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 SNS에서 주고받는 말싸움
[최보식의언론=박주현 재담 엔터테인먼트 대표]

정치인들이 SNS에서 주고받는 말싸움을 보고 있으면, 이 사람들이 진짜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건지 아니면 자기 진영 신도들에게 '사이다 발언' 쏘아주며 도파민 장사를 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다.
이번 에너지 논쟁이 딱 그렇다. 위 사진에서 보듯이 두 여야의원의 그 당당하고 오만한 텍스트 안에는, 정작 2026년 글로벌 에너지 패권 전쟁의 가장 서늘한 팩트가 완벽하게 탈색되어 있다.
먼저 야당 의원의 '원전 만능론'부터 짚어보자. 원전이 중동 석유 의존도를 낮춰주는 건 맞다. 그런데 원전 지으면 호르무즈 해협 걱정 덜어낸다는 건 반쪽짜리 착각이다. 그 원전의 심장을 뛰게 하는 핵심 연료인 농축 우라늄을 어디서 사오는지 알면 그런 태평한 소리가 안 나온다.
전 세계 우라늄 농축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독점하고 있는 건 러시아 국영기업이다. 한국 역시 수입 우라늄의 30퍼센트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 제재법까지 발효하며 공급망을 끊어내고 있는데, 한국은 수억 달러어치를 사들이며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러시아 우라늄 수입국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게 무슨 뜻이겠나.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피하겠다고 원전 올인했는데, 정작 그 원료 통제권은 에너지를 무기화하는 푸틴의 모스크바에 고스란히 쥐여준 꼴이다. 인질범을 중동에서 러시아로 바꾼 걸 가지고 안보가 튼튼해졌다고 자랑하는 꼴이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런데 이 맹점을 지적하며 등판한 여당 의원의 반격은 무지를 넘어 국가 산업 생태계를 위협하는 기만에 가깝다. 우라늄 수입을 비판하며 태양광과 풍력을 순수 국산 에너지니 외워두라고 훈계하는 대목에선 헛웃음조차 아깝다.
바람 불고 햇빛 비추는 자연 현상에 청구서가 날아오지 않는다고 해서, 에너지가 저절로 국산화되는 게 아니다. 그 자연 에너지를 전기로 바꿔주는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의 밸류체인이 외국에 완벽히 장악당했다면, 그건 에너지를 수입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질이 나쁜 산업 식민지화다.
순수 국산이라 외우라는 그 태양광 산업의 실상은 참혹하다. 전기를 만드는 핵심 부품인 태양광 셀의 국내 시장 점유율 95퍼센트를 중국산이 집어삼켰다. 완제품 모듈도 절반 이상이 중국산이다. 기후 위기 극복하겠다며 정부가 매년 수백억 원씩 뿌려대는 보조금은 고스란히 덤핑 공세를 펴는 중국 기업들의 배를 불리고 있다.
국가가 태양광을 늘릴수록 국내 태양광 기업의 매출은 증발하고 중국 업체들만 축배를 드는 기형적 역설. 풍력 터빈 시장 역시 거대 글로벌 자본과 중국 업체에 밀려 토종 기업 점유율은 10퍼센트대로 수직 낙하했다. 이게 어딜 봐서 순수 국산 에너지인가. 껍데기만 친환경이지 속은 시진핑의 베이징 배만 불려주는 완벽한 산업 종속이다.
미국은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수천 퍼센트의 살인적 관세를 때리며 자국 제조업 방어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이 나라 정치인들은 '순수 국산'이라는 허황된 낭만주의에 취해 무장 해제를 종용하고 있다.
현대 에너지 안보는 네 편 내 편 가르는 이념이나 얄팍한 말장난으로 지켜지는 게 아니다. 원전의 우라늄 수급선을 탈러시아화하고, 재생에너지 국산 기자재를 보호하는 튼튼한 산업 방어벽을 세우는 물리적 공급망의 회복 탄력성만이 유일한 생존의 열쇠다.
여의도의 우물 안 개구리들이 이념 장사에 취해 헛스윙을 날리는 동안, 대한민국의 에너지 주권은 조용히 타국의 손아귀로 넘어가고 있다.
#재생에너지, #탈원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