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가격의 72%에 주세를 매기고 또 30%의 교육세를 더하니 원가 상승분보다 훨씬 더 높은 출고가가 형성되는 것이다. 정부가 “소주는 서민의 술이므로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운운하면서 실제로는 소주값 인상의 조력자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민지 객원기자

또 오른다. 음식점 소줏값 6000원으로! 소주업체들이 이미 ‘소주 출고가 인상’ 운을 띄웠으니 4, 5월쯤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소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도 소주값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잘 모른다. 소주 출고가에는 정부가 떼어가는 주세(酒稅)가 얼마나 붙어있는지도.
소주 시장 점유율 상위 2개 기업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자사의 대표 소주 제품인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1병당 출고가를 각각 85.4원(7.9%), 65.6원(7.7%) 인상했다. 출고가가 몇십 원 오르면 소비자가는 몇백 원 ‘더블’ 로 상승하고, 일반 음식점에서는 이를 기회로 아예 1000원 단위로 올려버린다.
그렇게 작년에 5000원으로 오른 ‘식당 소줏값’이 올해는 6000원이 되는 것이다. 소주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주세 인상(리터 당 30원 인상)을 이유로 소주 출고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달부터 소주 원가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병값이 기존 183원에서 216원으로 18% 인상했고, 소주의 주재료인 주정(酒精)과 전기세 등이 오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원가 상승은 몇 십원 안 되는데, 왜 소주 한 병당 출고가는 몇 백원으로 뛰는 걸까.
소줏값 인상에는 바깥에서 잘 모르는 ‘비밀’이 숨어있다. 현행 주세법의 낙후된 과세표준 체계인 ‘종가세(從價稅)’가 소주 출고가를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종가세는 술 제조원가 등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원재료는 물론 제조경비와 포장, 물류, 인건비 등이 오르면 자연히 세금도 인상돼 소주 출고가에 덧붙는다.
최근 가스비 등 제조에 필요한 공공요금과 병값 등이 인상되면서 소주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진 것은 사실이나, 여기에 ‘종가세’에 따라 제조가격의 72%에 주세를 매기고 또 30%의 교육세를 더하니 원가 상승분보다 훨씬 더 높은 출고가가 형성되는 것이다. 정부가 “소주는 서민의 술이므로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운운하면서 실제로는 소주값 인상의 조력자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출고가에 따른 세금 인상분을 정확하게 알기 어렵기 때문에 ‘담합’, 또는 ‘깜깜이 인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오해를 하기 쉽다.

술에 대해 이 같은 ‘종가세’를 유지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4개 나라뿐이다. 나머지 모든 나라들은 알코올 도수와 용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從量稅)'를 채택하고 있다.
종가세 체제에서는 희석식 소주의 원가가 93원 상승했을 때 세후(稅後) 출고가가 199원 상승한다. 반면 종량세 체제에서는 103원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량세는 도수와 생산량에 일정한 금액의 세금을 과세하기 때문에 다른 가격 인상 요인에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이다.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프리미엄 소주’(증류식 소주)의 경우 원가 상승분이 희석식 소주보다 더 클 수밖에 없음에도 ‘종량세’가 적용되면 약 3천 원이 낮아질 수있다.
종량세를 채택하면 원재료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고품질의 주류 가격이 낮아져 소비자들에게 혜택으로 돌아오는 후생적 효과도 있다. 최근에는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저렴한 술을 다량 음용하는 것에서 나에게 맞는 술을 적절히 음용하는 것으로 주류 소비 패턴이 크게 버뀌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전 세대로 점점 더 확산될 것이다.
주류 제조에 드는 모든 비용, 고급 용기와 포장 비용까지 세금이 붙으니 고품격 술을 만들면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하기 어렵다.
주세법도 소비자 트렌드와 시장 흐름에 맞춰 어떤 과세 방식이 적절한지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주세 개편은 여러 번 제기됐지만, 현재 주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득권 업체들의 반대와 정부의 무사안일로 좌절되곤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