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 낙담(落膽)의 날들이 많았던 제게 위안이 됐던 것은 ‘가장 힘든 시간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는 헤밍웨이의 어록

윤일원 위원 촬영
윤일원 위원 촬영

또 한해가 시작됐습니다. 이런 사실에 흥분할 나이는 벌써 지난 것 같습니다. 이 나이 되도록 해마다 겪었으니까요. 가뜩이나 많이 쌓인 나이에 하나 더 보태는 것이 약간 꺼림칙하다는 기분을 빼고는 말입니다.

새해 첫날 해돋이를 보려고 많이들 달려갔지만 어제의 해와 오늘의 해, 내일의 해가 다르지 않습니다. 삶은 연속성이어서, 달력상 해가 바뀌고 토끼띠에서 청룡띠로 넘어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도 없습니다.

저는 어제처럼 잠들었고 오늘처럼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작년 마지막날 했던 일 그대로 새해 첫날 아침에도 하고 있습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이 비슷하게 반복될 겁니다. 

나이먹음의 처세는 너무 많은 기대와 희망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는 기대가 이뤄지지 않아 상처받고 좌절됐을 때의 뒷감당이 훨씬 힘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갑자기 ‘횡재’  같은 날이 찾아오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인생에서는 예기치 않는 불운(不運)의 날들이 비율적으로 더 많이 다가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슨 놀랄(?) 일이 일어나지 않고 어제 같은 오늘을,  불교식 고급 표현으로 '여여(如如))하게'를 바라는 것인지 모릅니다

자신의 현재 삶이 시시하고 형편없어 보이지만 언제라도 이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구상 시인은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고 했습니다.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삶은 당신만이 그렇게 겪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무거운 짐을 지고서 걸어가고 있습니다.  

작년 이맘때 저는 "작년 한해 낙담(落膽)의 날들이 많았던 제게 위안이 됐던 것은 ‘가장 힘든 시간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는 헤밍웨이의 어록"이라고  썼습니다. 이 달콤한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살아왔다고 했습니다. 별 수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가장 힘든 시간은 해가 바뀌어도 대부분 사람들에게  여전히 계속 되고 있습니다.  올해 역시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그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위로하며 또 견디며 살아내야 합니다.

독자 여러분, 날마다 좋은 날은 될 수 없지만 좋은 날들이 더 많기를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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