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0년 동안 기대수명이 30년 이상 증가한 것

[최보식의언론=박정원 객원논설위원(더시그넘하우스 연구소장)]

TV조선 캡처
TV조선 캡처

인간 수명의 획기적 연장이 가능할까? 정말 100세 시대, 즉 ‘호모 헌드레드’ 시대가 가능할까.

일부 학자는 급진적 수명 연장이 가까운 미래에 펼쳐지거나 이미 도래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학자들은 인간의 생물학적 수명은 한계가 있으며, 그 한계에 지금 근접했다고 지적한다. 과연 어느 주장이 더 타당할까? 

오늘날 과학계에서 가장 치열한 논쟁 중의 하나가 인간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 현존 자원과 기술을 수명 연장과 건강 연장 중 어느 쪽에 사용해야 할지, 생물학적 노화 과정을 늦추려는 노력에서 어떤 장애 요인이 있는지 등과 같은 내용들이다. 이러한 논쟁의 핵심은 ‘인간의 수명에 한계가 있는가’와 ‘만약 있다면 인간은 그 한계에 가까이 왔는가’이다. 

정말, 인간의 수명에 한계가 있을까?(Is there a ceiling on human longevity?) 수학적 인구통계학자는 “상당히 긴 기간 동안 사망률이 절반 이상 감소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사망률의 하한이 0가 아닌 인구통계학적이거나 생물학적으로 설득력 있는 증거는 없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수학적으로는 ‘사망률 0’가 가능하다는 얘기이다. 

이는 과거에 사망률이 감소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무한정 감소할 수 있고, 앞으로도 계속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선언적 진술이다. 사망률 0에 이르면 '영원불멸'로 이어진다. 

인간의 장수와 같은 본질적 생물학적 현상에 대한 가설을 공식화하기 위해 순전히 수학적 추론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노화 분야에서 수명은 종종 관찰되는 현상을 면밀히 파악해야 하는 생물학을 고려하지 않고, 사망률 통계만 다루는 과학자들인 인구통계학자들이 연구하면서 흔히 범할 수 있는 ‘학문적 오류’일 수 있다. 

생존 시간을 아직 개발되지 않은 가상의 의료 기술에 의해 무한정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수학적 추론 방식은 마치 B.C 450년경 그리스 철학자 제논이 공식화한 수학적 주장, 즉 제논의 역설(Zeno’s Paradoxes)과 비슷하다. 이는 물리학의 문제를 순수하게 수학적 방식으로 설명하면서 발생하는 오류이다. 

불멸에 대한 수학적 주장도 인간 생물학이 지닌 한계나 상한 또는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사망률 0’ 혹은 불멸이라는 주장은 생물학적 근거 없이 장수가 급진적으로 증가한다는 선언적 진술에 불과할 뿐이다. 

의학 기술의 급진적 발전은 기대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렸지만 최근 들어서 지난 30년만큼 사망률을 더 이상 줄이지 못하고 있다. 거의 답보상태이다. 이는 육상 100m 달리기와 비슷하다. 100m 달리기 세계 기록은 20~30여 년 전 획기적 기록 단축을 시작하면서 마의 8초대를 금방 기록할 듯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9초대를 기록한 이래 지금 20년째 그대로이다. 

인체 설계는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하면서 유전적으로 결정된 일련의 삶의 속성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장수를 최종 목표로 최적화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까지 의학적으로 밝혀진 노화는 생명을 주는 동일한 인간 생물학에 누적된 손상, 즉 불완전한 복구 매커니즘과 결합의 의도치 않은 결과이다. 인간의 장수는 성장, 발달, 생식 및 자손의 생식적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 최적화한 고정된 유전 프로그램의 부산물로 생각하는 게 가장 타당하다. 

여기서 우리는 ‘장수에 대한 불편한 진실(Inconvenient Truths about Human Longevity)’을 제기할 수 있다.

첫 번째 불편한 진실은 급진적 수명 연장을 뒷받침하는 데 사용하는 순수한 수학적 주장은 제논의 역설이 사실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로 본질적으로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즉, 물리학의 기본 규칙을 적용하지 못한 제논과 마찬가지로 급진적인 수명 연장을 뒷받침하는 수학적 주장을 내세우는 사람들은 인간의 장수를 결정하는 생물학적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사망률이 너무 빨리 떨어져 사람들의 남은 기대 수명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일종의 가상의 세계이다. 이를 실현하려면 의료 기술이 삶의 속도를 빼앗아 가는 것보다 더 빠르게 생존 시간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단계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불편한 진실은 아직 존재하지 않은 노화 생물학에 대한 개입의 영향과 그에 따른 인간 수명의 가정적 미래 과정에 대한 과장된 표현은 불필요하다는 점이다. 인구 고령화와 수명 연장의 추세를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노화 과학에 대한 자금 지원을 늘리고 있다. 과연 노화 연구에 대한 자금 지원이 성공을 거둘지는 알 수 없지만 지원으로 인해 기대감만 부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불편한 진실은 출생 시 코호트 기대 수명의 선형적 증가와 노령기 사망률의 가속적 감소에 대한 예측이 과거와의 급격한 편차가 아닌, 그것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많은 선진국에서 출생 시 기대 수명이 감소하고 있다는 모순되는 경험적 증거들이 지금 직접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급진적 수명 연장에 대한 예측은 1990년대 처음 발생했다. 당시까지 사망률은 급격히 떨어지고 출생률과 출생 시 기대수명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그 이후 출생 시 기대수명은 더 이상 늘지 않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사망률 추세도 더 줄어들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현실이다. 

네 번째 불편한 진실은 관찰된 평균 수명 증가와 관찰된 사망률 감소가 과거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는 것이다. 또한 근본적인 수명 연장이 다가오거나 이미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예측하는 속도로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평균 수명 증가에 대한 선형 예측은 목적을 예측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부나 기관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 대신 사망률을 예측하기 위한 기준으로 살아 있는 집단의 관찰된 건강 상태에 의존하는 3차원 예측 모델이 평균 수명을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제안될 수 있다. 

다섯 번째 불편한 진실은 노화나 죽음에 대한 유전적 프로그램은 없지만 인간의 신체 설계에 영향을 미치는 고정된 유전적 프로그램에 의해 주도되는 생물학적 한계가 인간 수명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의도치 않은 부산물은 종의 여러 기능적 속성에 대한 한계를 나타낸다. 장수도 그중의 하나이다. 

지난 120년 동안 기대수명이 30년 이상 증가한 것은 인류의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이다. 공중보건은 신생아 출생률을 높이고 사망률을 낮추는 등 초기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다시 일어날 수 없다. 

또한 심장병, 암, 뇌졸중, 알츠하이머와 같은 노화 질환의 증가는 의학 기술의 성공적 발전에 대한 부산물일 수 있다. 노화 관련 질병이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만큼 인간은 현재 오래 살고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이 오래 살수록 노화의 생물학적 과정, 즉 예측하지 못한 인간을 죽이는 질병이 위험 요소로서 더욱 강력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여섯 번째 불편한 진실은 노화 질환을 마치 서로 독립적인 것처럼 퇴치하면 노화 관련 질환의 유병률과 심각성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 해결책은 질병에 대한 기존 접근 방식에 도전하고, 한 번에 한 가지 질병을 공격하는 대신 이러한 질병을 일으키는 노화 과정과 싸우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기대 수명의 한계에 대한 질문은 소수의 사람이 사망률 역학에 초점을 맞춘 수학적 인구통계학의 난해한 요소나 공상과학 소설에 맡기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 우리는 건강수명 연장에만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기대 수명의 급격한 증가가 가져온 장수혁명과 같은 강력한 힘은 다시는 일어날 수 없다. 인간 수명은 현재 정점에 다다랐다는 ‘피크 장수’ 상태에 있다. 현재 한계를 훨씬 넘어 인체 기능을 더 이상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 기사는 시카고 일리노이대학 제이 올스한스키(Jay Olshansky) 박사와 오클라호마대학 브루스 카네스(Bruce A. Carnes) 박사가 쓴 논문 ‘In convenient Truths About Human Longevity’을 참고해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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