사실은 그렇다 치자. 그런데 국민의 힘은 도대체 뭔가?

당대표가 발언을 하는데 국힘도 비슷했다니....

토론 초반부터 겨우 20여 명만 자리를 지켰던 것도 모자라, 그나마 자리를 지키던 의원들도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시청하거나 딴 짓을 하는 의원들이 많았다는 기사가 여기저기 떠다니고 있다. 가짜뉴스면 좋겠지만....

그러잖아도 지금 여당은 필리버스터를 못 하게 재적의원 5분의 1인 60명이 안 되면 필리버스터를 중단해버리는 악법 중에 악법을 처리 중인데 20명이라니!

그런 악법 도입을 시도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당대표가 필리버스터를 하면 예의상 앉아는 있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시작 후 24시간이 지난 다음날 오전 11시쯤엔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결한 뒤 법안을 표결, 처리했는데. ...

국민의힘 의원들은 뭐하는 짓인지....인간 장동혁이 아니다. 자기네 당대표 장동혁이다. 당대표를 소속 의원들이 대우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은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13~14년 전, 필가 국회있을 때, 제3당의 초선이자 비례인 보잘 것없던 필자가 대정부질문을 하면 의석이 텅텅 비곤했다. 순서도 큰 정당들이 갑을갑을 이런 식으로 돌아가다가 끄트머리 어디쯤에다 박아주곤 했다.

누가 그 시간까지 남아 있겠는가? 그래도 최선을 다 해 악에 받친 듯, 총리와 장관을 흔들어대고 자리로 돌아오면 거의 기진맥진, 진이 빠지곤 했다.

터덜터덜 힘없이 의원회관으로 돌아오면 정말 놀랍게도 다선의 야당의원, 지금의 민주당 의원들이 내게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오늘 발언문 좀 보여달라?'

'그 발언문 누가 썼느냐?'라고 묻곤 했다.

'내가 썼고, 나는 키워드만 적어 가서 기본적으로 원고가 없다'고 하면 다들 곧이 들으려 하지 않았다.

'원고를 거의 안 보긴 하더라. 밥 한 번 같이 먹자. 정말 잘 들었다'며 전화를 끊으면서도 그들은 내심 미심쩍어 했다. 그래도 전화를 끊고 나면 피곤이 싹 달아나곤 했다.

그 맛에 다음 대정부질문은 더 신이 나서 하곤 했다. 고래도 칭찬해주면 춤을 춘다고 한다. 교육도 마찬가지고.

하물며 당대표가 24시간을 필리버스터 하는데, 자리가 텅텅 비다니!

존중과 예의는 기본이다. 그게 누구든지. 호불호의 표현과 예의, 또는 존중은 별개의 문제다. 권위의 문제가 아니다.

'니가 대접받고 싶으면, 너도 남에게 그대로 해라'

성경에 나오는 황금률(黃金律, Golden Rule)이다.

국민이, 당원들이 텅텅 빈 높으신 의원님들 좌석을 보며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존경심이 나오겠는가?


#필리버스터, #황금률, #장동혁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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