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영의 유쾌통쾌] 명품백은 가래, 트랙터를 동원해도 못 막는 문제로 커져버렸다

[최보식의언론=오진영 작가]

jtbc 뉴스 캡처
jtbc 뉴스 캡처

나에게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같이 다닌 40년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보수정당은 안 찍는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페이스북친이기도 한 선배는 "어떻게 이재명 같은 범죄자를 호위하는 민주당을 지지할 수 있냐"는 내 질문에, "실수 한 번 했다고 버리면 그게 무슨 신뢰인가? 라고 되물으며 나는 앞으로도 민주당 찍을 것"이라고 대답했던 사람이 있다.

이재명의 그 모든 사법 리스크가 '실수 한 번'이라는 얘기인지, 그런 이재명이 당대표인 것이 민주당의 '실수 한 번'인지는 안 물어봤다.

지구의 종말이 와도 민주당만 찍을 것이고 범죄자를 당 대표로 옹립해도 민주당만 찍을 것이라면, 그건 종교이고 신앙이지 근대 민주주의 사회의 정치적 선택일 수 없다. 신앙으로 투표하는 이런 사람들(그들은 서울대 나온 공무원과 대학교수)때문에 한국 정치 요모냥 요 꼬라지라는 내용으로, 나는 이 두 사람을 인용해가며 '묻지마 우리편 지지'를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여러 번 쓴 적 있다. 신문 칼럼 소재로도 알뜰하게 써먹은 바 있다.(앞으로도 기회만 있으면 저 두 사람 말 인용을 계속 알뜰하게 써먹을 것이다.)

그러므로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에 대해 사과 없이 반 년 넘게 뭉개고 있는 대통령실을 옹호하는 말을 내가 만일 한다면, 그렇다면 나는 '실수 한 번 했다고 우리편을 버릴 수는 없다'던 그 선배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 된다.

정치인들이 무슨 짓을 하든 “민주당은 민주당이니까 지지할 뿐이야. 끝!”이라고 했던 내 친구와 똑같은 사람이 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국 가족의 입시 비리를 철저하게 수사함으로써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성역 없는 수사를 지휘하는 저런 사람은 어쩌면 그 뚝심으로 상식과 공정과 법치를 수호할 지도자가 될 거 같다고 기대한 국민들의 표를 받아 대선에서 이겼다. 나는 그런 기대를 갖고 투표했던 국민 중 한 명이었다.

조국이라는 고위 공직자가 가증스러웠던 건 조국과 그의 지지자들이 "그래. 내 자식 의대 보내려고 서류 조작 좀 했지. 다들 그러고 사는 거 아냐? 그걸 수사하는 건 검찰 개혁을 막으려는 정치 공작이야" 따위의 헛소리를 씨부렸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들의 아전인수 정당화, 합리화가 역겨워서 견딜 수가 없었는데 그 개수작 소리에 대고 시퍼렇게 날선 칼날을 휘두르는 단호함을 보인 검찰총장은 정말 멋져 보였다.

그렇게 멋있어 보이는 바람에 국민적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된 사람이 정작 자기 부인의 명품백 수수에 대해서는 "박절하게 끊지 못한 게 문제라면 문제이고 아쉽지 않았나 생각한다"는 흐리멍텅한 말을 했을 때, 이어서 영부인이 사과해야 한다는 비대위원의 입을 막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대선 때 윤통을 지지했으나 실망하고 마음을 거둔 지지자는 나뿐만이 아니었을 거다.

나는 지금도 대선 당시로 다시 돌아간다면 이재명 민주당의 재집권을 막을 윤석열에게 백 번 표를 던질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힘당에서 가장 덜떨어진 국회의원조차도, 반일 반미 민족주의 선동으로 집권하려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보다는 낫다고, 이재명, 문재인 개인 숭배가 창피한 줄도 모르는 그들, 반헌법적인 퇴진, 탄핵을 획책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의원들 다 합친 것보다 나라에 도움이 된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그러나 대통령실에서 영부인의 명백한 과오를 사과 없이 뭉갰던 행태는 틀린 것이고 잘못된 것이다. 틀리고 잘못된 것을 우리 편이 한 거니까 잘못이 아니라고 우긴다면 이재명이 우리 편 당대표이라는 이유로 그의 범죄를 부인하는 민주당 정치인들, 민주당 지지자들과 다를 게 없어진다.

한국 정치를 전근대적 퇴행으로 몰아가는 원인은 옳고 그름을 사안 자체로 분별하지 않고 '우리 편이면 맞고 상대 편이면 틀리다'는 극렬 지지자들에게 있다.

진보니 보수니 좌파니 우파니 편을 갈라서 '우리 편은 실수해도 버릴 수 없고' '상대 편은 지구의 종말이 와도 안 찍어준다'는 무지성 지지자들이 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이런 지지자들을 믿고 이재명 민주당은 앞으로도 다수당의 입법 폭주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는 페북 포스팅으로 "조국이 입시비리가 터졌을 때 바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와 함께 장관직을 내려놨으면 지금쯤 대통령은 윤석열이 아니라 조국이었을 것'이라는 말을 백 번쯤 했다. 똑같은 말을 김여사 명품백에 대해서도 해야만 한다.

애초부터 여사의 가방은 법률적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배우자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처벌한 법적 근거가 없다. 그 명품백은 국민 감정에 호소하는 진솔한 해명과 사과라는 호미로만 막을 수 있는 문제였다.

이 나라에는 무지성 극렬 지지자만 사는 게 아니고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정치를 원하는 국민들이 있다. 현 정권은 그들의 마음을 얻었기에 집권할 수 있었다. 그 국민들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진심으로 호소하는 기회를 놓친 지금은. 그 명품백은 가래, 트랙터를 동원해도 못 막는 문제로 커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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