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나는 너무 감사한 대접을 많이 받았는데...
주동식 전 제3의길 편집인

내가 1986년에 노동운동의 일환으로 처음 취업한 공장이 플라스틱 압출 공장이었다.
흔히 플라스틱 공장이라고 하면 사출을 많이 생각하는데, 사출은 녹인 플라스틱을 금형에 넣어 바가지 등을 찍어내는 것이고, 압출은 비닐 하우스 등에 쓰이는 비닐을 생산하는 것이다. 폐 플라스틱을 녹이는 게 아니고 고밀도 폴리에틸렌(High-density polyethylene) 소재를 녹인 투명한 플라스틱 튜브에 공기를 넣어 끌어내리는 과정을 거친다. 건물 5층 높이의 거대한 기계가 투명한 비닐 주머니를 끌어내리며 생산한다.
그 공장에는 노끈을 만드는 라인도 있었는데, 이 라인에서는 적당한 길이로 노끈이 감기면 노동자가 칼로 끊어줘야 했다. 하루는 이 라인에서 일하는데 평소 하던 라인이 아니라서 칼로 노끈을 자르다가 내 손톱을 절반 이상 잘라버렸다.
그날은 일찍 조퇴하고 공장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약국에 가서 다친 부위를 보여줬더니 여성 약사분이 "어쩌다 이렇게 다쳤느냐"고 하셔서 "공장에서 일하다 다쳤다"고 했더니 너무 정성스럽게 약을 바르고 감싸주시더니 돈도 받지 않으셔서 놀랐던 기억. 돈을 드리려고 해도 괜찮다며 그냥 가시라고 해서 감사하다고 인사 드리고 나왔다.
생각해보면 나는 너무 감사한 대접을 많이 받았는데, 그 보답은 하나도 못하고 살아온 것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