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바위 위 어린 소나무와 팻말이 눈에 띄었다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

수십년만의 큰 눈이다. 순식간에 눈썰매장이 된 아파트에선 아빠와 딸, 엄마와 아들들의 웃음소리가 맑다. 눈 밟는 소리, 눈 얹은 겨울나무를 즐기며 집 뒷산을 오른다.
등산로 입구, 큰 바위 위엔 어린 소나무가 자란다. 그 앞엔 누군가 작은 팻말을 세워 놓았다. 아기 소나무를 내가 한참 바라보고 있는데 지나가던 노인이 그걸 배경으로 자신의 사진을 찍어달라고 청한다.
산길을 오를 때마다 궁금하던 참이었다. 우리 동네 등산로는 이 잘생긴 바위를 휘돌아가며 남한산성 남문으로 이어지는데 언젠가부터 바위 위 어린 소나무와 팻말이 눈에 띄었다.
노인은 은퇴한 교장 선생님이었다. 42년간 교직에 봉직하고 분당에서 교장으로 퇴임 후 이곳에 왔다고 한다. 알고 보니 같은 아파트 주민이고 여기 신도시의 살아있는 증인이었다.
이 퇴직 교장 선생님이 바로 바위 위 아기 소나무를 심고 팻말까지 설치한 분이었다. 원래 송암(松巖)이란 바위 이름을 솔바위로 바꿔 부르고 정성을 기울여 아기 소나무를 심고 돌보아온 것이다.
그는 소나무와 바위의 생태(生態)에 대해 한참 설명했다. 그런데 어떤 이들이 솔잎 채취를 위해 아기 소나무 가지를 분질러서 자신이 팻말까지 설치했다고 토로한다.
아기 소나무를 심고 돌보는 그 마음. 노인과 나는 뒷산 전망대까지 동행했다.그는 동네 곳곳과 뒷산 등산로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이 깊었다. 그의 건강을 기원하고 헤어져 내려오는 길에 눈 밟히는 사각사각 소리가 청량했다.
아기 소나무를 심고 기르는 그 마음. 아기 나무는 그 노인이나 나보다 훨씬 오래 자신의 자리를 지킬 것이다. 나무 심는 마음으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 모든 분들이 청신(淸新)한 새해를 맞으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