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의 실버벨] 100세 시대는 없다… 더 이상 기대수명 급진 증가 불가능

[최보식의언론=박정원 더시그넘하우스 연구소장]

넷플릭스 캡처
넷플릭스 캡처

현대 의학에서는 노화를 질병으로 본다. 국제보건기구(WHO)에서도 노화에 질병코드를 부여했다. 질병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치료를 통해서 고칠 수 있다는 전제를 둔다.

실제로 불로장생을 꿈꾸는 생명공학 스타트업, 신생 바이오 기업에 샘 올트먼, 제프 베이조스 등 세계적인 IT 기업가들의 엄청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 왕세자 빈살만과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 빌 게이츠 등 세계 최고의 부자들도 항노화 연구에 기금을 주거나 수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미국의 결재 플랫폼 브라이언트리 페이먼트 솔루션(Braintree Payment Solutions)을 설립한 뒤 이베이에 매각한 억만장자 IT 사업가 브라이언 존슨은 다시 10대로 돌아가기 위한 ‘항노화 프로젝트’를 자신의 신체를 대상으로 직접 시험하고 있다. 

17세 아들의 혈액을 주입받고 있는 브라이언 존슨. 왼쪽이 아들. 오른쪽이 존슨. BBC 캡처
17세 아들의 혈액을 주입받고 있는 브라이언 존슨. 왼쪽이 아들. 오른쪽이 존슨. BBC 캡처

6개월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10대 후반인 친아들의 혈액 1L를 추출한 후 혈장을 분리해서 자신의 신체에 주입하고 있다. 이 과정이 넷플릭스에 생생하게 상영되고 있다. 

이처럼 인간의 불로장생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다. 정말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돌파하는 묘안이나 신약이 발명됐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나. 지구에 죽지 않은 인간들만 득실거리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포화상태의 인간이 벌이는 아귀다툼은 또한 어떤 모습일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건 마치 영화나 책에서나 보던 지옥 그 자체의 모습이 아닐까. 

인간이 이런 욕망을 꿈꾸게 된 계기는 20세기 들어 기대수명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데서 비롯됐다고 본다. 우리나라만 해도 1980년대까지 60대이던 기대수명이 지금 80대 중반으로 늘어나 있다.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 있다. 

그렇다면, 과연 21세기에도 기대수명이 지속적으로 증가할까? 기대감에 부풀게 하는 학자가 있는 반면 생물학적 한계에 다다랐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2024년 ‘Nature Aging’에 게재된 논문 ‘21세기 인간 수명의 급진적 연장은 회의적(Implausibility of radical life extension in humans in the twenty-first century)’를 쓴 미국 일리노이대학 제이 올샨스키(Jay Olshansky) 교수는 대표적으로 후자에 속한다. 

그는 지난 2,000년 동안 1~2세기마다 평균 1년씩 증가하던 기대수명이 20세기 들어 10년마다 3년씩 늘어난 현상을 ‘급진적인 수명 연장(radical life extension)’이라고 불렀다. 이 역사적 사건은 유아사망률 감소와 더불어 20세기 후반에 중년 및 노년 사망률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더욱 증가하게 됐다. 공중 보건과 의학의 발전에 따른 것으로, 이른바 ‘장수혁명(longevity revolution)’의 시대에 돌입했다고 본다. 

‘인간이 얼마나 더 오래 살 수 있는가’에 대한 미래의 기대수명을 예측하는 것은 사회, 건강 및 경제 정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모든 정책은 인구의 규모와 구성에 기반을 두고 입안 시행되기 때문이다. 

1990년대 들어서 공중 보건과 의학 발전의 한계로 기대수명의 상한선에 왔다는 ‘제한된 수명 가설(limited lifespan hypothesis)’이 제기됐다. 생물학적 노화에 대한 개입이 더 이상 발견되지 않는 한 여성의 경우 88세, 남성은 82세, 평균 85세를 초과하지 않는다는 가설이다. 이 가설이 나온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제한된 수명 가설’과 ‘급진적 수명 연장 가설’ 간에 아직 논쟁 중이다. 

올샨스키 교수 연구진은 장수 인구를 가장 많이 보유한 호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한국,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미국, 홍콩 등 10개국의 1990~2019년까지 인구통계학적 생존 지표를 사용하여 사망률과 기대수명의 최근 추세를 분석했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많았기 때문에 배제했다. 

이 연구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 의문을 체크했다. 첫 번째는 1990년부터 2019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장수한 인구와 미국에서 급격한 수명 연장이 발생한 적 있는가? 두 번째는 오늘날 대부분의 신생아가 100세까지 생존 가능성이 있는가? 세 번째로, 출생 시 기대수명을 1년 늘리는 데 필요한 미래 사망률 변화율은 얼마인가? 

첫 번째 의문에 대한 분석 결과, 급진적 수명 연장을 정의하는 필수 개념인 연간 0.3년 또는 10년 단위 3년의 수명 연장을 경험한 국가는 한국과 홍콩이 유일했다. 홍콩의 경우, 경제적 번영과 함께 담배 규제 덕분에 수명 연장이 급속히 개선됐다. 한국과 홍콩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연간 0.2년 미만으로 둔화했다. 

두 번째 분석 결과, 현재 출생 코호트가 100세까지 생존할 확률은 여성의 경우 5.1%, 남성은 1.8%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100세까지 생존할 인구별 확률이 가장 높은 국가는 홍콩으로, 2019년 생명표를 기준으로 여성은 12.8%, 남성은 4.4%가 100세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 번째, 기대수명 1년 늘리는 데 필요한 사망률 감소는 1990년대 이후 모든 국가에서 나타났다. 여성의 기대수명을 89세로 높이는 데 필요한 모든 연령대의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은 20.3%였다. 남성의 경우 82세에서 83세로 증가하려면 모든 연령대에서 총 사망률은 9.5% 감소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국가에서 출생 시 기대수명이 감소하고 최대 수명이 정체된 것과 동일한 기간에 두 가지 현상이 발생한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1990년 이래 평균 수명이 급진적으로 수명을 연장할 만큼 증가하지 않았으며, 인간의 노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획기적인 방법이 나오지 않는 한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좀 더 구체적으로 2019년 일본에서 급진적 수명 연장이 다시 발생하고, 여성의 기대수명이 110년으로 상승한다고 가정한다면, 모든 사망 원인으로 인한 모든 연령대의 사망률은 2019년 일본의 109세 관찰 사망률보다 88%나 낮아야 한다. 이 수준의 사망률을 달성하려면 오늘날 존재하는 대부분의 주요 사망 원인을 완전히 치료하거나 제거해야 한다. 

따라서 100세까지 생존할 확률은 여성의 경우 15%, 남성의 경우 5%를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수준과 별로 차이 나는 수준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생물학적 노화 과정을 현저히 늦추지 않는 한 이 세기에 인간의 수명을 급진적으로 연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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