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저가 위주의 제품을 주로 수출하고, 대신에 고가의 해외 주류는 점점 더 많이 수입
조태권 ㈜화요 회장

왜 정부는 우리도 고급 명품술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이해가 없는가. 고급술 제조에 지원은커녕 주세법으로 발목을 잡고있다.
작년 위스키 수입액은 2억6684만 달러였다. 전년(1억7534만 달러) 대비 52.2% 증가했다. 젊은 층에서도 이제 위스키 등 고급술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모엣 헤네시의 경우 지난해 전세계 매출(약 71억 유로, 한화 기준 약 10조 원)이 전년 대비 19% 성장했는데, 특히 한국 시장에서의 매출이 83%나 늘어났다. 와인 수입액 또한 5억8128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저가 위주의 술 제품을 주로 수출하고, 대신에 고가의 해외 주류는 점점 더 많이 수입하고 있다. 술에 관한 한 무역적자 폭이 더욱 벌어지는 양상이다.

세계 12위 경제 대국이라면 세계 주류 시장에 내놓을 고급술도 장려해야 하지 않나. 그리고 세계무대에서 명품 브랜드 위스키들과 경쟁하고 돈을 벌어와야 하지 않는가.
위스키 변방이었던 대만과 일본은 각각 카발란, 히비키 등 전 세계가 사랑하는 브랜드를 탄생시키며 막대한 국익을 창출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각국의 술은 점점 더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하며 국경을 넘어 전 세계를 무대로 함께 경쟁하는 양상이다.
유럽연합(EU)는 2019년 5월 ‘위스키’에 대한 정의에서 ‘맥아류가 아닌 곡물로 만든 술덧을 포함시키는’ 내용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유럽에서 주로 양조하는 위스키를 다양화해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이에 국내에서는 ‘증류식 소주’로 표기되어 판매되는 일부 제품도 유럽 본고장에 위스키로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화요가 증류식 소주를 오크통에 넣어 숙성시켜 만든 ‘화요X.P’도 국내에서는 증류식 소주로 분류되나, 수출의 경우 위스키로 인정받아 프랑스 등 유럽 수출 길에 올랐다. 2020년 2,500병을 시작으로 수출 2년만인 2022년 첫 수출 물량의 10배에 가까운 약 2만3000병을 판매했다.
2023년 위스키 종주국 영국의 ‘위스키 매거진(Whisky Magazine)’이 주최하는 ‘월드 위스키 어워즈 2023’에서 ‘월드 베스트 그레인(World’s Best Grain)’으로 선정되는 등 우리 쌀로 만든 위스키의 수출 시장 전망이 밝은 상황이다.
위스키 본고장인 유럽이 이처럼 역사가 오랜 전통 주종을 현재의 트렌드와 모습을 반영해 더 다양한 형태로 발전시키는 모습은 시사점이 크다.
이와 반대로 우리나라는 제조 방법과 특성이 다른 두 주종을‘세율이 같다’는 행정 편의상의 이유를 들어 2013년 희석식 소주와 증류식 소주로 구분되어 있던 것을 ‘소주’로 통폐합하여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식문화 정체성의 확립이 지연되고 술 산업 발전이 저해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정부 주도형 과세체계인 ‘종가세’로 인한 규제가 문제의 핵심이다. 종가세(終價稅)는 술 제조원가 등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원재료는 물론 제조경비와 물류, 인건비, 고급 용기와 포장 비용까지 세금이 붙으니, ‘고품격 술’을 만들면 세금때문에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안 된다. 세계 주류시장에서 우리 술이 다른 나라 명품 술들과 경쟁할 수 없는 구조가 돼있다.
이런 ‘종가세’를 유지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4개 나라뿐이다. 나머지 모든 나라들은 알코올 도수와 용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從量稅)'를 채택한다.
우리 술이 바깥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시급한 게 주세법 개정이다.. 이를 통해 식생활 문화 경쟁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강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대면서 계속 미뤄오고 있다.
전 세계에 ‘K-컬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우리나라의 최우선 과제는 식문화의 대한민국 정체성 재확립이다. 전통은 한 시점의 것이 끝까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다시 정립된다. 500년 전 왕의 수라상이 지금의 미쉐린 가이드 3스타 한식당으로 이어진 것처럼 전통은 역사성을 갖고 비로소 ‘정통’이 된다. 한식이 전 세계를 향해 비상하고 있는 지금, 술 또한 세계 시장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적기다.
최첨단이라고 말하는 기술 장비는 시간이 흐르면 옛것이 되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식생활 문화가 전 세계인이 애용하는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 잡는다면 어떠한 최신 기술로도 대체되지 않는 영원한 천년 지속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음식과 술, 도자기, 그리고 공간으로 이어지는 불가분의 식문화 요소들이 함께 세계와의 경쟁에 나설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