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이 들어와서도 나의 외로운 투쟁은 계속됐다
조태권 ㈜ 화요회장

나는 십수 년 간 기획재정부와 국세청로부터 ‘골치 아픈 민원인’으로 찍혔다. 주세법 개정을 위해 계란으로 바위치기 식으로 공무원들 및 거대소주업체들과 싸워온 탓이다.
나는 후진적인 주세법(종가세 체제)를 OECD 국가 등 대부분 나라들이 채택하고 있는 ‘종량세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종가세 체제 주세법은 우리나라 술의 저급화를 고착시켜온 원인이었다. 이 덕분으로 우리 시장 안에서만 독점적 돈벌이를 해온 게 기존 희석식 소주업체들이었다. 주세법 개정은 우리 술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첫단계이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와서도 나의 외로운 투쟁은 계속됐다. 용산 대통령실은 경청했지만, 정작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소위 관료와 업계 간의 ‘기득권 카르텔’이 형성돼있는 것 같았다. 여당은 말로는 주세법 개정에 동의하고 노력해보겠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슬며시 꼬리를 내렸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도 않은 더불어민주당(고용진 의원 등 10명)에서 주세법 개정안(종량세)을 얼마 전에 발의했다. 본회의에서 주세법 개정안이 통과될지는 두고봐야겠지만, 야당에서 먼저 우리 술의 국제경쟁력을 위해 이런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 참으로 고무적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주류 과세체계인 ‘종가세’는 원부자재 가격, 물류비, 포장비, 제조경비 등 제조판매에 들어가는 모든 가격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제조원가가 높은 술일수록 더 높은 세금이 부과된다. 종가세를 적용한 희석식 소주와 증류 소주의 출고가 대비 주세 차이는 약 9배나 된다. 현실적으로 고급 원부자재 및 포장 등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구조다. 이 때문에 한국의 소주눈 원재료를 최대한으로 낮춘 희석식 소주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현행 주세법은 기존 저가 희석식 소주 업체 카르텔의 기득권 보호를 위해 소비자들이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주류를 선택할 권리를 막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없다.
종량세는 술의 용량이나 부피, 알코올 도수 등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높은 도수의 술일수록 더 높은 세금을 내는 과세 체계로 OECD 국가 등 대부분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다. 부수 경비에 대한 세금 부담이 줄어 술 자체의 질을 높이는데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소비자들의 주류 취향이 바뀌고 있는 중이다. 희석식 소주 소비량은 줄고 있는 반면 증류 소주를 비롯해 해외로부터 수입되는 다양한 주종의 소비는 늘고 있다. 주류의 질적 성장 및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데, 주세법(종가세)이 장애물이 되고 있는 셈이다. 높은 세금으로 인해 프리미엄 주류 제품을 내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세계 시장에 진출해도 다른 나라 고급술들과 경쟁이 어렵다.
더욱이 현행 종가세 체제에서 수입 주류는 원가분석 자료가 없는 ‘수입신고 가격’으로만 세금을 산정하는 등 특혜를 받고 있는 반면, 국산 주류의 경우 원재료 용기 등 제조 판매 관련 비용까지 ‘벗겨진 나체원가’로 세금을 산정해 형평성이 부재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국산 주류는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수입 주류가 우위를 확보할 수밖에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내몰린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이 먼저 나서야 했어야 할 ‘주세법 개정’을 민주당이 깃발을 잡았다. 이제 정부와 여당은 거부하거나 미적거릴 명분이 없게 됐다. 우리 술의 세계경쟁력을 위해 이번만은 함께 손을 잡아주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