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에 태어나는 아기 숫자보다 낙태로 인해 사라지는 숫자가 10만명 이상 된다는 조사

[최보식의언론=박선영 (사)물망초 이사장]

일본에서 산책을 하다보면 자주 보게 되는 것들이 있다.

동자승도 아니고, 불상도 아니고, 때로는 정성이 깃든 것도 있지만, 대체로 급하게, 아프게 만든 것처럼 보이는 아주 작은 석상들.

유독 작은 내 손으로도 한 뼘이 채 안 될 것 같은 거친 돌조각들이 빨간 모자를 쓰거나, 목에 침받이? 또는 냅킨? 앞치마? 처럼 빨간색 천을 두른 석상들.

크기도 얼굴도, 걸치고 있는 모자나 목도리도 제각각인 애잔한 석상들을 보신 분들이 많으리라.

'미즈코 공양(水子供養)'이라는 것이다. 그 이름도 기이한 '물에서 온 아기를 바친다'는 뜻의 미즈코공양은 일본 특유의 문화다. 절이나 산 속, 또는 공중묘지에 가도 흔히 볼 수 있어서 불교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무속신앙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기야 모든 종교는 그 시대와 사회를 반영하기도 하고 융합하기도 하니까 그 모든 것이 뭉쳐서 '미즈코 공양'이라는 문화를 만들었으리라.

또 다른 측면, 사회심리학적으로 보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 '모노노케 히메(物の怪姬)'처럼 원령(怨霊) 설화들이 워낙 많은 일본사회가 오랜 세월동안 형성해온 특유의 문화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 미즈코 공양은 무슨 이유로든 부모자식 간의 인연은 맺어졌으나 태어나지 못 했거나 사산한 경우 또는 세 살 이전에 세상을 떠난 아기의 안녕과 평안을 빌어주는 안타까움의 상징이다.

주로 엄마가 정성껏 만들어서 절이든 공동묘지든 산속이든 형편과 상황에 맞게 석상을 세워주는 것이 바로 미즈코 공양이다.

그래서 조각상태도 크기도 다 제각각이다.

이렇게 공양물로 서있는 작은 돌조각들은 볼 때마다 애잔해져서 유심히 들여다보기도 하고, 사진도 열심히 찍게 된다.  아이 엄마는 얼마나 아프고 쓰라렸을까 싶기도 하고 돌상으로 표현된 아이는 또 얼마나 놀랐을까 싶기도 해서...

'물의 아이( 水子)' 라는 단어 자체가 엄마의 자궁 속 양수를 뜻하겠지 싶어 그 작은 석상을 산에 놓고 돌아가던 그 엄마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생각하면 측은지심이 절로 들기도 한다.

한 해에 태어나는 아기 숫자보다 낙태로 인해 사라지는 숫자가 10만명 이상 된다는 조사결과를 상기한다면, 왜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태아 또는 일찍 세상을 떠난 영아들을 위한 문화가 하나도 없을까 의아하기도 하다.

들리는 소리로는 우리나라도 저 남쪽 어느 절에서 태아령천도 라는 이름으로 작은 부처상을 쭉 세워준다고 하던데....제법 깊은 산 속, 커다란 나무 앞에 조막만한 석상으로 만나는 미즈코 공양 같은 울림은 없지 않을까 싶다.

공양은 마음이니까. 그리고 정성이니까.

* 오래된 미즈코 공양에 더는 엄마가 못 오는 경우, 모자나 앞바대 같은 것을 해주자며 사회단체에서 동전 주발을 놓아주는 것도 나는 참 따뜻해보였다

 

#미즈코공양, #원령전설, #동전주발, #낙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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