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의 실버벨] 50년대 기대수명이 50세라고 실제 50세에 죽은 건 아니다
[최보식의언론=박정원 더시그넘하우스 연구소장]

1950년대 기대수명은 남성 47에서 53세, 여성은 53세에서 69세, 2024년 기대수명 남성 80.6세, 여성은 86.4세이다. 이 수치로만 보면 1950년대 남성은 50대만 되면 대부분 사망하고, 요즘 말하는 흔히 노인들은 거의 없는 걸로 보인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아니, 당시 남자들이 이 정도 밖에 못 살았단 말이냐”라고 지적한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일종의 착각이다. 당시에도 60대 이상 노인들은 많았다.
다른 수치를 한번 보자.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950년 영아 사망률 178.7명, 1960년 78.5명, 1970년 45.9명, 2024년 2명이다. 영아 사망률은 출생 후 1년 이내 사망한 영아 수를 해당 연도의 1년 동안의 총 출생아 수로 나눈 비율로서, 보통 출생아 1,000명 당의 비율로 나타낸다.
1950년대에는 1,000명이 태어나면 거의 200명 가까이 사망했던 영아 사망율이 1960년대 초에 약 60명으로 떨어지고, 2024년에는 불과 2명에 불과한 정도로 줄었다. 이 영아 사망률이 전체적으로 수명을 줄어든 것으로 보이게끔 착각 현상을 일으키게 한다. 영아 사망율이 높으면 실제 기대수명도 영향을 받아 짧게 나타난다.
하지만 노인들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완전한 평균값은 아니지만 기대수명도 영아 사망률을 감안하더라도 어느 정도 평균 수명을 나타낸다. 영아 사망률이 높으면 그만큼 기대수명과 평균수명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18세기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은 60세 이상 노령자가 전체 인구의 1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여러 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조선 말 1896~1908년의 호적 자료에 나타난 60세 이상 인구는 대략 9%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1950년대 기대수명이 50세 전후라고 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50대에 죽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통계 수치상으로 그렇게 나타날 뿐이다. 이런 착각은 높은 영‧유아 사망률과 산모 사망률 때문이다.
출생 시의 기대수명은 매우 높은 영‧유아 및 어린이 사망률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 기대수명은 0세부터 계산하기 때문에 다른 말로 0세 기대 여명이라고도 한다. 기대수명은 태어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한 인구도 포함해서 산출하기 때문에 출생한 뒤 특정 시기까지 살아 있는 인구의 실질적인 기대 여명은 보여주지 못하는 한계를 노출한다. 그래서 영아 사망률 등의 개념을 써서 ‘보정 수명’이라는 개념으로 보충한다.
‘보정 수명’은 질병이나 장애로 인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줄어 들었는지 측정하는 지표이다. 건강한 상태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명과 실제로 질병이나 장애로 인해 감소한 수명 간의 차이를 나타낸다.
‘보정 수명’이 필요한 이유는 0세의 사망확률이 아동이나 젊은 성인의 사망확률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0세의 사망확률이 다른 연령의 사망확률보다 매우 낮으면 보정 수명의 필요성이 줄어든다. 현재와는 달리 과거에는 1세의 기대 여명이 0세의 기대여명보다 높았으며, 5세까지만 생존하면 기대여명이 0세 때보다 5~10배 이상 증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1620년 영국의 기대수명은 38세였다. 영아 사망률은 17%였다. 보정 수명은 45세가 된다. 한 개인이 평균 45세까지 생존한다는 의미이다. 1820년 영국의 기대수명은 41세였다. 당시 영아 사망률은 14%. 이로 인해 보정 수명은 48세가 된다. 프랑스는 당시 기대수명이 39세, 영아 사망률이 18%로 보정 수명으로 조정하면 47세가 된다.
2000년 영국의 기대수명은 77세, 영아 사망률은 1%, 보정 수명은 78세이다. 스웨덴은 기대수명은 79세, 영아 사망률 0%로 보정수명은 80세. 일본도 기대수명 81세이면서 영아사망률 0%로 보정 수명이 81세로 똑같다. 대한민국은 기대수명 75세에 영아 사망률 1%로 보정 수명은 76세가 된다.
이같이 기대수명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나 영아 사망률이 줄어든 원인은 의학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공중보건의 확대 보급 영향 덕분이다. 이로 인해 산업화 이전 노인의 비율이 10% 내외에서 현재 20% 이상 증가한 것도 사실이다.
또한 검증된 논리는 아니지만 산업화 이후 사회의 다양성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산업화 이전에는 농업 위주 사회에서 단순한 경작에만 머무는 수준이었지만 산업화 이후에는 사회가 분화되면서 더 많고 다양한 노동력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과거보다 훨씬 더 늙은 나이까지 노동력을 필요로 했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노동 환경이 수명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경우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50년대까지 완전한 농경사회에서 60년대부터는 경공업과 중공업으로 다양화하면서 노동 환경이 획기적으로 변한다. 이에 따라서 수명도 늘어나고 전체적으로 기대수명도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의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은 바를 기본 바탕으로 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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