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으로 초래될 경제안보 위기 상황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국익 외교의 다른 목적이 있어야 한다
[최보식의언론=장성민 국민의힘 안산시갑 당협위원장(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지금 전 세계 각국 정상들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을 제외하고, 일촉즉발의 중동전이 전개되는 비상 상황에서 자국의 경제안보 총괄지휘관의 자리를 뒤로하고 해외 순방 중인 국가수반이 과연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다.
그것도 24시간 핵을 가진 적대적 독재국가와 총부리를 맞대고 있는 상시 안보 위기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동맹국이 수행하고 있는 전쟁에 눈을 감고 나라 밖을 돌고 다닌다면 이런 모습을 우리의 동맹국은 어떻게 바라볼지 의문이다. 동맹국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그 참모들 또한 이 대통령의 외교 행보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지 의문이다.
이 대통령은 동맹국이 수행 중인 전쟁 상황을 뒤로 한 채 외유 활동에 나서는 자신의 모습을 세계 각국 정상들이 어떤 눈으로 평가할지 생각해 보라. 과연 세계 정상들로부터 올바른 국제 정세 판단을 갖춘 지도자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아니면 세상 물정 모르는 '외교 미숙아'로 조롱받을지 심각히 숙고해야 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 미국의 동맹국들은 '이란 핵시설은 용납할 수 없다'는 공개적 발언을 내놓았다. 반면 북중러는 미국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공개했다. 한미동맹의 주축국인 한국의 입장은 무엇인가? 전쟁 반대인가? 친중·반미 정권답게 동맹국의 뒷통수를 치는 것인가?
즉각적인 전쟁 참전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유엔이 있고, 국제사회의 정의와 도덕, 규범, 여론을 의식해야 할 주권 국가로서의 정체성이 있다. 하지만 동맹국이 수행 중인 전쟁을 외면한 채 외유에 나서는 것은 동맹 의지와 동맹의 연대의식에 부합하는 행보가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리더십은 유엔 헌장을 지키면서도 동맹 의지를 강화시키는 절묘한 '전략적 역할자'의 리더십이다. 그런데 우리의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이는 분명 국내 경제안보에 대한 무책임한 공백이다.
미국은 우리의 유일무이한 강력한 '전략동맹국'이다. 북중러가 일으킨 6·25 침략전쟁으로부터 피를 흘려 자유를 지켜낸 혈맹국이다. 우리 또한 미국이 참전한 베트남전, 아프가니스탄전, 이라크전에 참전해 동맹의 연대를 강화해 왔다. 이런 점에서 한미동맹은 일방적 '시혜 동맹'이 아니라 분명 '호혜 동맹'이다.
동시에 북한, 중국, 러시아의 핵 위협 앞에서 양국의 안보 전략적 국가 이익이 일치한 '전략 동맹'이다. 미국은 탈냉전기에도 한미동맹을 여전히 핵심 동맹(Linchpin Alliance)으로 인식한다. 이 점은 최근 미국의 고위 관리들로부터도 변함없이 확인된 사실이다. 그 결과 오늘의 대한민국은 자유와 번영, 평화를 유지해 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지금 우리의 동맹국인 미국이 전쟁 중인 상황에서 나라 밖을 돌며 외유 중이다. 과연 동맹의 도덕적 의무감, 동맹의 연대 의식, 동맹의 정서적 공감에 부합하는 외교 활동인지 심히 의문이다.
더욱 중요한 포인트는 중동은 우리나라의 원유와 에너지 주요 수입처이며, 페르시아만의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에너지 유통의 치명적인 보급로라는 점이다. 이 보급로의 차단 여부에 따라 우리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가 대공황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에너지 유통의 핵심 통로가 바로 호르무즈 해협인 것이다.
이란은 마침내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령을 발표했다. 이 지역의 원유선의 발목을 묶었다. 올 것이 온 것인가? 나는 이런 상황으로 악화되기 전에, 이러한 사태가 올 수 있음을 예견하며 이 대통령의 싱가포르 필리핀 순방을 연기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떠났다.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런 비상시국에 대한민국의 최고 지도자는 공석이다. 국정 리더십은 부재 상태다. 물론 총리가 대행하고 있지만, 대통령직의 공백을 채울 수는 없다. 최악의 경제안보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타이밍에 대통령의 위기관리 리더십은 공백이다. 국제사회에서도 이런 현실에 고개를 젓는다. 대한민국은 지금 아차 한 순간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맞을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 봉쇄될 경우 한국 경제는 곤두박질쳐 고유가, 고물가, 고환율, 수출 절벽 등 경제 침몰의 시간을 맞게 될 것이다. 대통령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 이 대통령이 총리에게 국정 리더십을 맡겨 둔 채 외유 외교에 나섰다면, 중동전으로 초래될 경제안보 위기 상황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국익 외교의 다른 목적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무엇인가?
그것이 없다면 이 대통령의 외유 외교는 국정 최고 통치권자로서 동맹 관리의 실패, 위기 관리 리더십의 실패, 국제 정세 인식의 실패, 대한민국 국가 경영 리더십의 실패다. 특히 한미 관세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미 통상 외교의 실패이며, 향후 전개될 북미 외교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만일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은 대체 에너지 공급처를 찾아야 하는 궁색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럴 경우 한국의 대미 에너지 수입 의존율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가정했을 때 이 대통령의 외유 외교는 향후 대미 에너지 자원 외교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헨리 키신저는 그의 명저 《Diplomacy(외교)》에서 "동맹이란 잠재적 적대 세력의 존재를 전제로 하며, 공동의 국익 또는 안전이 침해될 때 개입과 전쟁에 나설 예측 가능한 의무를 만드는 장치"라고 정의했다. 한마디로 동맹국이란 공동의 목표, 공동의 안보, 공동의 위협, 공동의 가치, 공동의 이해, 공동의 이익을 공유하는 나라다.
외교란 "힘의 균형과 역사적 맥락의 이해를 바탕으로 전쟁을 관리·억제하며 질서를 설계하는 국가 행위"로 정의된다.
지금 우리의 동맹국인 미국이 참전한 이란과의 전쟁은, 동맹국이라는 점과 원유의 65~70% 수입처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경제안보의 비상 상황이다. 지금이야말로 경제안보 위기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낼 동맹 외교의 리더십이 절실한 타이밍이다.
이 대통령은 4일 저녁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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