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신림동 산마루 고시원에서 광주 사태의 소식으로 음식을 먹지 못하고 상심한 과거가 참으로 후회스럽다

[최보식의언론=김행범 부산대 명예교수(행정학)]

jt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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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한 혐의로 고발된 작가 김규나 씨가 검찰로부터 벌금 100만원의 약식기소 처분을 받자, 김씨는 최근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김 씨는 작년 10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5.18 민주화운동을 두고 '오십팔'이라는 극우 커뮤니티에서 통용되는 용어로 "군인들이 목숨 바쳐 국가와 국민을 지킨 사건"이라고 주장하는 글을 올려 한 시민단체로부터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문제가 된 김씨의 글 대목은 다음과 같다.

'지성이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 듯, 오십팔은 명단도 공개할 수 없는 수많은 유공자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의 무장반란을 우리 젊은 군인들이 목숨 바쳐 진압, 국가와 국민을 지킨 사건이다. 당시는 광주사태라고 불렸는데 언제부턴가 민주화 운동이라는 이름의 성역이 되어버렸다.' 

김씨는 소송장을 내면서 "100만 원 벌금도 아깝지만 죄 없이 유죄를 인정할 수도 없는 일이고, 무엇보다 지금을 살고 있는 작가로서, 불의한 시대를 인정하기 싫다"며 "이렇게 해야 나중에라도 오늘을 돌아볼 때 부끄러움 없이, 후회 없이 이 시대를 살았노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편집자)

'Our Daily Bread'를 국역해 소개하는 ‘한국 일용할 양식’ 대표(김상복)에 따르면,  근래 미국 의회는 16만 건의 발의 법안 중 240건이 통과되었으나, 한국 국회는 약 2만 5천 건의 법안 중 약 7천5백 건이 통과되었다. 각각 0.15%와 30.4%의 통과율이다.

법이 경망스럽게 만들어지는 나라에서는 법 위반을 단속하는 경찰, 검찰, 판사와 변호사가 많아지고 그들이 지배하는 사회로 옮아간다. 대통령에서부터 대통령을 배신하는 자들까지 대개 법조인이고 법학 교수가 입시 부정 주범이 되고 아무나 법서를 써서 생계를 도모하는 건 이 상황에서 나왔을 것이다.

부(富)를 전혀 창출하지 못하고 부에 관련된 법적 분쟁의 거래 비용으로 먹고사는 법조인이 과도한 사회는 '지대추구 사회'의 전형이다. 경제인이 많은 사회와 법조인이 많은 사회를 비교하여, 전자가 국민소득에 주는 회귀계수는 (+)이지만, 후자는 국민소득에 (–)효과를 준다는 실증적 지대추구(rent-seeking) 연구도 있다. 그 직선적 추론은 법조인이 많을수록 국가는 궁핍해진다는 것이다. 법, 법, 법의 과잉에서 법은 법고(法鼓)를 넘어 벅구, 마침내 ‘천치 벅구’들을 양산한다.

법의 창궐은 차별적 입법의 과잉으로 이어진다. ‘법의 지배’에는 국회를 통과한 입법(legislation)이 곧 ‘법(law)’인 것은 아니라는 요소가 들어있다.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법의 지배를 강력하게 갈파하면서 '법은 추상적이어야 하고 비차별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특정 정체성, 지역, 계층, 범주에 배타적 보호나 이익을 주고자 만든 입법(legislation)이 진정한 ‘법(law)’이 되기 어렵다는 근거로 제임스 뷰캐넌이 '법의 일반성(generality)'을 치열하게 강조함도 같은 이유다. ‘자유의 법’ 관념을 모른 채 법해석학에 매인 법학자들은 왜 경제학자들이 ‘우리의 영역'인 법을 운위할까? 라며 신기해하는 무지를 보여준다.

김규나 작가가 광주 사태를 논평한 부분을 들어 이 정권은 처벌하겠다고 나섰다. 괴롭힘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광주 사태가 무슨 '불가촉의 신성(神性)'인가.

소위 ‘민주화’ 세력은 과거 언론의 자유 제한을 나름 겪으며 표현의 자유를 누구보다 강조한 적이 있다. 그런 자들이 이제 와 광주 사태가 '신성한 토템'인 양, 어떤 개인적 견해마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80년대 신림동 산마루 고시원에서 광주 사태의 소식으로 음식을 먹지 못하고 상심한 과거가 참으로 후회스럽다. 기괴한 금송아지를 주조하는 데 이바지한 것은 아닌지라는 자괴심 때문이다.

김규리 작가의 광주 사태 언급은 특정 개인을 향한 비난이 아니라 공공 어휘로 굳어진 개념에 대한 주관적 의견이다. 그런 공공 어휘에 대해 누구든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주관적 표현이 가능해야 한다. 최악의 사적 욕설을 퍼붓고도 대통령이 된 사람 휘하의 이 나라 검찰이 얼마나 시간이 많은지 광주 사태에 관한 작가의 견해 표현을 처벌하겠다고 거룩한 전쟁에 나선 모습이 가련하다.

거룩한 상징을 나라 곳곳에 만들고는 이거 비판하면 처벌, 저걸 비판하면 소송...당신들의 법은 틀려먹었다. 민주 사회에 특별하게 '신성한 부족'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정 범주 사람만을 위해 헤프게 만들어지는 수많은 보호 입법은 진정한 의미의 법의 지배 원리의 검증을 통과할 수도 없고, 제대로 된 헌법적 심사라면 모두 위헌으로 판정해야 할 차별법들이다. 이 정권이 선별한 불온 문학가, 김규나 작가에게 인내와 뭉긋하고도 평온한 대응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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