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교사의 ‘학생 체벌’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포부를 듣고, 나를 포함하여 여러 사람이 말렸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교사들이 많이 힘든 모양이다. 요구·불만이 절절하고 고통이 심하지 않으면, 더운 날에 사람 모으기 힘든데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을 보면!
교사들을 괴롭히는 것은 아마 학부모 갑질 일 게다. 그리고 학생에 대한 통제 수단을 빼앗아 버리면서, 힘센 학생이 힘 약한 학생에게 가하는 폭력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것도 고통일 게다. 물론 학생의 교사 갑질도 있을 게다.
한국의 모든 시스템은 물 흐르듯 흐르는 순리를 틀어막고 뒤틀어 이해관계자들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 너무 많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갑질을 조장하는 사회다. 힘세다고 여겨진 측의 손발을 묶어버리면서 생긴 문제가 대부분이다.
노사 간에는 사의 손발을 묶어 버리니 ‘무기의 대등성’ 원칙이 허물어져 버렸다. 최저임금은 왜 그리 높게 책정해 버렸는지! 게다가 사용주를 처벌하는 법은 오죽 많나! 중대재해처벌법과 민식이법은 또 무엇인가? 학교 앞 시속 30km존은 왜 24시간 가동되는지? 과태료는 왜 그리 센지! 우린 왜 이리 피곤하게 사나?
2010년 여름쯤, 곽노현이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되고 나서 얼마 후, 곽노현과 나 포함한 15명 가량(주로 기독교 단체 사람)이 함께 점심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교사의 ‘학생 체벌’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포부를 듣고, 나를 포함하여 여러 사람이 말렸다. 바닥 현실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득보다 실이 크다고. 그런데 곽노현은 밀어부쳤다. 아마 자신을 ‘진보 교육감’이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이 그랬을 것이다.
그 결과가 지금이다.
좀 극단적으로 말하면, 교사는 학부모와 학생에게 당한다. 기업주는 노조와 근로자에게 당하고, 공권력은 시위대나 범죄자에게 당하고, 의사는 악질 환자·보호자에게 당한다. 청년 남자는 성희롱 시비하는 여자에게 당한다. 연애와 결혼의 출발은 남자가 여자에게 들이대는 것인데, 이젠 남녀 모두 투명한 유리병 속에 들어가버렸다.
한국인들이 아파하고 분통 터뜨리는 일 대부분은 (내가 아는 한) 일본에는 거의 없거나 매우 약하다. 최저임금 수준이 참 많은 것을 말해준다. 우리는 연 2300만원+퇴직금+연차휴가고 일본은 195만엔에 불과하다.
교사 처우는 한국이 월등히 높다. 그래서 아마 반에서 1~2등 하는 학생들이 교대를 진학하여 교사를 하고 있을 것이다. 개인적 경험상 공부 아주 잘 하는 애들은 대체로 예민하고 날카로운 애들이 많더라. 푸근하거나 후덕한 애들이 별로 없다. 애들을 그리 사랑하지 않는다. 대부분 처우가 좋아서 교사를 하지, 일이 정말 좋아서 교사를 하지 않는다. 그런 교사들이 제멋대로 자란 학생과 염치와 예의를 상실한 학부모에게 갑질을 당하는데, 대항 대응 수단은 없고......정말 미치고 환장할 것이다.
아무튼 1987년 이후 점점 강성해진 철학, 가치, 제도, 정책을 확 틀어야 한다. 시대를 끝장내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