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은 타국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자국의 생존을 위한 자위적 행위
[최보식의언론=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예비역 육군준장)]

호르무즈 사태를 바라보는 국내 인식에는 뚜렷한 한계가 존재한다. 그것은 "파병하면 희생이 따른다"는 단순한 도식이다. 이 명제는 직관적으로는 맞는 말처럼 보이지만, 전략적 사고의 관점에서는 극히 피상적인 인식에 불과하다.
인간은 감각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지만, 그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지성의 틀'에 의해 결정된다. 임마누엘 칸트가 말했듯이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이다. 파병을 곧바로 희생과 동일시하는 인식은 바로 이 '맹목적 직관'의 전형이다.
문제는 이러한 단순 인식이 전략적 판단을 왜곡한다는 데 있다. 군사적 위험만을 확대 해석하고, 그 이면에 존재하는 구조적 위험-즉 국가 생존과 직결된 위험-은 보지 못하게 만든다. 이는 마치 눈앞의 작은 불을 피하려다 더 큰 화재를 방치하는 것과 같다.
전략은 단편적 현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읽는 것이다. 따라서 호르무즈 사태는 '희생 가능성'이 아니라 '국가 생존 구조의 위협'이라는 차원에서 재인식되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분쟁 지역이 아니다. 한국 경제의 '혈관'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 이상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는 사실은, 이 지역의 안정이 곧 한국 경제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실체적 속성'이다. 파병은 타국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자국의 생존을 위한 자위적 행위다. 더 중요한 것은 국제적 상호작용이다. 한미동맹은 단순한 군사협력이 아니라 상호 책임과 신뢰의 구조 위에 성립한다.
우리가 위기 시 지원을 기대한다면, 국제 공공재-특히 '항행의 자유'-를 지키는 데 기여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일부에서는 일본이나 NATO 국가들의 '거리두기'를 언급한다. 그러나 이는 전략적 판단이 아니라 전술적 회피에 불과하다. 단기적으로는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 신뢰와 발언권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제질서에서 신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략 자산'이다. 이 자산이 고갈되면, 위기 상황에서 누구도 우리를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파병 회피는 '위험 회피'가 아니라 '위험의 이연'일 뿐이다.
전략적 사고의 핵심은 인과관계의 계층을 읽는 데 있다. 단순 인과는 "파병→위험→희생"이다. 그러나 고차적 인과는 전혀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파병 거부→에너지 수급 불안→경제 충격→동맹 균열→국가안보 약화→ 더 큰 희생" 이것이 바로 전략적 실체다.
지금 국제정세는 더욱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시한 이란 간 협상 구도 역시 단순한 승패의 문제가 아니다. 협상 조건과 역제안이 오가는 과정에서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태도는 '눈치 보기'가 아니라 '전략적 결단'이다. 국제정치는 우리에게 유리하게만 전개되지 않는다. 언제나 선택은 '덜 손해 보는 길'이 아니라 '더 큰 이익을 지키는 길'이다. 따라서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눈앞의 위험을 피할 것인가, 아니면 더 큰 파국을 예방할 것인가. 전략적 실체를 인식한다는 것은 바로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파병을 둘러싼 논쟁은 '희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결국 국가는 감정이 아니라 구조 위에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그 구조를 읽는 것이 바로 전략이다.
"파병하면 희생된다"는 직관을 넘어 "파병은 국가 생존을 지키는 필연적 수단이다"라는 인식으로 전환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국가에 걸맞은 전략적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미국과 협상하여 러시아의 원유를 제재 해제 했으니 러시아 원유를 도입하는 수입선 다변화를 도모할 때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는 국가전략을 다루는 사람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이참에 한화조선이 건조하였으나 국제 제재로 러시아에 인도하지 못한 LNG선 3척을 인도하고 원유를 받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페트로 달러(원유 거래를 달러로 함)'체제 편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한번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로 2차대전 이후 미국의 도움으로 경제를 회복했던 나라들, 예를 들어 나토와 영국, 프랑스, 일본, 독일, 한국 등과 방위비 증액 대신 사회복지비를 대폭 증액하고, 안보비용은 미국에 기대었던 북유럽 여러나라들에 대하여 미국이 재평가할 가능성이 커졌다. 위기 시에 누가 내편인가를 트럼프는 계산하고 있을 듯하다.
#호르무즈해협 #국가안보 #에너지안보 #중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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