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버티고 있으니 미국이 밀리는 것 아니냐
[최보식의언론=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예비역 육군준장)]

29일로 이란전쟁이 한 달을 맞이했다. 방송과 SNS에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와서 나름대로 전황을 평가하고 해설하며 포스팅하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이 전투(Combat)의 차원과 쓰임의 차이를 모르거나 무시하고 설명을 한다. 작전 수준의 용어를 전쟁의 차원에 갖다 붙이기도 하고 또 이란이 이기고 미국은 패하고 있다고 단정을 한다.
그런 오류를 범하는 가장 큰 이유가 전쟁(War)과 전역(Campaign), 작전 수준의 전투(Battle), 교전(Engagement), 소부대 전투(Combat action)의 참여 규모, 추구목표, 지속기간이 다르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심지어 운영을 뜻하는 작전(Operation)과 용병 수준을 뜻하는 작전술(Operations)의 차이도 헷갈리는 전문가도 많다. 이쯤되면 전문가가 아니라 개념 오도가이다.
이란전에 대한 평가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오류는 전술적 현상을 전략적 승패와 혼동하는 일이다. 최근 이란은 미사일과 드론으로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 걸프 지역을 계속 타격하고 있고, 사우디의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 공격으로 미군 다수가 부상당했다.
전쟁은 2026년 2월 28일 이후 한 달 동안 미군 사상자도 누적되고 있다. 이런 장면만 떼어 놓고 보면 "이란이 버티고 있으니 미국이 밀리는 것 아니냐"는 인상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전장의 일부 단면일 뿐이다.
전쟁에서 버틴다는 것과 이긴다는 것은 다르다. 특히 비대칭 전쟁에서는 약자가 충격과 피해를 주는 데 성공할수록 오히려 해설가나 관전자들은 강자가 패하는 것으로 착시하기 쉽다. 그러나 승패는 상대에게 상처를 냈느냐가 아니라, 전쟁의 방향과 종결 조건을 누가 설계하느냐로 판단해야 한다.
현재 미국은 여전히 공중·해상에서 압도적 우위를 유지한 채 작전의 강도와 범위를 스스로 조절하고 있다.
미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는 "미국이 지상군 없이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고, 목표 역시 이란의 미사일·드론 능력, 해군력, 공군력 약화에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이 아직 전면전이 아니라 제한전, 강압전, 질식전의 틀 속에서 전쟁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미국이 아무 대가 없이 전쟁을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4주 동안 1발 당 260만 달러짜리 850발이 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사용했고, 미 정밀 유도 무기 재고에 대한 우려도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한 미 정보당국은 이란 미사일 전력의 약 3분의 1만 확실히 파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점만 보면 "미국이 뜻대로 못 하고 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냉정한 구조 분석이 필요하다. 미국은 탄약을 소모하고 있지만, 동시에 이란의 생산기지· 조선소·해군 전력과 군사 인프라를 광범위하게 타격하고 있다.
미 중부사령관 브래드 쿠퍼 장군도 "이란의 미사일·드론·해군 관련 생산 및 작전 인프라 상당수가 타격을 받았고 대형 해군 전력도 큰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즉 미국은 단순히 공격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이란이 장기적으로 전쟁을 수행할 기반 자체를 붕괴시키고 있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쟁의 목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는 단순 보복이 아니라 이란의 군사적 수단을 약화시켜 호르무즈해협을 포함한 중동 질서 전체를 다시 통제 가능한 상태로 돌려놓는 데 있다. 그래서 걸프 국가들도 단순 휴전이 아니라 이란의 미사일·드론 능력을 실질적으로 파괴해야 한다고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석유·가스 공급의 약 20%가 지나는 요충지(Chokepoint)이기 때문에, 이란이 이 통로를 인질화할 능력을 그대로 둔 채 전쟁을 끝내면 미국의 전략은 실패가 된다. 반대로 말하면, 미국이 지금 진짜 노리는 것은 "전장 성과"가 아니라 "전후 질서"다.
그렇다면 현재 전황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가. 가장 정확한 평가는 다음과 같다. 전술적으로는 이란이 예상보다 질기게 버티고 있고, 미국도 적지 않은 비용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전략적으로는 미국이 아직 패배 국면에 들어섰다고 볼 근거가 없다.
미국은 "지상군 투입 없이도 수주 안에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고, 추가 병력 배치 역시 침공 개시가 아니라 돌발 상황 대비용 옵션 성격이 강하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이란은 여전히 타격 능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제재와 타격 속에서 군사·경제·해상 통제 측면 모두에서 구조적 열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낙관론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내부에서는 전쟁 목표의 명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G7 내부에서도 미국 전략에 대한 회의가 존재한다. 이 점은 미국이 전쟁에서 자동적으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군사적 우위를 정치적 성과로 전환해야만 비로소 승리할 수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란이 지금 미사일을 쏘니 이기고 있다"는 식의 평가는 피상적이다. 현재 국면은 "이란 승리, 미국 패배"가 아니라, "이란은 항전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전략적 주도권은 미국이 유지하는 국면"으로 보는 것이 맞다.
결국 전투의 본질은 간단하다. 이란은 전장을 흔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 판을 짜고 있다. 전술적 피해를 근거로 승패를 성급히 단정하면 전황을 오독하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전후 질서를 설계할 능력을 가졌는지를 따지는 전략적 시각이다. 그 기준으로 본다면, 현 시점의 보다 정확한 평가는 분명하다.
이란은 버티고 있으나 이기고 있지는 않다. 미국은 비용을 치르고 있지만, 아직 지고 있지도 않다. 그리고 승패는 결국 누가 호르무즈 이후의 질서를 결정하는 주도권을 장악하느냐에서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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