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권력도 문학과 사상의 세계를 통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
[최보식의언론=김선래 기자]

"한 작가가 문화와 문학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밝힌 일로 법적 제재를 받는 상황은 표현의 자유와 창작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선례가 될 수 있다."
'자유주의 작가회의' 준비위원회는 8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했다는 혐의로 고발된 작가 김규나 씨의 4월 재판 개시와 관련, "어떠한 권력도 문학과 사상의 세계를 통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은 입장문을 냈다.
정광제 전 이승만학당 이사 등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자유주의 작가회의' 준비위원회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 사회의 토대이며, 창작과 비판의 자유는 그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학과 비평의 영역에서 다른 해석과 평가가 존재하는 것은 문화의 건강성을 보여 주는 증거"라며 "이러한 논쟁이 토론과 비판이 아니라 법적 처벌의 문제로 넘어가기 시작한다면 작가와 지식인은 스스로의 언어를 제한하게 되고, 공적 토론의 공간은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규나 작가 사태는 단순한 개인 사건이 아니다"며 "이것은 대한민국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가를 묻는 사건"이라고 했다.
본지는 '자유주의 작가회의' 준비위원회의 입장을 지지한다.
한편, 김규나 씨는 작년 10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5.18 민주화운동을 두고 '오십팔'이라는 극우 커뮤니티에서 통용되는 용어로 "군인들이 목숨 바쳐 국가와 국민을 지킨 사건"이라고 주장하는 글을 올려 한 시민단체로부터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김 씨는 검찰로부터 벌금 100만 원의 약식기소 처분을 받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문제가 된 김씨의 글 대목은 다음과 같다.
<지성이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 듯, 오십팔은 명단도 공개할 수 없는 수많은 유공자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의 무장반란을 우리 젊은 군인들이 목숨 바쳐 진압, 국가와 국민을 지킨 사건이다. 당시는 광주사태라고 불렸는데 언제부턴가 민주화 운동이라는 이름의 성역이 되어버렸다.>
김씨는 정식 재판 소송장을 내면서 "100만 원 벌금도 아깝지만 죄 없이 유죄를 인정할 수도 없는 일이고, 무엇보다 지금을 살고 있는 작가로서, 불의한 시대를 인정하기 싫다"며 "이렇게 해야 나중에라도 오늘을 돌아볼 때 부끄러움 없이, 후회 없이 이 시대를 살았노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 아래는 '자유주의 작가회의' 준비위원회의의 입장문이다.
《자유주의 작가회의》 준비위원회는 최근 김규나 작가에게 내려진 벌금 판결을 깊이 우려한다.
한 작가가 문화와 문학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밝힌 일로 법적 제재를 받는 상황은 표현의 자유와 창작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과 비평의 영역에서 의견 충돌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서로 다른 해석과 평가가 존재하는 것은 문화의 건강성을 보여 주는 증거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이 토론과 비판이 아니라 법적 처벌의 문제로 넘어가기 시작한다면 작가와 지식인은 스스로의 언어를 제한하게 되고, 공적 토론의 공간은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역사는 이러한 장면을 이미 한 번 겪은 적이 있다.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벌어진 드레퓌스 사건은 한 장교의 억울한 판결로 시작되었지만 곧 국가 권력과 언론, 지식인 사회 전체를 뒤흔든 거대한 논쟁으로 번졌다.
그때 에밀 졸라는 「나는 고발한다」라는 글을 통해 권력의 판단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표현의 자유와 정의의 문제를 제기했다. 그 사건은 결국 프랑스 사회가 자유와 정의의 원칙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오늘 우리가 목격하는 상황 역시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작가가 작품과 문화 현상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권리가 보장되는가, 아니면 권력과 여론의 압력 속에서 침묵을 강요받는가 하는 문제다.
우리는 어떠한 권력도 문학과 사상의 세계를 통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 사회의 토대이며, 창작과 비판의 자유는 그 핵심이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이 원칙이 충분히 존중되고 있는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자유주의 작가회의》 준비위원회는 현 정권이 표현과 비판의 자유를 보다 폭넓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환경을 조성할 것을 촉구한다. 권력은 비판을 억누르는 힘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드러날 수 있도록 보호하는 책임을 지닌다.
김규나 작가 사태는 단순한 개인 사건이 아니다. 이것은 대한민국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가를 묻는 사건이다. 우리는 창작과 비평의 자유가 위축되지 않도록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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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자유주의 작가회의' 준비위원회 출범 성명서 전문이다.
대한민국의 글쓰기 공간에는 오랫동안 불균형이 존재해 왔다. 특정 이념과 집단이 문학과 문화 영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다른 목소리는 주변으로 밀려나는 상황이 이어졌다. 자유로운 창작과 토론이 이루어져야 할 영역에서 일정한 정치적 기준이 보이지 않는 장벽처럼 작동해 온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최근 벌어진 김규나 작가 사태는 이러한 문제를 다시 드러낸 사건이었다. 한 작가의 비판적 발언에 법적 제재가 내려지는 상황은 단순한 개인 사건이 아니다. 이것은 표현의 자유와 창작의 자유가 얼마나 쉽게 위축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글을 쓰는 사람이 자유롭게 생각을 말할 수 없다면 문학과 지식의 세계는 살아 움직일 수 없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자유주의 작가회의》 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킨다. 이 모임은 특정 정당이나 권력의 이해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로운 창작, 자유로운 비판, 자유로운 토론이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뜻을 모았다.
《자유주의 작가회의》는 오랫동안 한국 문단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좌파 성향 작가 단체에 대응하는 또 하나의 지적 공동체를 만들고자 한다. 문학과 사상의 세계는 하나의 목소리만 존재하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양한 생각이 공존하고 서로 경쟁할 때 문화는 살아 움직인다.
우리는 자유주의라는 원칙 위에서 작가와 연구자, 언론인, 지식인이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 것이다. 작가 회원뿐 아니라 독자 회원도 참여하는 열린 공동체를 구축할 것이다.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신인작가상과 대학생 콘텐츠 상을 제정하고, 무크지 『창작과 비평의 자유』를 창간하여 자유로운 글쓰기의 장을 넓혀 나가고자 한다.
《자유주의 작가회의》는 글쓰기의 자유를 지키는 방파제가 될 것이다. 어떤 권력도, 어떤 집단도 창작의 세계를 독점할 수 없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민주 사회의 토대이며, 이것이 약해질 때 문화와 학문도 함께 위축된다.
우리는 이 뜻에 공감하는 시민과 독자들의 참여를 기대한다. 자유로운 글쓰기의 공간은 몇 사람의 힘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 일반 시민들의 뜨거운 응원과 구체적인 후원이 모일 때 비로소 지속될 수 있다. 창작의 자유를 지키는 이 출발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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