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은 어떤 개인의 수명에 대한 보장이 전혀 아니다

[최보식의언론=박정원 더시그넘하우스 연구소장] 

KBS 명견만리 캡처
KBS 명견만리 캡처

중세에는 인간의 기대수명이 불과 50세도 채 안 됐다. 아니, 중세까지 갈 필요도 없이 1970년대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기대수명은 남성 58.7세, 여성 65.8세로 평균 62.3세였다. 이게 2024년에 84세까지 늘었다. 54년 만에 무려 22년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는 다 알고 있다시피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 따른 공중보건의 급속한 보급으로 유아 사망률과 산모 사망률의 획기적 개선, 그리고 전염병 퇴치에 따른 결과였다. 현대의 전염병인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사망했다. 

현대 의학의 획기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수백만 명의 사망자가 속출했는데, 중세 페스트가 창궐했을 때는 과연 어떠했고, 어느 정도였을까를 상상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한 마디로 속수무책 죽어 나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줄잡아 유럽 인구의 절반이 사망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이다. 

알려진 바로는 그리스 시대 평균 수명이 36세, 14세기 영국인은 38세, 18세기는 45세 정도 된다고 한다. 기대수명은 산업혁명 이후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시작한다. 수천 년 동안 증가한 수명이 산업혁명 이후 불과 200년 남짓 기간보다 더 짧은 것으로 확인된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은 착각한다. 고대에는 30~40대만 되어도 노인 취급 받았을 것이라고. 또한 대부분 단명했고, 장수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노년 및 노인 관련 전문가 팻 테인(Pat Thane) 등이 쓴 ‘노년의 역사’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2,000여 년 전인 서기 1세기 로마제국에서 60세 이상 노령 인구는 6~8%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또한 당시에도 100세 이상 산 사람이 종종 언급되는 기록도 있다. 

이 책에서 14세기 영어판 성경 해설서에 등장하는 수명에 관한 내용도 소개한다. 

“인간의 삶의 나날은 70년이다. 비록 강건해서 80년이 되기도 하지만, 그 힘은 고역과 슬픔이다. 그 힘은 곧 사라지고, 우리는 날아가 버린다.” 

뿐만 아니라 중세 무렵 남자들이 병역이나 부역 등 공공의무에서 면제를 받은 은퇴 시기는 지금과 비슷한 60~70세 무렵이었다. 조선시대에도 공공의무에서 면제받은 연령은 60세였다. ‘경국대전’에 ‘조선시대 16~60세의 남자는 누구가 국역에 종사할 의무를 지고 있었다’고 나온다. 군역의 경우 ‘연령이 60세에 찬 자는 면제’해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같이 과거에도 많은 사람들이 장수했다는 물리적, 역사적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이 40세 전후해서 사망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개인의 수명과 기대수명의 차이에 대한 혼란에서 비롯된다. 

기대수명은 특정 연령대의 사람이 앞으로 살아갈 평균 수명을 말한다. 예를 들어 출생 시 기대수명은 신생아의 평균 수명이다. 25세 기대수명은 25세까지 생존했을 때 평균적으로 더 오래 사는 것을 의미한다. 

중세 영국에서 토지를 소유한 가문에서 태어난 남아의 기대수명은 31.3세에 불과했다. 그러나 중세 영국에서 토지 소유자의 25세 기대수명은 25.7세였다. 즉 당시 25번째 생일을 맞은 사람들은 평균 50.7세까지 살 수 있었다는 얘기이다. 

인류학자 메건 불록(Meggan Bullock)은 그의 동료들과 멕시코의 콜룰라시에서 900년에서 1531년 사이에 성인이 된 사람들의 대부분 50세를 넘어 살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6세기 로마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는 8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오늘날 기준으로 50세가 별로 오래 살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평균 수치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70대, 80대, 심지어 그 이상까지 훨씰 더 오래 살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기대수명은 매우 다양한 건강상태와 행동을 가진 사람들의 생활 환경과 경험을 반영하는 인구 단위 통계이다. 어떤 사람들은 매우 어린 나이에 사망하고, 어떤 사람들은 100세 이상까지 산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그 중간 어딘가에 있다. 기대수명은 어떤 개인의 수명에 대한 보장이 전혀 아니다. 

어떤 인구 집단에서 출생 시 기대수명이 낮으면 매우 높은 유아사망률과 산모사망률을 반영한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기대수명은 인구의 평균을 반영하기 때문에 매우 어린 나이에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면 출생 시 기대수명 계산이 당연히 더 어린 나이에 치우치게 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러한 인구집단에서 취약한 유아기와 아동기를 거친 많은 사람들은 비교적 오래 살 것으로 에상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이들은 힘든 환경에 대한 선택적 생존이기 때문에 훨씬 더 건강하게 오래 살 가능성이 높다. 

2019년 기준으로 아프가니스탄과 싱가포르를 비교해 보자. 아프간에서는 출생 시 기대수명이 53세로 낮고, 유아 사망률이 높아서 1,000명의 아이가 태어나면 105명이 사망한다. 

반면 싱가포르에서는 출생 시 기대수명이 86세 이상으로 높고, 영아 사망률도 매우 낮아 1,000명 중 2명 미만이 사망한다. 두 나라 모두 고령자가 생존한다. 그러나 아프간에서는 매우 어린 나이에 사망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령까지 생존하는 수가 적을 뿐이다. 오히려 생존한 사람 중에 고령자 비율은 아프간이 높을 수 있다. 

사람들은 옛날에 상대적으로 절대 인구가 적었고, 노령 인구가 적었다는 사실을 아예 노령자, 혹은 장수하는 노인이 없었을 것으로 착각하는 우를 범한다. 그 원인은 유아와 산모사망률이 높았기 때문에 노령자가 현대보다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전체 비율로 따지면 50세 이상 생존자가 장수할 가능성은 현대의 장수 비율과 비교해도 별로 차이가 없지 않았을까 추정할 수 있다. 고대나 중세의 전통적인 인구 분포는 높은 유아사망률과 청년 사망률에 따른 적은 수의 50세 이상 생존자의 연령 분포를 보여준다. 하지만 50세 이상 생존한 사람은 대개 장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사시대의 벽화나 중세의 그림에 등장하는 조부모 품에 안긴 손주들을 상상해 보라. 당시에도 장수한 인구가 많았다. 단지 절대 인구가 열악한 조건, 즉 전염병과 질병, 전쟁 등으로 일찌감치 많은 인구가 사망했기 때문에 30~40대만 되어도 노인이었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여기서 살아남은 사람은 오히려 현대보다 장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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