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투아네트의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어라"는 망언이 21세기 청와대에서 ...

[최보식의언론=박주현 재담 엔터테인먼트 대표]

뉴스웨이 캡처
뉴스웨이 캡처

관세 대응에나 신경 좀 쓰시라고 조언을 드렸지만 하쓸모다.  또 도돌이표 부동산 타령.

대통령이 또다시 심야에 스마트폰을 켜고 야당과 언론을 향해 훈계를 쏟아냈다. 다주택자를 압박하면 전월세 공급이 줄어 서민이 고통받는다는 시장의 경고를 두고 "기적의 논리"라며 코웃음을 쳤다.

집주인이 집을 팔면 세입자가 그 집을 사게 되니, 전월세 공급이 줄어드는 만큼 수요도 똑같이 줄어들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나는 이 눈부시게 해맑은 '1-1=0'의 기적적인 산수 실력을 보며, 경제학 교과서를 불태우고 싶어졌다.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시장이 아주 단순한 테트리스 게임판처럼 보이나 보다. 하지만 현실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주장이 얼마나 끔찍한 망상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모순은 세입자의 '지갑 사정'이다. 월 200~300만 원 벌며 전월세를 전전하는 서민들이, 집주인이 매물을 내놓는다고 해서 갑자기 수억 원짜리 아파트를 턱턱 사들일 수 있나?

심지어 정부가 가계 부채 잡겠다며 대출 문까지 꽉꽉 걸어 잠근 마당이다. 대출도 안 나오는데 집을 무슨 돈으로 사라는 건가. 마리 앙투아네트의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어라"는 망언이 21세기 청와대에서 "전세가 없으면 집을 사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결국 다주택자가 토해낸 급매물은 대출이 필요 없는 '현금 부자'들의 쇼핑 카트에 고스란히 담긴다. 집을 산 부자는 그곳에 들어와 살고, 쫓겨난 기존 세입자는 짐을 싸서 다시 전월세 시장을 헤매야 한다. 공급은 줄었는데 수요는 그대로 튕겨 나왔으니, 전월세 가격이 미친 듯이 폭등하는 건 당연한 물리 법칙이다. 게다가 매년 결혼하고 독립하며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신규 수요자들은 아예 계산식에서 누락되어 있다.

정부가 스스로 쳐놓은 덫도 기억하지 못한다. 현재 시장에 전월세를 공급하는 핵심 축은 이전 정부와 약속을 맺은 '등록 임대사업자'들이다. 이들은 8년 이상 임대료 인상을 제한받는 대신 양도세 감면 등의 혜택을 약속받고 묶여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당장 집을 팔라고 압박하면, 그동안의 혜택을 다 토해내고 벌금까지 물어야 한다.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사람들의 목을 조르니, 시장에 매물은 안 나오고 전월세의 씨만 말라버리는 것이다.

다주택자는 서민의 고혈을 빠는 악당이 아니라, 국가가 감당하지 못하는 민간 임대 주택을 시장에 내놓는 '공급자'다. 치킨집 사장이 밉다고 동네 치킨집을 다 문 닫게 만들면, 당장 오늘 밤 야식을 굶어야 하는 건 사장이 아니라 동네 주민들이다.

"기적의 논리"는 시장이 외치는 게 아니다. 억강부약이라는 낡은 이념에 취해, 대출도 못 받는 서민들에게 집을 사면 해결된다고 우기는 대통령의 머릿속에 존재한다. 시장 경제를 초등학교 산수 책으로 배운 자의 그 무모한 용기가, 오늘도 수많은 세입자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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