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안 하고 미국이 도와온 북한인권운동이 비정상
[최보식의언론=박선영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한국의 북한인권단체들에게 활동비로 매년 1천만 달러 정도씩 지원하던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DRL), 민주주의진흥재단(NED) 예산이 트럼프 2기가 되자마자 삭감됐다.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정부효율화정책의 일환이다. 직접 타격은 아니지만 북한주민의 알권리도 날아가 버렸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북한주민이 목숨 걸고 듣는 자유아시아방송 RFA와 미국의 방송 VOA도 송출이 어렵게 됐다. 탈북자가 상당수 포함된 RFA는 직원 대부분을 해고했다. VOA는 일본 패전과 대한민국의 독립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어로 알린 역사적인 방송이다.
사실 이런 현상은 몇 년 에 한 번씩 앓는 감기이기도 했다. 미국이 의회 일정상 예산집행을 못 하면 대한민국의 북한인권단체들은 두 손 놓고 있어야 했다. 회계 처리 문제로 문을 닫았다가 재개한 단체들도 꽤 많다.
물망초를 제외한 제법 큰, 우리에게 잘 알려진 북한인권단체 대부분이 그랬다.
그러나 이번엔 다를 것이다. '감기' 정도가 아니다. 정부효율,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는 트럼프 정부는 '미국이 돈 들여 도와주고 환영받지 못 하는 뻘 짓은 안 하겠다'는 입장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국회에 있을 때 북한인권 얘기를 하면 당시의 야당 의원들은 비웃듯이 말했다. 한국에 제대로 된 북한인권단체가 있냐고. 전부 다 미국에서 돈 받아다 하는 활동이 무슨 북한인권 NGO냐고. 현대판 식민지, 미국식민지 단체 같다고.
필자는 분노했다. 얼굴도 붉혔다.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니 미국이 도와주는 것, 아니겠냐고. 그럼 미국이 보내준 밀가루랑 옥수수가루, 분유가루 먹고 자란 우리 몸도 미국 식민지 땅이냐고 다소 어거지같은 악을 써 대며 그들의 입을 막으려고 했지만, 필자의 등 뒤에서는 그런 말이 난무했다.
문제가 많은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 이를 깨물며 나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미국 돈 안 받고 순수한 후원금만 받아서 투명한 회계처리를 하며 제대로 된 북한인권운동을 진정성 있게 하는 NGO, 모범적인 NGO, 한국 정부와도 거리를 두는 Non Government Organization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물망초'라고 하는 정말 연약한 풀꽃 이름을 단 사단법인을 만들었다. 가시밭길이었다. 힘들었다, 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모함도 받았다. 왕따도 당했다. 눈물도 숱하게 뿌렸다.
잘난 척하며 미국 돈 안 받고 몇 년이나 버티나 보자, 하는 비아냥도 감수해야 했다. 그렇게 10년을 버티자 이제는 그런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지만, 하고 싶은 큰 프로젝트는 못 한다. 엄두도 못 낸다. 간사들 월급도 정말 보잘 것이 없다. 하지만 필자의 이빨은 다 나갔다. 힘들 때마다 이빨을 앙 다물며 견뎌왔기에. 그래도 그만큼 당당하다.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나 가시밭길을 함께 걸어 왔기에 황혼에 접어든 필자 인생길이 외롭지 않다.
비록 필자가 몸은 물망초를 떠났어도 필자보다 더 정직하고 곧은 차동길 장군님이 해병대 정신으로 물망초를 이끌고 계시니 물망초는 잊혀지지 않으리라 믿는다.
확신한다.
오늘자 조선일보는 "北 인권 지원, 美가 안 한다면 한국이 하자"는 제목으로 쓴 사설 끄트머리에 이렇게 적고 있다.
“북한 인권을 우리는 외면하고 국제사회가 지원하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야 한다. 미국이 북한 인권 운동 지원을 중단한다면 대한민국 정부가 그 역할을 하면 된다.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좋은 말이다. 옳은 말이다. 북한주민을 돕자는데, 여야가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안 하고 미국이 도와온 북한인권운동이 비정상이었음도 사실이다.
이제라도 우리가 해야 한다. 그래서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 놓아야 한다. 구구절절이 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엔 기부문화가 없다. 씨가 뿌리를 내리기 힘든 아스팔트길처럼 기부문화의 길은 꽁꽁, 꽉 막혀 있다. 콩 반 쪽도 나누어먹던 홍익인간의 정신이 살아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기부문화부터 조성하자. 그래야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릴 수 있다. 그래야 통일도 할 수 있다.
#물망초사단법인, #북한인권, #물망초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