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많은 연구에서 성별 간 교육 격차가 인지 저하 및 치매 위험과 관련이 있다고 밝혀 왔다

[최보식의언론=박정원 더시그넘하우스 연구소장] 

jtbc life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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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치매 및 알츠하이머 환자가 매년 1,000만 명씩 급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3년 기준 전 세계 치매 환자가 5,500만 명 이상이고, 2030년에는 7,800만 명, 2050년에는 1억 4,000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환자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한다. 전체 치매 환자 중 저‧중소득 국가에서 60% 이상 차지하고, 여성이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치매 발병률에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도 급속한 고령화로 치매 유병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치매 진단 인원은 60만 6,300여 명으로 2015년 대비 거의 5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치매 환자의 대부분은 75세 이상이고, 전체 치매 환자의 71%가 여성이다. 실제로 필자 주변 네 명의 부모 중 나의 어머니와 장모 두 분 다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셨다. 2024년 현재, 대한민국의 치매 환자가 10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도 미국알츠하이머병협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현재, 미국 내 65세 이상 인구 중 690만 명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있다고 한다. 30~64세 인구 중 약 20만 명이 젊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2030년 850만 명, 2050년 1,27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도 여성 치매 환자의 비중이 전체 3분의 2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은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오래 살기 때문에 노화 관련 질병에 걸릴 위험이 더 크지만, 과학자들은 이에 관한 정확한 원인을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2025년 현재, 남녀의 기대수명 차이는 점차 좁혀지고 있지만 평균적으로 여성이 4.5년 더 오래 산다. 

그렇다면 왜 여성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을까? 지난 수십 년 동안 연구한 결과는 생물학적 또는 유전적 차이, 그리고 교육 수준, 직업 및 성 차별에 대한 노출과 같은 성별과 관련된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여성의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이 더 높다고 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몇 가지 이론을 제시한다. 그 첫째가 폐경과의 관련성이다. 폐경은 여성 뇌에 상당한 변화를 촉진하는 중년의 전환기이다. 모든 폐경 전후 여성의 최대 62%가 폐경 무렵 뇌 안개 및 기억 상실과 같은 인지적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이 폐경에 가까워지는 50세 즈음에, 일반적으로 에스트로겐 수치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주요 에너지원으로 포도당에 의존하는 뇌세포는 에너지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 보조 연료로 전환한다. 이때의 뇌세포는 종종 뇌의 주요한 액체 소스, 즉 뇌척수의 백질(white matter)로 전환한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때 여성의 뇌는 자체 조직을 소비하기 시작하여 백질의 손상과 부피 감소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 알츠하이머병의 위험까지 초래한다. 

신경과학자 리사 모스코니(Lisa Mosconi)가 실시한 MRI 검사와 PET 스캔 결과, 건강한 중년 여성(40~65세)은 남성보다 뇌 포도당 대사가 22% 낮았고, 백질 부피가 약 11%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성은 같은 연령대의 남성보다 알츠하이머병의 특징인 β-아미로이드 플라크가 30% 더 많았다. 

모스코니는 뇌 변화가 진행 중이지만 증상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 알츠하이머병의 전임상 단계는 중년기에 시작될 수 있으며, 이는 폐경의 시작과 일치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고혈압 위험이 있는 여성과 대사증후군의 징후를 보이는 여성은 폐경 후 알츠하이머병에 걸림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치료하기 위한 방법으로 호르몬 대체 요법(HRT)이 있다. 

1~3년 동안 호르몬 요법을 받은 여성은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약 40% 가량 낮았다. 3~6년 동안 치료를 받은 사람의 경우 감소율이 60%로 올랐고, 6년 이상 치료를 받은 사람의 경우 80%나 상승했다. 미국 국립보건원 브린튼 박사는 에스트로겐은 질병을 역전시키지는 않지만 뇌를 건강하게 유지한다고 강조한다. 

두 번째로, 사회‧문화적 요인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다르고,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른 점을 보여준다. 미국 내에서 같은 연령대의 남성과 여성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은 비슷하지만 유럽, 아시아, 남미의 여러 국가에서는 여성의 위험이 훨씬 더 크다. 반면 영국과 호주와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치매가 심장병을 제치고 여성의 주요 사망 원인이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이 바로 사회문화적 요인 때문이다. 

그동안 많은 연구에서 성별 간 교육 격차가 인지 저하 및 치매 위험과 관련이 있다고 밝혀 왔다. 고등 교육은 인지적 예비군을 만들어 치매에 보호 효과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은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더 느리게 저하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는 아마 직업이 제공하는 인지적 자극 때문으로 풀이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남성이 맡은 전문적 또는 관리적 역할을 맡으면 인지 저하가 22% 감소하고, 경미한 인지 장애가 4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흑인이 백인보다 치매 확률이 더 높은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낮은 교육 수준, 높은 스트레스 수준, 전반적인 기회와 자원의 감소를 포함하여 성차별과 함께 나타나는 구조적 불평등이 아마도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연구진들은 설명한다. 불평등에 노출되면 만성 신체 건강 상태에 차이가 생겨 뇌 건강, 인지 장애, 궁극적으로 치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여성이 치매가 남성의 두 배에 가까운 이유는 폐경이라는 생리적 요인과 성차별‧낮은 교육 수준‧낮은 소득수준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 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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